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몇알의 수면제로
뚝딱 치료될까 기대 못해
코골이·수면무호흡증 등
원인 찾아 장기간 치료를
“오늘도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잠 못 드는 밤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 사지운동장애(Periodic Leg Movements During Sleep, PLMS), 불안 우울증 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사실은 수면장애에 시달려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힘들어도 참고 지내는 한인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수면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미국 내 다양한 원인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인구는 약 4,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불면증에 고통받게 되면 자연스레 수면제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사실 수면장애는 당장 몇 알의 수면제로 뚝딱 치료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면 환경, 수면 습관, 수면 사이클 등 다각도로 접근하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먼저다.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굿나잇 수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현 신경내과/수면장애 전문의는 “수면제는 사실 최고/최선의 방법이 결코 아니다. 미 수면학회에서는 수면제를 먹는 것을 권하지 않고 있다”며 “수면제는 수면습관을 고치는데 보조적으로, 임시적으로 사용될 뿐
수면장애는 원칙적으로는 약을 먹지 않고 장기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면 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 사지운동장애 등 불면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들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굿나잇 슬립’(good night sleep)을 위한 가이드와 각종 수면제에 대해 김종현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정리해 보았다.
불면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있는 환자. 뇌파, 호흡, 심전도 등 수면장애 원인과 정도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불면증의 여러 원인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
수면장애 가운데 가장 흔한 코골이는 좁아진 기도 때문에 호흡할 때 공기의 속도가 빨라져 기도 주변의 인후부가 진동돼 발생한다. 코골이가 좁아진 기도가 문제라면 수면무호흡증은 상부기도가 좁아지면서 막혀 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못해 숨을 쉬지 못하는 질환이다. 폐에 산소공급이 차단되면 이를 알아차린 뇌가 잠들어 있는 몸을 깨우게 되고 결국 코골며 자는 동안 몸은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된다. 특히 시끄럽게 코를 고는 소리가 10초 이상 끊겼다가 다시 ‘컥컥’ 소리가 난다면 수면 무호흡증으로 보면 된다.
코골이 환자는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수면 무호흡증 없이 코만 고는 증상만 겪는 경우도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발생하므로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기 쉽다. 치료에 앞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질환의 진행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RLS)
저녁시간 또는 잠을 잘 때 다리가 쑤시고, 저리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 개미 같은 것이 기어가는 듯한 스멀스멀한 느낌이 지속돼 잠을 이룰 수가 없거나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기도 한다.
RLS의 전형적인 증상은 주로 쉬거나 자려고 누워 있을 때 장딴지 안쪽에 불쾌한 느낌이 발생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려는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통 저녁에서 밤에 걸쳐 나타나며 다리를 움직이면 금세 증세가 없어지거나 좋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인해 낮 시간에 졸리는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또 저녁만 가까워지면 그 느낌이 찾아올 것이라는 불안증이 생기기도 한다.
철분 부족이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며, 또한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신장질환, 당뇨병, 파킨슨병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일단 RLS가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 받는 것이 좋다.
2005년 FDA의 승인을 받은 리큅(Requip), 2006년 승인받은 미라펙스(Mirapex) 등이 치료제로 쓰이기도 하며 철분 보충제와 비타민 C 투약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사지운동장애(Periodic Leg Movements During Sleep, PLMS)
하지 불안 증후군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르다. 보통 RLS과 함께 동반돼서 나타나지만 RLS 없이도 나타나고, 이 장애 때문에 늘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다.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구부렸다가 펴기도 하며 본인은 물론 파트너의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자면서도 다리를 꼬거나 발로 차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 본인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진단이 RLS처럼 어렵지는 않고, 치료도 RLS와 비슷하다.
수면제는 보조제일뿐
약에 의존하면 내성 커지고 기억력 감퇴등 부작용도
■다양한 수면 문제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한 밤중에 잘 깰 때: 불면증의 흔한 증상이다. 잠잘 환경이 좋지 못할 때, 또한 위 식도 역류질환, 앨러지, 하지 불안 증후군, 우울증, 불안증 등이 요인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심한 두통과 함께 깬다: 이 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의사와 상의하거나 마우스 가드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한 밤중에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주 깬다: 과민성 방광 증상, 잠들기 전 너무 음료수를 많이 마신 경우, 심한 당뇨병 또는 수면 무호흡증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또한 고혈압 약의 이뇨성분 때문에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잠들 기 전에 물은 적당히 마시는 편이 좋다.
-코골이가 너무 심할 때: 체중을 먼저 줄여본다. 과체중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폐경기 여성이 체중이 늘어 호르몬의 변화와 목 주변의 살 때문에 수면 무호흡증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잠 자는 동안 다리 쑤시고 저리거나
무의식적으로 다리 움직여 잠 못들기도
전문의 진단 통해 약물로 치료 가능
■수면제, 어떤 것들이 있나?
대개 전문가들은 수면제는 수면장애를 해결하는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 수면제는 보조제일 뿐 환상의 치료제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환자로서는 내가 먹을 수 있는 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궁금하다.
수면제는 크게 벤조디아제핀 계열과 논-벤조 계열로 크게 나뉜다. 요새 나오는 약들이 바로 논-벤조 계열 약들이다. 또한 감기, 앨러지 치료제인 항히스타민제가 쓰이며, 오프 레이블(Off-label)이라 하여 다른 질환 치료제이지만 수면효과가 있어 쓰이는 약들이 있다. 바로 항우울제 계열 약이 오프 레이블에 속한다. 또한 민간요법인 허브/차 요법, 멜라토닌 등이 수면제 역할을 한다. 벤조 및 논-벤조 계열 약, 항우울제 등은 꼭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나 멜라토닌은 그냥도 구입할 수 있다.
김종현 전문의는 “환자가 알아야할 것은 수면제에 관한 연구는 6개월 이상 연구된 바가 없다는 점”이라며 “약에 너무 의존하면 다음날 낮 시간에도 약물에 취하는 후유증이 생기거나 만성 복용자가 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 계열: 레스토릴(Restoril), 할시온(Halcion) 등이 있다. 뇌세포의 특정 수용체에 붙어 졸음을 야기한다. 부작용은 다음날 낮까지도 졸음에 시달린다는 것.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용량이 늘어나거나 약에 대한 의존도, 내성이 커질 수 있다. 끊기 힘들어질 수 있다. 기억력 부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음날까지도 약 효과에 영향을 받게 되면 운전사고나 노인의 경우 넘어지는 등 부상 염려가 크다.
-논-벤조 계열: 벤조디아제핀의 부작용을 완화한 약들로 최근에 나온 약들이다. 브랜드명으로는 앰비엔(Ambien), 소나타(Sonata), 루네스타(Lunesta) 등이 있다.
약물 후유증이 벤조 계열약보다 훨씬 적다. 다음날 졸린 것이 좀 덜하다. 또한 약 효과가 오래 가지 않는다. 벤조디아제핀 계열처럼 기억력 부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약에 대한 의존도나 내성이 미미하다.
-항우울제: 불면증을 야기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들로 엘라빌(Elavil), 독시핀(Doxepin), 리메론(Remeron) 등이 있다. 다음날까지도 졸음이 지속될 수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릴 때 권해진다.
-항히스타민제들: 베나드릴(Benadryl), 타이레놀 PM, 나이킬(NyQuil) 등이 있다.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한달에 1~2번 정도 가끔 불면증이 나타날 때 권고된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멜라토닌: 내트롤(Natrol), 네이처스 바운티(Nature’s Bounty) 등이 있다. 멜라토닌 자체는 불면증 환자에게 효과는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 전문의는 “생체리듬, 시간 주기가 바뀌거나 제트-레그(jet leg, 시차)의 경우는 멜라토닌이 더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멜라토닌 수용체 약물(Melatonin receptor agonists):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브랜드명은 로제럼(Rozerem). 멜라토닌처럼 작용한다. 다음날까지 졸음에 시달리는 후유증이 있다. 잠에 잘 못 드는 경우, 한밤중에 잘 깨는 경우 권해지기도 한다.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위한 생활환경 만들기
침실은 잠만 자는 환경으로
카페인과 담배·술 피하고
수면제는 3주 이상 먹지 말것
-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침실은 잠자는 환경으로만 조성한다. 비즈니스, 체크 북 등은 치운다. TV나 비디오도 켜 두지 않는다.
-잠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간단한 간식을 먹거나 10분 정도 책을 읽는다.
-잠자기 전 2~3시간 전에 하는 저녁 운동은 되도록 피한다.
-카페인은 점심식사 이후는 피한다.
-잠자기 전 담배도 금물.
-하루 10~20분 정도의 낮잠은 도움 된다.
-잠 못 든다고 너무 오래 침대에 누워있지 않는다.
-불면증의 원인을 먼저 찾고 필요하면 전문의와 상담한다. 수면 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 우울증 등 다른 동반 원인이 있다면 함께 치료해야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
-수면제는 3주 이상 먹지 않는다.
-알코올을 피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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