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지난 14일 시카고 소재 노던 일리노이 대학 교내에서 또 총기사건이 발생해 범인을 포함, 6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여러 명이 중상을 당해 다시금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주말 시카고의 여러 교회들은 총기사고로 희생당한 학생들을 추모하는 예배를 드렸고, 지난해 4월 16일 사상최대의 교내 총기사건이 일어나 33명이 사망한 버지니아 공대에서도 또 다시 발생한 총기사건을 가슴 아파하며 추모 촛불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한인 2세 조승희 군이 저지른 버지니아 텍 총격사건은 블룸버그 통신을 비롯한 미국의 언론들이 일제히 2007년도 미국 내 10대 뉴스 중 톱 뉴스로 꼽았다. 교내 총기 사건을 이라크 전쟁이나, 서브 프라임파동, 주택시장 붕괴, 경기의 침체 뉴스보다도 우선해서 톱뉴스로 뽑은 것이다. 그 이유는 전쟁이나 경제보다도 매일 학교에 가는 자녀들이 저녁에 무사히 귀가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다.부모들은 학교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혹시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아닌가, 혹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안전한가 하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1999년도에 발생한 최악의 고등학교 총격사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생 패거리들에 의해서 14명의 학생과 한 명의 교사가 숨진 콜로라도 주의 컬럼바인 고교생의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이란
나라 전체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사건 후 당국은 무슨 대책을 세웠던가? 아무런 대책 없이 이 사건이 우리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질 무렵, 지난해 버지니아 공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고 또 이번에 노던 일리노이대학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다시금 교내 총격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가 놀랐고 미국이 놀라고 슬픔과 충격 속에 휩싸였다. 언제까지 이런 사건으로 놀라기만 하고 방치해야 하는가! 사고가 날 때 마다 미국사회는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총기규제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아무런 결과 없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접어지고 말았다. 다음 사고가 일어날 때 까지…
지난 2002년도에 방영된 MBC스페셜 ‘미국을 말한다’에 의하면 미국이 매년 총 때문에 치르는 사회적 비용은 자그 만치 13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온갖 사고에 따르는 의료비, 보안장치, 금속 탐지기 등에 소요된 비용에다 정신적인 손실은 계산도 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술이나 담배 사기보다도 총을 구입하는 게 더 쉬운 나라, 이 미국에서 안전하게 자녀를 지키는 길은 없을까? 부모들은 효과적으로 총기규제를 하지 못하는 당국을 원망하지만 결국은 무기업자들의 힘에 눌려 아무런 대책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전미 총기협회 NRA (National Rifle Association)의 강력한 로비 때문인지 개인의 자유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총기소지 규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 총기소지를 근본적으로 막겠는가? 무차별로 무고하게 희생되는 어린 생명들의 피 값은 누가 치를 것인가? 아니면 모든 학생들에게 방어용 총기소지를 의무화하던지, 당국은 외면하지 말고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9.11사태 이후 공항과 공공건물들은 첨단 보안장치를 들여놓고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아니냐는 불평도 있지만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렇다면 학교에도 이러한 장치를 해서 불법 무기 소지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공항처럼 하진 않아도 크게 표시 안내면서 총기소지를 점검하는 첨단장비를 학교마다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는 가끔 타지만 아이들은 학교엘 매일 간다. 학교는 공포의 장소가 아니라 안전과 배움의 성전이다.
교내 총격사건의 여파는 다른 사건보다도 그 여파가 매우 크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나아가서는 미국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사실을 정부는 왜 모르는 척 외면하는가. 나라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저 수천마일 떨어진 남의 나라에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를 먼저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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