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악에 근원을 두고 있는가. 아니면 선하게 태어났으나 살면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악해지는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는 질문이다.
얼마 전 CNN 뉴스를 보다가 플로리다에서 휠체어에 타고 있는 장애인을 경관이 몸수색을 한다면서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그를 휠체어에서 밀어 땅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장면을 보았다. 32세의 브라이언 스터너는 14년 전 목이 부러지는 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었다. 교통위반으로 체포된 그를 문제의 경관이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밀어 땅바닥에 나뒹굴자 주위에 있던 다른 경관이 웃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장애인 단체 대변인은 “이런 일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번 사건은 비디오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진 것일 뿐 이같이 잔인한 일들이 수 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외에도 최근 남가주 치노의 한 도축장에서 병든 소를 학대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며 흥분했다. 문제의 도축장에서는 다우너 증상으로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지게차로 몰고 발로 차거나 아니면 물호스를 사용해 강제로 소를 도살장으로 몰아가는 장면이 폭로되었다. 광우병 등에 대한 우려로 걷지 못하거나 홀로 서지 못하는 소는 식용으로 도축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불법으로 도축된 많은 양의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 오기 전 많은 이민자들은 미국에 대한 큰 기대감이 있었을 것이다. 인권이 가장 보장되는 나라, 의료·교육 등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 등등. 이런 기대감을 안은 채 모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미국 입국 때 첫 관문인 입국심사대의 심사관들의 불친절과 오만에 찬 모습에서 미국에 대한 환상의 상당 부분이 깨져 버린다.
많은 한인들은 미국의 관공서에서 일을 볼 때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경우는 다반사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아랑곳 않은 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일하는 직원들의 태도에 분통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런 시스템으로 미국이 돌아가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빨리빨리’로 상징되는 한국의 시스템이 그립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도 자녀들 교육문제와 먹는 것은 안심할 수 있으니 그래도 미국이 살만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도축장 사건의 경우도 관계 당국의 감독소홀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FDA가 제약 공장의 이름을 혼동하는 바람에 동맥경화 치료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약품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검열을 수년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의약품과 관련한 관계 당국의 무성의한 업무 집행과 정보수집 부실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높은 의료 보험료로 인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수많은 미국인들, 그리고 자주 보고되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인명 피해 등 미국 사회 내에서 인간에 대한 배려와 생명과 정의에 대한 사고가 조금씩 마비돼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미국 국민들도 이런 현실을 잘 느끼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세계 제1의 대국이라는 미국의 위치가 언제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류를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유세장이 아닐까. 영하 10도의 체감온도 속에 2시간 전부터 늘어선 수백미터에 이르는 청중의 장사진. 스티비 원더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유세장은 로큰롤 공연장 같은 분위기다. LA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오바마에 대한 열광을 소름 끼칠 정도라고 평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유세장에 대한 인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조금 다를지 몰라도 변화에의 갈망이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금 미국은 변화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기로에 서 있다.
제나 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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