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불서 단시간 조리 중국요리
색·향·맛 최대로 살리는 비결
수년 전 ‘맛있는 청혼’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중국요리의 대가인 한 스승의 두 라이벌 수제자와 중국요리의 명맥을 잇는 그들 자녀들간의 경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화면 가득 자장면과 탕수육, 팔보채(사진) 등 다양한 중국요리를 맛깔스럽게 만드는 장면을 생생히 방영했다.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부분은 주인공이 아들을 위해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주던 장면이다. 그는 마술 같은 손놀림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인 워크(wok·중국요리에 사용되는 둥근 냄비)에서 온갖 야채와 춘장을 넣고 자장면 소스를 맛깔스럽게 볶아 냈다. 환상적인 손놀림으로 완성된 자장면 소스는 시청자들의 시각과 미각을 마구 자극했고, 그날 밤 중국집들은 자장면 배달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전화로 불통이 됐다는 후문이 일 정도였다.
웰빙과 친환경 요리에 대한 바람이 불면서 중국요리에 대한 시선이 마냥 곱지 많은 않다. 왠지 기름이 많이 들어가 ‘헤비’한 것 같고, 게다가 자장면에 MSG가 많이 들어간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그러나 어려운 시절 자장면 한 그릇에 즐거워했던 기억과 함께 야근하면서, 혹은 이삿짐 나른 후, 당구장에서 철가방에 배달시켜 먹던 자장면에 얽힌 추억은 우리로 하여금 중국요리에 쉽게 등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날씨가 흐리면 간절히 생각나는 매콤한 국물의 짬뽕과, 새콤달콤한 소스의 탕수육은 된장찌개 만큼 친숙하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요리가 돼 버렸다.
중국요리는 야채와 육류, 해산물 등 가장 다양한 재료로 각종 요리방법으로 조미된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중국요리가 현지인들 입맛에 맞게 개발돼 하나의 고유 요리로 자리 잡은 한국식 중국요리는, 차이나타운에서 판매하는 중국요리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맛으로, 한인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야채·해산물·고기 ‘불춤을 춘다’
왕길용 주방장이 선보인 청파쇠고기(위)와 매운 토마토 새우. 강력한 화력에서 단시간에 볶아내야 맛과 향, 색이 살아있다고 말한다.
▲중국요리와 불
중국 요리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바로 웍을 집어 삼킬 듯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그 불길을 자유자재로 조리해 내는 주방장의 손놀림이다. 주로 튀기고 볶는 요리가 대부분인 중국음식은 강력한 화력이 맛의 비결인데 일반 가정에서는 아무리 제대로 맛을 내려고 해도 내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일반 개스레인지로는 그 깊고 그윽한 맛을 흉내 내는 것조차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센 불에서 단시간에 볶아내야 맛과 향이 살아나는 것이 중국요리이기 때문에 화력이 맛의 비결입니다. 중국요리를 배우는 첫걸음은 먼저 불과 친해지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한인타운 대표 중화요리 전문점 ‘용궁’의 왕길용 주방장이 불과 중국요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불이 강력해야지만 음식이 빨리 익고, 또 색깔도 예쁘다는 것.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마치 묘기를 부리듯 웍을 흔들면 볶아지던 재료들이 불길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떨어지는데 이를 조절하는 주방장의 솜씨는 마치 하나의 춤사위를 연상시키듯 날렵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물어보자 왕길용 주방장은 “처음에는 너무 강력한 불길 속에서 요리를 하다 보니 손을 데이기도 하고 다치기도 다반사였다”고 설명하고 불길을 조절하는 솜씨가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용궁과 인연을 맺은지 어느덧 18년이라는 왕길용 주방장(오른쪽)이 왕덕정 사장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중국요리 외길 40년의 왕길용 주방장
한인타운에서 가장 오랜 경력의 중국요리 전문가 중 하나인 왕길용 주방장. 중국요리 경력은 40년, 미국에 와 용궁에 몸을 담은 지는 18년이 됐다. 화교였던 부모님 밑에서 정통 중국요리를 배웠다. 중국요리의 맛의 비결인 불 조절의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노하우는 아주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야채를 볶을 때도 각 야채에 따라 볶는 순서가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양장피를 만들 때 먼저 파와 마늘을 넣고 간장을 넣어 살짝 볶은 뒤 야채를 넣는데 이렇게 해야 향이 잘 우러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무엇보다 후배양성에 관심이 많다.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해야 하며 여러 가지 향과 재료를 사용하는 중국요리는 다른 요리에 비해 배우기 어려운 요리 중 하나. 최근 젊은 요리사들이 일식이나 퓨전요리 쪽으로 몰리면서 한국식 중국요리의 대를 잇는 젊은 요리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이러다가 한국식 중화요리의 명맥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느낀다는 것.
“향후 10년 뒤에 한인타운에 정통 자장면과 짬뽕이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젊고 패기 넘치는 요리전문가들이 한국식 중화요리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인들은 물론 외국인 입맛에도 맞는 중국식 퓨전요리를 개발해 보고 싶다는 왕길용 주방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오늘도 활활 타오르는 불과의 씨름을 하며 맛있는 요리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집에서 만드는 중국요리
위에서 설명했듯, 중국요리 맛의 비결은 강력한 화력이다. 집에서 제대로 맛을 내기 좋은 요리는 불을 사용하지 않는 냉채다. 중국요리 전문가 여경옥 신라호텔 주방장이 소개한 해물냉채와 삼선 볶음밥 레서피를 소개한다.
■해물냉채
재료: 새우 4마리, 키조개살 2개, 전복 2개, 불린 해삼 1개, 오이 1/2개, <겨자소스> 겨자가루 2큰술, 따뜻한 물 2큰술, 차가운 물 1큰술, 소금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캐첩소스> 샐러리 20g, 케첩 3큰술, 고추기름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2작은술
만들기: 새우는 꼬치로 등 쪽의 내장을 제거하고 데쳐 껍질을 제거한다. 키조개와 해삼은 썰어서 데친다. 전복은 데쳐서 식힌 뒤 썬다. 겨자가루와 따뜻한 물을 1:1분량으로 섞고 따뜻한 곳에 10분 정도 두어 발효시킨 뒤 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오이는 반 갈라 길게 편 썰고 데쳐놓은 해물을 위 겨자소스에 버무려서 접시에 담는다. 이때 겨자소스는 1큰술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는 취향에 따라 곁들인다. 셀러리를 잘게 썰고 케첩, 고추기름, 설탕, 소금을 넣고 섞어 케첩소스를 만들어 곁들인다.
■ 삼선 볶음밥
재료: 새우 중간크기 6마리, 쇠고기 50g, 해삼 60g, 당근 50g, 대파 1개, 완두콩 50알, 달걀 4개, 밥3공기, 식용유 4큰술, <양념> 소금 1작은술, 치킨 파우더 1큰술
만들기: 새우는 내장과 껍질을 벗겨 준비한다. 작은 것은 그대로 두고, 큰 것은 사방 1/2인치 크기로 썬다. 쇠고기와 해삼, 당근도 사방 1/2인치 크기로 깍둑 썬다. 대파는 송송 썬다. 새우와 고기는 데치거나 팬에 넣고 익힌다. 팬을 가열한 뒤 식용유 4큰술을 넣고 달걀을 풀어 넣고 익을 때까지 잘 으깨면서 볶다가 밥을 넣어 볶는다. 위의 볶아놓은 야채와 쇠고기, 새우를 함께 볶다가 소금으로 간 한 뒤 불의 세기를 강하게 하고 밥알이 노르스름하게 될 때까지 2~3분간 볶아낸다.
<글 홍지은·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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