지난 해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국은 다시 4월9일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라가 어수선하다. 10년간의 좌파 정권에서 우파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집권당이 국회에서 다수가 되지 않고는 신임 대통령의 통치가 어렵다.
따라서 한나라당에서는 대선에서 압승한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도 절대 다수를 확보하여 대통령의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려하고, 야당이 된 민주당은 견제세력이란 명분하에 기사회생을 노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유력 정당의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당락에 바로 직결된다. 따라서 공천후보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극단적 반응을 종종 보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각 당의 공천심사위원회가 독립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 당의 실력자들이 막후에서 계파 별로 나누어 먹기로 결정한 후에 형식적 절차를 거치던 예전에 비해 훨씬 발전하였다. 민주당에서는 DJ의 아들과 전 비서실장 등 막강한 터줏대감들을 개혁공천이란 명분하에 낙천시켰고, 한나라당에서도 3선 이상의 중진들을 대거 탈락시키면서 터 밭인 영남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단행하고 있다.
이렇게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공심위의 위원들을 선정하는 과정, 후보선정 기준을 정하는 과정, 그리고 후보를 심사하는 과정 등에 국민들의 여론이 직접 반영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고무줄 잣대’ ‘공천 쿠데타’ ‘계파공천’ ‘밀지공천’ ‘청와대 기획’ 등의 비판적 말들이 난무한다.
민주주의 근간은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공심위에서 각 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아무리 객관적 기준으로 공정하게 한다고 할지라도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내지는 제한할 우려가 있다. 또한 후보의 결정이 중앙집중식이므로 유권자보다는 중앙의 실력자에게 잘 보여서 후보로 선택되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선거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후보로 확정되지 않아서 혹은 전략공천이란 이유로 전혀 새로운 선거지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기에 엉거주춤하고 있다. 공심위에 의한 후보 추천제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를 제도화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번 선거 때마다 이 같은 홍역을 되풀이 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상하원 선거 후보자는 예비선거를 통해 확정된다. 따라서 중앙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이 오직 유권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금년 66세인 코네티컷 주의 리버만 상원의원은 2000년에 민주당의 부통령후보로 출마하였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을 지지하는 자신의 정책으로 인해 2006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출마하여 4선의 상원의원이 되었다.
이처럼 유권자에 의해서만 자신의 거취가 결정되므로 물갈이란 명분으로 타의에 의해 눈물을 머금고 물러날 필요도 없다. 또한 자신이 속한 정당의 방침이 아니라 소신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표를 한다.
따라서 ‘철새’라는 말도 없고 정당에도 대표란 직책이 없다. 대통령과 입법부가 독립되어 있어 여당 야당이라는 개념도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통치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이 속한 당이 다수가 되도록 할 수도 없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이런 점에서 내각제에 더 가깝다. 완전한 내각제로 바꾸지 못할 바에는 미국처럼 유권자들에 의해서만 국회의원의 거취가 결정되는 상향식 풀뿌리 민주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의 현행 하향식 민주주의의 폐단을 불식하고 선진적 민주주의의 신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같이 예비선거 제도를 도입하기는 비용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어렵다. 하지만 한국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임의로 정당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그렇게 되면 영남에서는 많은 후보가 한나라당을, 호남에서는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다. 처음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한 경우는 1, 2등한 후보들이 결선투표를 거쳐 유권자들에 의한 진정한 선택이 이루어지게 한다.
그렇게 되면 현재와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행정부과 입법부가 독립적으로 분권화된 선진적 대통령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에서 패싸움 하듯이 몸싸움을 하는 볼썽사나운 꼴도 한국국회에서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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