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고 무리한 도전 금물
대학 아닌 삶의 목표 가져야
얼마 전에 모처럼 싱글 핸디캡인 분과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다. 친선시합에서 챔피언도 여러 번 해보신 분이라 기대가 컸었는데, 의외로 스윙도 그리 유별나지 않았고 비거리도 짧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긴 것도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었다.
그러나 퍼팅도 그렇고, 대단히 먼 거리에서 극적인 샷을 구사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안정된 자세로 누구라도 넣을 만한 퍼팅을 아주 확실하게 넣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 운이 좋은 분인가 보다 했는데 스코어는 그런대로 주로 파를 하면서 간혹 보기와 버디를 섞어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 분이 운이 좋아서 스코어가 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 기회가 왔다.
가장 고난도의 파 4의 홀에서인데 긴 홀이니까 다들 드라이버를 꺼내면서 잔뜩 힘을 주고 “아, 잘 좀 맞아 주어야 하는데!”하며 치는데, 이분은 조용히 3번 우드를 꺼내는 것이었다. 의아해서 물어보니까 그분이 말하기를 여기는 두 번째 샷이 문제라고 했다. 홀이 길어서 아무리 드라이버가 잘 맞아도 두 번째에는 3번 우드나 롱 아이언을 잡아야 하는데 그린이 좁고 작은 데다가 그린 바로 앞에 깊은 골짜기가 있어서 오히려 골짜기 못 미치는 곳에서 자신 있게 피칭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드라이버로 힘껏 젖 먹은 힘까지 다해서 친 사람 중 한 사람은 나무 밑 깊은 잔디 속에 떨어졌고, 간신히 페어웨이 가운데로 친 사람들은 욕심을 내서 친 두 번째 샷에서 골짜기로 굴러 떨어지거나 다음 샷이 어려운 지점에 공이 간신히 걸치게 됐다.
하지만 이 분은 안정된 샷으로 두 번을 쳐서 본인이 계획했던 대로 골짜기 바로 앞, 핀이 아주 잘 보이는 왼쪽 옆에 안착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아주 평범한 그러나 아주 절묘한 피칭으로 핀 옆으로 바짝 공을 붙이더니, 퍼팅으로 무사히 파를 건져냈다.
짧은 파4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은 그린에 바짝 붙이겠다고, 아니면 행여나 타이거 우즈처럼 그 긴 거리를 드라이버로 단번에 올릴 수 있을지 누가 아느냐는 식으로 휘둘러 댔지만 그분은 3번 우드로 가볍게 치고 거기서 짧은 아이언을 써서 멋있게 그린 한 가운데 안착을 시켰다.
드라이버로 멋지게 친 일행은 그 자리가 뜻밖에 라이가 좋지 않아서 겨우 파를 건졌지만 이분은 무리 없이 사정거리 안에 있는 공을 굴려서 평범하지만 멋있게 버디를 낚고 만 것이다.
오늘은 운동 얘기로 얘기를 꺼냈으니 운동 얘기로 마저 하면, 육상에서 바깥쪽으로 뛰는 것과 안쪽으로 뛰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100미터나 200미터 등 비교적 짧은 경기는 트랙을 구분하여 안쪽으로 뛰는 사람은 바깥쪽을 도는 사람보다 훨씬 더 뒤에서 출발하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자전거나 자동차 경주가 되면 그런 것이 상관없는 게 오히려 바깥쪽에서부터 코너를 공략해 바짝 안쪽으로 질주하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의 최강국인 한국이 대회 때마다 금메달을 독식하는 것은 이런 상식을 깨고 오히려 안쪽에서 들어와 8자형으로 밖으로 크게 도는 것이 안쪽 코너를 파고드는 선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추월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스케이트 칼날을 공개하지 않는 각도로 쪼끔 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타원형 트랙을 모두들 ‘0’자형 코스로 돌고 있을 때, 더 늦어 보이는 ‘8’자형 코스로 돌아서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공부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닌 것이, 고등학교를 기숙사 학교로 보내는 것도 좋을 수가 있지만 아주 특정한 경우이고, 대개는 공립학교라도 부모의 입김이 가까운 동네 학교가 좋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아이비리그가 좋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주립대학을 통한 것이 우리 자녀에게 더 좋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UCLA다 버클리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동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돈을 절약하고 3학년 때 더 큰 대학으로 옮겨갈 수도 있는 것이다. 주립대학에서 왜 그렇게 매년 전학생을 많이 받아들이느냐 하면 2만~3만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중간에 도중하차를 해서 3학년생이 많이 비기 때문이다.
필자가 버클리에 있을 때는 3학년 때까지 너무 많이 전과를 해서 입학 당시보다 동급생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일찍 들어가서 다른 곳으로 밀리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3학년 때 확실한 곳으로 전학하는 것도 때에 따라서는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우리 자녀들의 일생이 대학 경쟁에서 끝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끝보다는 시작에 가깝다고나 할까. 아이들이 탈선을 할까 봐 꽁꽁 가두어 두는 부모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주말에 한번 근처 대학가에 가보시라는 말이다.
필자가 처음 버클리에서 맞은 토요일 아침 샤워실에서 여학생의 알몸을 보고 깜짝 놀랐던 일이 있다. 아직 남녀공학이 없었던 때인데도 남자 기숙사 샤워실에 여학생이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으니 기숙사들이 대부분 남녀가 함께 쓰는 오늘은 어떨지 학부모들의 상상에 맡긴다.
참고로 하버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신청만하면 술값을 학교에서 지급해 주었다고 한다. 새로 여성 총장이 취임해 그것부터 폐지시켰다고 하지만. 자녀들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자녀들이 어떻게 부모 간섭 없이 승리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자녀들의 앞날은 자녀들의 삶의 목표로부터 거꾸로 생각해 보되, 그 때에는 이미 부모인 우리는 이곳에 없는 날이라는 것도 명심하라. 자녀 교육은 길게 보고 계획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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