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 보글보글
어린 시절 흰 눈이 쌓인 시골에서 손과 귀가 찬바람에 꽁꽁 언 것도 모른채 마냥 뛰어 놀다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가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내놓으시던 청국장. 처음엔 코를 찌르는 냄새가 싫어 투정도 하지만 어느새 밥 한 공기가 부족할 정도로 입맛을 사로잡았던 추억이 싫지 않은 것은 인스턴트 식품과 서구식 식생활에 동화된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고향의 맛’이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콩에 많이 함유된 사포닌 식이섬유는 유해성분을 흡착해 독성을 약하게 만들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
우리 음식에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면서도 영양분도 전혀 손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찾아낸 발효 음식 역시 우리 음식문화와 과학의 접목인 셈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순박한 정서가 묻어 있다.
자연의 맛을 담은 발효 음식 중에는 김치와 젓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요즘같은 초 봄에는 단연 청국장이 으뜸이다. 보글 보글 끊는 것을 보노라면 절로 입맛이 다셔진다.
햄버거와 피자에 입맛을 빼앗긴 아이들은 냄새에 질겁을 하겠지만, 고향의 맛과 정취를 그리워 하는 한인들에게 청국장은 여전히 어머니의 맛이자 고향의 냄새다.
청국장 특유의 냄새는 콩이 발효하면서 생기는 세균분비의 일종인 바실러시균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신기한 것은 냄새는 고약하지만 구수하면서 오묘한 청국장의 깊은 맛은 일단 먹기 시작하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을 만큼 깊게 빠져들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른 봄에는 긴 겨울을 보낸 체내에 독소가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해독작용이 탁월한 청국장을 먹기 딱 좋은 시기다.
최근에는 청국장이 각종 위장병과 당뇨병 등에 효과가 탁월하고, 콩에 함유된 사포닌이 암을 예방하며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노화도 방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냄새를 최소화 시켜서 청심환처럼 동그랗게 만든 영양보조제 형식의 청국장, 물이나 요구르트 등에 타 먹는 가루 청국장, 간식처럼 즐기는 청국장 초컬릿 등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우리 조상의 깊은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타운에도 영양 보조제 형식의 다양한 종류의 청국장이 선보이면서 이른바 ‘청국장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못 생겼고, 냄새도 고약하지만 맛이 좋은 청국장. 각종 위장병 및 성인병의 특효약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식지 않는 청국장을 알아봤다.
발효가 빚은 그윽함“이 맛이야”
■청국장의 효능
대체 뭐가 그렇게 몸에 좋다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혈압과 당뇨병, 위장병에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각종 성인병과 골다공증, 빈혈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국장의 효능을 알아보자.
△노화 방지: 청국장 속에는 콩기름의 산화를 방지해 주는 비타민 E, 즉 토코페롤이 듬뿍 함유돼 있다. 토코페롤의 항산화 작용으로 콩기름 속에 있는 리놀산이나 리놀레산이 과산화물이 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노화를 방지한다.
△당뇨병 예방: 청국장의 발효균은 당뇨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비타민 B2를 대량 생성한다. 또한 식이섬유가 많아 혈당치 상승을 느리게 해 당의 분해나 흡수를 부드럽게 해 준다.
△콜레스테롤 저하: 청국장에 다량 함유돼 있는 레시틴은 혈액 속에서 세포 또는 혈관 벽에 부착되는 악성 콜레스테롤을 혈액 속으로 녹여내려 노폐물로서 몸 밖으로 배설하도록 돕는다. 또한 혈액순환을 도와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위장병 예방: 청국장의 살아있는 각종 효소와 청국장균은 우리 몸속에서 소화활동을 활발하게 돕고 뱃속을 깨끗하게 청소해 준다. 또한 장내의 젖산균의 작용을 돕고 위장내의 유용 미생물의 균형을 이루게 해 설사나 장염, 변비 등을 막아준다.
△고혈압 예방: 청국장에 있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프로티세라는 효소는 우리 몸에서 혈압을 조절하는 안지오텐신 변화효소 물질의 작용을 막아줘 혈압을 정상화 시킨다.
△항암 효과: 콩에 많이 함유된 사포닌과같은 식이섬유는 유해성분을 흡착해 독성을 약하게 만드는 작용이 있다. 음식물 속 혹은 체내에 있는 발암물질 등을 희석시키고 단시간에 배설시킨다.
■청국장의 유래
청국장을 먹을 때마다 “도대체 이런 음식은 어디서 누가 어떻게 발명한 것일까”란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청국장의 어원은 청나라의 누룩 같다고 하여 청국장으로 불려지게 됐다는 설이 있고, 혹은 전쟁터에서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이라 하여 ‘전국장’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청국장의 주 원료인 콩은 고구려와 발해의 땅인 만주를 포함한 한반도 북부가 원산지로 알려졌다. 이곳에 거주하던 기마민족들이 가장 먼저 콩을 이용했는데, 쉽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콩을 삶아서 말 안장 밑에 넣고 다녔다.
조선시대의 ‘증보산림경제’에서는 “대두를 잘 씻어 삶은 후 볏짚에 싸서 따뜻하게 사흘간 두면 실이 난다”며 청국장 만드는 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청국장은 이후 ‘낫또’(natto)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전해졌으며, 중국 서역 지방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부탄과 아프리카까지 퍼져나가게 됐다.
해독작용 탁월 최고의 웰빙식
청국장과 두부 등을 넣고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인 청국장찌개는 냄새만 괜찮다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도 별미다. 삶은 콩을 발효시킨 청국장은 냄새는 강하지만 구수한 맛이 입맛 돌게 만들 것이다.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선씨의 청국장 찌개 레서피와 청국장 담그는 방법을 소개한다.
청국장 찌개 끓이기
재료: 쇠고기 양지머리 100g, 배추 1/6포기, 두부 1/4모, 풋고추 2개, 대파 1뿌리, 청국장 5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소금 약간, 물 5컵
만들기: 쇠고기는 양지머리를 준비해 납작하게 저며 썬 뒤 냄비에 담고 물을 부어 끓인다. 쇠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넣어도 좋다. 배추김치는 속을 털어내고 1인치 길이로 썰고, 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도톰하고 네모지게 썬다. 풋고추는 반 갈라 송송 썰고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쇠고기가 익으면 김치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청국장을 덩어리지지 않게 풀어 넣는다. 김치가 익기 시작하면 준비한 두부와 고추, 대파, 마늘을 넣고 간을 맞추면서 끓인다.
****청국장 집에서 담그기
흰콩을 불려 메주 쑤듯이 무르게 삶은 후 건져 나무상자나 소쿠리에 담아 보자기를 씌운다. 바닥에 부대자루를 깔고 따뜻한 곳에 놓고 담요를 덮어 2~3일간 두면 끈끈한 진이 생긴다. 잡균이 번식되면서 냄새가 나는데 이를 찐 뒤 소금과 다진 생강, 다진 마늘, 굵은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 청국장은 너무 오래 끓이면 영양이 줄어들므로 국물을 먼저 끓이다 나중에 청국장을 넣는다.
구수한 맛의 청국장은 고혈압과 당뇨, 각종 성인병 예방에 탁월하다. 할매집의 인기메뉴 청국장은 잃었던 입맛을 살려주는 별미다.
타운내 유명 청국장집
▲올림픽 청국장
식당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곳의 간판 메뉴는 청국장이다. 냄새가 심하지 않으면서 시골을 연상시키는 구수한 맛의 청국장을 즐길 수 있다. 2528 W. Olympic Blvd #104, LA (213)480-1107
▲남원골 추어탕
추어탕과 함께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청국장이 간판메뉴. 전라도 손맛이 느껴지는 겉절이와 게장, 홍어회 등 남원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깔 나는 반찬들도 인기다. 3623 W. Pico Blvd., LA (323)733-5700
▲예예
예예는 자연 발효한 콩으로 삶아 만든 청국장을 자랑한다. 실내온도와 바깥 온도를 고려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만들기 때문에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946 N. Western Ave., LA (323)465-9090
▲할매집
할매집의 구수하면서도 정겨운 청국장은 그윽하면서도 깊은 맛에 잃었던 입맛이 고스란히 되돌아와 줄 기세다. 정갈한 반찬도 입맛을 돋운다. 3122 W. 8th St., LA (213) 385-0655
▲이밖에 청국장 구입하기
TV 홈쇼핑 코리아(www.tvhsk.com)는 검은약콩 서목태효소 청국장과 검은약콩 청국장을, 라디오 홈쇼핑 코리아(www. radiohsk.com)는 생메디 청국세트 등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양보조제 형식의 청국장을 선보이고 있다. 문의 TV 홈쇼핑 코리아 (888)388-0001, 라디오 홈쇼핑 코리아 (888)488-1004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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