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우려 속에 국제 원자재 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어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금값 역시 사상 최고수준으로 온스당 1,000달러를 육박하고 있다.
국제가격의 변동 원인은 환율의 차이가 수출입 정책, 정치적 불안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관계로 볼 수 있다. 수요 공급의 관계에서 지금까지는 주로 공급에 의해 가격의 변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농산물의 경우 플로리다에서 일기 불순으로 작황이 나빠지면 가격이 급등하고, 풍작이 되면 가격이 급락했다. OPEC이 감산 결정을 하여 세계적으로 오일쇼크가 발생한 것도 같은 예이다.
그런데 이제부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공급보다는 수요 증대로 인한 가격 상승이란 점에서 문제가 크다. 과거에는 일부 선진국에서만 에너지 사용량이 많았으나 이제는 모든 국가가 산업개발과 공업화, 생활수준 향상에 박차를 가하면서 석유,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했다.
1년에 한두번밖에 고기를 먹지 못했던 후진국의 사람들도 이제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먹게 되었으니 이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사료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비료가 필요해졌다. 수요 증대가 연쇄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인구가 급증했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3,000만 동포라고 했던 우리 민족은 7,000만이 됐다. 당시 세계 인구는 25억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60억이다. 먹고 쓰는데 필요한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 금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 경제 불안과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요 때문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도 있다. 세계에서 금을 가장 좋아하는 중국인, 인도인, 남미인들이 경제성장으로 부유하게 되자 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수요가 급증하는데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모든 나라가 자원 확보에 주력하는 자원 외교시대가 되었다.
지금 자원외교를 가장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풍부한 지하자원과 농산물 생산국이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자원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세계 최대 인구국으로 국민의 수요증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에 진출하기 위해 냉전시대에 아프리카에 제공했던 부채를 탕감해 주고 새로운 원조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발 빠른 행보를 보고 부시대통령도 지난 달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던 것이다.
한국은 자원이 아주 부족한 나라이며 원자재를 수입해 상품을 생산하여 수출하는 2차 산업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의 존망이 위협받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몇년전부터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자원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자원외교에 최대한 역점을 두겠다고 천명했다. 참으로 천 번 만 번 지당한 방침이다.
그런데 남의 나라에 있는 자원은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여 사용한다고 해도 언제까지나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자기 나라 안에 많은 자원을 갖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한국이 중국과 서해상의 경계선 문제로 대립하고 있고 일본과 독도 분쟁을 겪고 있는데 이것은 이 해역의 수자원과 대륙붕 및 해저의 지하자원 개발 가능성 때문이다. 한반도에는 남쪽보다도 북쪽에 자원이 풍부하다. 북한에는 석탄과 철광석을 비롯한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에너지 부족, 기술부족으로 이같은 자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에 중국이 각종 자원개발권을 수십년간 장기 계약하는 형식으로 싹쓸이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각종 광물 개발권을 땄다. 마치 구한말 친러 정권 때 러시아인 재정고문이 함경도 광업권을 러시아에, 운산금광을 미국에, 압록강 벌채권을 러시아에 넘겨주었던 것과 흡사하다.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무엇보다도 남북 자원 협력으로 추진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기영/뉴욕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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