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뉴욕 차일드센터 아시안 상담 클리닉 임상심리치료사)
최근들어 내가 일하는 상담 클리닉에는 자녀 양육문제로 힘들어 하는 한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자녀가 혼자서 공부와 숙제도 잘 하고, 동생과 소리지르며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고, 컴퓨터와 비디오 게임에도 너무 빠져있지 않고, 자기 방 청소와 옷 입기도 잘 하고, 말대꾸하지 않
고 고분고분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말 안 듣고 반항하며 폭력적이고 자녀들을 인내하며 양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소리도 지르고 무섭게 혼내기도 하며, 간혹 심한 벌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면서 “힘이 빠져서 그만 둬버릴까?” 하고 혼잣말도 해 본 적도 있을 것이고, 아이들을 심하게 대하고 나서는 “난 좋은 부모가 아니야”라고 죄책감을 가져본 적도 있을 것이다.이런 부모들의 한결같은 질문은 바로 “어떻게 하면 말 안듣는 아이들을 때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양육할 수 있을까”이다. 자녀 양육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없겠지만 몇 가지 양육 방법들을 터득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부모가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 부모도 사람이기 때문에 화를 낼 수도 있고 불안할 수도 있다. 자제력이 있다는 말은 무조건 참는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잘 아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을 인식하고 그것을 수용해서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자녀가 문제가 있을 때 부모가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
결하려들면 부모 자신은 “내가 왜 이랬을까?” 하면서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갖게 된다. 또한 자녀는 두려움이나 분노를 갖게 되고, 자신이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지 못하게 되며,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부모가 하는 똑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 있다.
상담을 하면서 한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잘 하려면 자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이렇게 반문했다. “아니, 정말 화가 나는데 어떻게 매번 참고 자제할 수 있냐구요”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분노나 불안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감정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제력을
갖는다는 의미이다.어떤 남자 중학생은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아왔는데 모든 과목에서 90점 이상을 받았다. 늘 그 이하의 점수만 받다가 갑자기 좋은 점수를 받아오자 부모는 한동안 기뻐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자녀가 성적표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화가 난 부모는 자녀를 데려다가 심하게 혼내고 종아리를 10대 정도 때렸다. 결국 부모는 아동학대로 경찰에 체포되고 아이는 아동국이 데려가서 위탁양육모가 기르도록 했다. 이 일로 부모는 큰 곤란을 겪어야 했고, 또 아이도 심한 심리적인 충격을 받아 정신치료까지 받게 되었다.
위의 예에서 부모가 분명 화가 날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 화를 자제하지 못했을 때 엄청난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그러면 어떻게 자제력을 기를 수 있을까? 우선 자녀들 때문에 심하게 화가 났을 때에는 크게
심호흡을 몇번 한 후 자신에게 반문해 본다. 내가 화를 참지 못해서 심하게 혼내고 체벌하면 어떤 결과가 오게 될까? 그것이 늘 부정적이고 불편한 것이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 감정을 다스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인식을 조정하는 방법이다. 위에서는 부모가 공격적이고 비합리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자녀가 부모를 우습게 여기고 고의적으로 속이려는 나쁜 행동을 했다’는 인식이 결국 체벌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부정적인 인식을 조정하고 반박해야 한다.
이렇게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아이가 부모를 우습게 여기려던 것이 아니라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었다’ 또는 ‘부모 자신이 너무 성적을 강조하다 보니 아이가 성적에 대한 심한 부담감을 느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되다 보면 또 다른 종류의 결과가 초래된다. 즉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결과이다. 자녀를 한 번 안아줄 수도 있고, 부모가 너무 성적을 강조한 것을 사과하고 반성할 수도 있다. 조용히 차분하게 성적을 위조한 것을 타이를 수도 있다.
자녀 양육에 왕도가 없겠지만 불만족스러운 자녀의 문제점들을 자제력을 갖고 대응하다 보면 효과적으로 자녀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자녀로 하여금 자신들의 문제를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며 부모 자녀간의 대화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