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베어스턴스 사태 불구 선방
금융시장 불안속 현금확보 매도세로 원유.금속.곡물가 급락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미국 5위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 사태로 촉발된 미 금융시장의 위기감 확산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17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해 금융위기가 미 정책당국의 대응 속에 한숨 돌리는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 재할인율 0.25%포인트 인하와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를 취한데 이어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대폭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조지 부시 대통령도 잇따라 긴급경제대책 회의를 열어 위기 진화에 나서는 등 미 정부는 금융위기 대응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베어스턴스 다음 타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도미노’ 위기 우려가 지속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원유나 곡물 등 상품 매도에 나서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美 증시, 아시아.유럽 증시 급락 불구 선방 = 이날 뉴욕증시는 베어스턴스 사태의 위기감 속에 아시아.유럽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소폭 상승하는 등 혼조세로 장을 마쳐 선방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21.16포인트(0.18%) 상승한 11,972.2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5.48포인트(1.60%) 떨어진 2,177.01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1.54포인트(0.90%) 하락한 1,276.60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개장 전 거래에서는 200포인트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나 장중에 100포인트 넘게 오르기도 하는 등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려됐던 ‘패닉’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증시가 바닥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커버드 브리지 택티컬의 수석전략가인 켄 타워는 마켓워치에 오늘 패닉 양상의 매도 장세를 보이지 않은 것은 바닥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 증시는 이날 베어스턴스발(發) 악재로 급락하면서 2년반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범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는 지난주 종가보다 4.6% 떨어진 290.26으로 마감해 2005년 11월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유럽의 대표주 동향을 보여주는 FTS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4.4% 떨어져 근 2년 반만에 최저치인 1,199.80으로 추락했다.
독일 DAX 지수는 금융주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여 4.2% 하락한 6182.3으로 마감했고, 영국의 FTSE100 지수는 3.9% 빠진 5414.4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의 CAC40 지수도 금융주가 급락하면서 3.5% 하락한 4431.0을 기록했다.
◇ 금융불안에 ‘현금 확보해라’..원유 등 상품가격 급락 = 뉴욕 증시가 혼조세로 장을 마쳤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베어스턴스 의 몰락에 따른 불안감이 현금 확보의 필요성을 강하게 만들면서 그동안 급등했던 원유나 상품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빠져나가 이들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장중에 7달러 가까이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인 끝에 지난주 종가보다 4.53달러(4.1%) 떨어진 배럴당 105.68달러에 거래를 마쳐 17년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5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3.5% 떨어진 파운드당 3.69달러, 5월 인도분 은 가격은 1.7% 떨어진 온스당 20.30달러에 거래를 마치는 등 금을 제외한 다른 금속은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하락했다.
곡물가격도 급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가격은 가격제한폭인 60센트(5%)나 떨어져 부셸당 11.315달러에 거래됐고 옥수수와 콩, 쌀도 가격 제한폭까지 추락했다. 커피 가격도 9.3%나 떨어졌다.
반면 현금 대체 수단인 금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이날 안전자산 선호도가 지속하면서 온스당 1천33.9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주 종가보다 3.10달러(0.3%) 오른 온스당 1천2.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MF글로벌의 존 킬더프 부사장은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투자자들을 현금이나 현금 대체 수단을 확보토록 만들면서 유가를 하락시켰다면서 경제전망 악화에 대한 우려가 달러 약세 지속이라는 유가 상승요인을 압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에퀴덱스 브로커리지그룹의 론 구디스는 사람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다 팔고 있다고 말해 베어스턴스로 촉발된 금융위기 공포가 커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미 달러화는 이날 금융위기 우려와 함께 연방기금 금리선물이 이날 기준금리의 1%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1.2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40%로 반영하는 등 대폭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또 최저치로 추락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 당 95.75엔까지 가치가 떨어지면서 12년만 최저치를 나타냈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 당 1.5903달러까지 추락,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갔다.
◇ 금융위기 불안감 여전..경기침체 불가피 예상 = 금융위기확산 공포는 여전히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미국의 경기침체도 불가피하다는 예상을 키우고 있다.
특히 월가에서는 베어스턴스에 이어 다른 금융기관의 몰락 우려가 커지면서 모기지 관련 채권의 위험에 많이 노출된 것으로 평가받는 리먼브러더스 등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이날 리먼브러더스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지만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린다고 발표했고, 마켓워치는 월가가 살얼음판을 걷는 리먼브러더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듯 리먼브러더스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19%나 급락했다. 또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도 각각 5%와 4%씩 하락하는 등 10% 오른 JP모건체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주들이 급락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또한 FRB가 이날 발표한 미국의 2월중 광공업을 포함한 산업 생산은 0.5% 줄어 지난해 10월의 0.6%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도 마이너스 22.2를 기록,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CNN머니와 오피니언리서치코퍼레이션이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돌입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1월과 2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와 66%가 경기침체에 돌입했다고 대답했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추가적인 조치들이 더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촉발된 미국 경제의 침체가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정부차원의 긴급구제도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전문지인 포천 인터뷰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미국의 주택 가격이 25% 하락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50%에 이르는 하락률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내놓았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베어스턴스의 몰락은 국제금융위기가 정책결정자들이 인식했던 것보다 광범위하며 갈수록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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