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전문 사진사 고용 멋지게 촬영해 자랑 ‘새 트렌드’
건축이나 디자인 잡지에 소개된 집은 언제고 특별히 취급된다. 그리고 그 집 주인들은 그 증거물인 잡지를 커피 테이블 위에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놓아두면서 특별한 기쁨을 느낀다.
요즘은 자기 집과 집에 대한 사랑을 다른 방법으로 과시할 수 있다. 저명 사진작가를 고용해 멋지게 사진을 찍어 두는 일이다. 그 편이 어떤 면에서는 잡지에 실리는 것보다 더 낫다. 현관 입구나 벽난로 위에 미술작품처럼 걸어두거나 책으로 장정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 장정해 두거나 집에 미술작품처럼 전시
촬영에 3천5백달러·책 만드는데 또 3천5백달러
저명한 사진작가 초빙땐 수만달러 비용 들기도
‘배니티 페어’ 잡지와 저명 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사진작가 타드 이벌도 마사 스튜어트와 빌 클린턴을 포함한 수많은 저명인사들의 위촉을 받아 그들의 집과 사무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고객들은 그가 자기들의 집을 실제 그대로, 동시에 실제보다 더 낫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랐다.
건축 전문 사진사로 1930년대 이후의 미국 건축을 기록해 온 시카고 회사 ‘헤드릭 블레싱’의 주인이기도 한 존 밀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주택 소유주들의 위촉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부틱 부동산회사 디지/페너 & 파트너스의 조지 페너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잡지보다는 그 집 벽에 집의 사진이 걸린 것을 더 인상 깊게 본다고 말한다. “사진이 집의 이미지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팔 때도 유리하다”고 페너는 단언한다.
유명한 건축사진 작가인 엘리옷 카우프먼은 집을 사진으로 찍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보고 최근 ‘레거시 에디션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는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가장 좋아하는 공간 등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고객과 인터뷰도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종합해서 손으로 장정한 커피 테이블용 책 한권을 만들어준다. 어떤 손님은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집마다 각각 책을 한권씩 만들었다. 그의 수고료는 하루 촬영비 3,500달러부터 시작해 책으로 만드는데 또 3,500달러가 더 드는데 작업시간이나 장소의 숫자 등에 따라 거기서 더 올라간다.
샌디와 스티브 페리바인더 부부가 뉴욕의 아파트에 걸어 두고 있는 타드 이벌이 찍은 옛집 사진.
그의 고객 중 한 사람인 로라 본(67)은 뉴욕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실내장식가로 카우프만에게 펜실베니아에 있는 시골집과 뉴욕의 아파트 2채를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더 일찍 집을 사진 찍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동안 남편과 함께 8번 이사하며 산 집 가운데 다수가 디자인 잡지에 게재됐었지만 잡지는 윤이 나는 수제 장정 책만큼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본은 “궁극적으로 큰 커피 테이블에 내가 살았던 모든 집들을 챕터별로 구분한 사진집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7만5,000달러까지 드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진작가를 고용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건축상 중요한 주택을 구입하거나 철저하게 수리를 했을 경우가 많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데이나 가먼(35)과 제임스 제이콥슨(36) 부부가 사진 한 장이 1만달러 이상에 팔리는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97)을 고용한 것도 1952년에 건축가 퀸시 존스가 디자인한 집을 대대적으로 복원했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사진을 촬영하며 이 부부에게 로스앤젤레스 역사상 유명한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 슐먼이 찍어준 이미지를 보면서 “우리가 사진을 찍어둘 만한 가치가 있는 집에 사는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가먼은 말했다. 이들은 그 사진들을 집안에 많이 걸어둘 계획이다.
그렇게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도 괜찮다. 조지아주 사바나에 사는 줄리아와 맬컴 버틀러 부부는 최근 1852년에 지어진 타운하우스의 수리를 끝내고 곧 사진사를 불렀다. “아이들의 초상 사진을 찍어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집의 사진도 찍고 싶었다”고 버틀러는 말했다.
사바나에서 투자관리 회사를 운영하는 버틀러 부부는 3년 전에 산 이 집을 2년에 걸쳐 수리하면서 19세기 건축에 현대성을 불어넣으려 애썼다. 수리 과정을 모두 스냅 샷으로 찍었지만 전문 장비도 없고 안목도 없었기 때문에 사바나에서 상업광고 사진을 주로 찍는 에릭 프라인을 고용했다.
이 부부는 그가 찍은 사진 중 집이 빛나는 것 같아 보이는 매우 멋진 것 하나를 현관에 걸어두고 있다. “우리 집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나 이 사진에 대해 언급하죠. 예술작품 같아요. 이 사진을 보면 누구나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합니다”
프라인은 사진에 손질을 많이 한다. 거리의 쓰레기통이나 전신주 같은 것은 눈 깜빡할 사이에 없앨 수 있다. “고객들은 자기 집이 가장 멋있어 보이기를 원하니까 모든 면을 세세히 수정하죠”
샌디 페리바인더는 지금 살고 있는 뉴욕의 아파트에 4년 전 사진작가 타드 이벌이 찍은 뉴욕주 사가포낵 소재 주택의 사진 3점을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있다. 동네 자선경매에서 사진 촬영에 당첨돼 찍었던 것인데 1969년에 노먼 재피가 설계해 완공된 이후 여러 잡지에 사진과 함께 소개됐지만 화재와 바닷물에 침식된 것을 복원해 놓은 집이었다. “이 사진만 보면 현대적이고 추상적이고 아름다웠던 그 집이 생각나요. 가족들이 놀러 오면 언제나 사진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면 모두 그곳의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