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사랑이다. 하늘이 내리신 은총의 선물. 인간을 살리기 위해 끝없이 부어주시는 조물주의 눈물이다. 목마를 땐 골수마디까지 시원히 적셔주고 숨 막히고 외로울 땐 심장부터 따뜻이 데워주는 자비의 약수이다.
물은 생명이다. 하늘이 만드신 생명의 젖줄. 자연을 섬기고 양육하는 충직한 유모이다. 절대 하늘을 거스르는 법 없이 늘 낮은 데로 임하는 자연의 후덕한 육친이다.
물은 용서의 품이다. 어떤 그릇에 담아도 수용할 수 있는 아량과 포용력.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들을 모두 아울러 온몸으로 감싸 녹이는 자연의 품이다. 천지가 긴장하면 얼음이 되고 이완되면 수증기로 흩어지면서 세상의 매듭을 풀고 막힌 맥을 열어주는 균형자. 물은 어떤 형체로도 변하지만 아무 형체로도 머물지 않는다. 매 순간 신의 섭리에 순종하며 변화해 가는 자연의 숨결이다.
물은 부활이다. 세상 온갖 더러운 오물을 씻어 자기 몸을 버리고도 다시 생수로 거듭나는 부활의 속성. 신의 마음을 닮은 신비로운 자연의 자정력이다. 인간의 죄처럼 자연을 더럽히는 오염을 씻어 스스로 폐수로 변한 뒤 다시 하늘로 증발해 생명수로 되살아나는 부활의 현현(顯現)이다. 그래서 물은 비록 사물이지만 신의 살아 계심과 성품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지도 모른다.
물은 끊임없이 부활함으로 지구상 물의 양은 한정돼 있다. 그 한정된 양을 재생해 쓰라는 게 하늘의 뜻이다. 물의 형체는 변하지만 질량불변, 에너지 불변의 법칙에 의해 지구상 물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마시는 이 한 모금 생수가 2,000년 전 예수께서 세례 주시던 그 요단강물의 재현일 수 도 있고 내 어머니가 피난 때 봇짐을 지고 건너셨던 한강물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물의 속성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공해가 가속화되면서 물의 재생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것이다. 물이 스스로 순환하여 생수가 되기 전에 오염돼 아무도 마실 수 없다. 기후변화로 골고루 내려야 할 비가 심한 지역적 편중현상을 보인다. 아시아에선 수십 년만의 대홍수가 나는가하면 아프리카는 기록적인 한발로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물의 재생력을 도와주려는 게 환경공학의 중요한 역할이다. 환경 기술자들은 지구상의 한정된 수자원을 관리하고 보호해 깨끗한 생수를 공급해 준다. 오염물질을 제거해 모든 생명들이 마실 수 있게 돕는다. 그래서 폐수가 생수로 되살아나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해 준다. 물의 부활을 돕는 도우미들인 셈이다.
그 한 예가 이번 남가주 오렌지카운티 수자원국(OCWD)의 획기적인 정수사업이다. 물이 부족한 남가주는 오랜 동안 콜로라도 강과 북가주 델타에서 물을 공급받아 왔다. 그런데 콜로라도 강이 급속도로 말라 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로키산맥의 적설량이 대폭 줄어든 까닭이다. 후버댐을 막은 미 최대 인공호수 미드호의 저수량이 절반도 안 된다. 2021년까지 저수지가 바닥나고 라스베가스의 물 공급이 끊길 것이란 예측이다. 남가주 몫은 더 줄어들고 있다.
올 초 오렌지카운티 수자원국은 혁명적인 시도를 꾀했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폐수를 첨단기술로 처리해 생수로 부활시킨 것이다. 약 5억 달러를 들여 미세 필터와 역 삼투압 정수공정, 그리고 적외선 살균시설을 설치 하루 7,000만 갤런의 생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1년에 14만 가정이 해갈을 면한다.
사람들의 거부반응이 없는 게 아니다. 폐수를 어떻게 마실 수 있느냐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상 모든 물은 궁극적으로 재생된 물이다. 물이 스스로 부활할 기회를 박탈한 인간들에게 남아있는 길은 별로 없다. 그나마 조물주께서 주신 지혜로 물의 재생을 기술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다행이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심이 틀림없다.
김희봉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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