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나 이집트까지는 말고 우리의 5천년 역사와 비교해 보더라도 미국은 젊은 나라다.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과 떨어져 나와 새 나라를 세운 것이 불과 200여년전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의 역사는 짧지 않다. 연방 헌법 하에 양당 정치를 이토록 오래 해온 민주 국가는 오직 미국뿐이다.
물론 미국이 완전무결한 민주주의 체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은 초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엘리트들의 밀실 모임에서 해왔다. 인디안 원주민들이 자기네 추장들의 이러한 밀실모임을 ‘코커스’라고 불렀다. 백인들도 이에 따라 밀실 정치모임을 ‘코커스’라고 칭하게 되었다.
1829년 앤드루 잭슨이 대통령이 되면서 자기 정치 추종자 모임을 민주당이라고 개명 하면서 민주당이 출범했다. 신당 형성과 함께 ‘코커스’에 의한 대통령 후보 방식도 개혁됐다. 그것이 오늘의 대통령 후보 예선 제도로 발전된 것이다.
지난 5일 미국 24개 주에서 대통령 예비선거와 코커스가 치러진 소위 ‘수퍼 화요일’ 투표 결과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자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매케인은 공화당에서 독자 노선을 걸어온 개혁 정치인이다. 그는 또 해군 파일럿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까지 되었던 베테랑으로 그의 애국심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다.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어 누가 대선 후보가 될지 아직 불투명하다. 오는 8월 덴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까지 가 봐야 결말이 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매케인의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대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 이유는 우선 개혁성에서 두 후보가 별 차이가 없다. 이라크전과 증병을 적극 지지한 매케인과 이라크 전을 일단 지지한 전력이 있는 힐러리가 안보정책 면에에 차이점을 부각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안보정책에서 두 후보가 대동소이 할 때 민주당의 백인 남성들이 공화당 매케인 쪽으로 몰릴 수 있다.
그러나 힐러리의 강점은 흑인 여성을 제외한 여성 파워와 라틴계 유권자들이 뒷받침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힐러리 이점은 의료 보험안을 비롯한 제반 정책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다. 한 논평가가 “만약 시험 쳐서 대통령을 뽑는다면 힐러리가 만점 받을 것”이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캠페인 기간 중 어떤 역할을 하느냐도 중요할 것이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캠페인 운동가’로 꼽히는 그가 힐러리에게는 가장 큰 자산임에는 틀림없으나 또한 과거 집권 동안 그가 휘말렸던 숱한 스캔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빌 클린턴 8년에 힐러리 클린턴 8년은 너무 길다는 여론도 부담스럽다.
반면 매케인과 오바마가 본선에서 붙을 경우 두 후보의 차이는 현저하다. 우선 나이 격차가 24년이다. 아들과 아버지의 나이다. 오바마의 카리스마, 젊음, 하버드 법대출신의 엘리트 교육 배경은 미국 정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고 있다. 오바마는 처음부터 이라크 전을 반대했다. 이것이 매케인과 다른 점으로 부상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비전과 상징의 대결이다. 이 점에서 보면 케냐인을 아버지로, 인도네시아 인을 의붓아버지로 둔 오바마가 주요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 역사가 뒤바뀌는 대사건이다.
올 미국 대선에서는 20여년간 지배했던 보수정치가 후퇴 양상을 보일 것이며 공화당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적극적인 국가 역할의 부활, 의료보험 정책에 획기적인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는 민주당 쪽이 더 유연성을 보일 것이나 이명박 정부로서는 안보 지향적인 매케인과 손발이 더 맞을 것이다.
우리는 소수 민족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차세대에게 인종 차별 없이 마음껏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국을 몰려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바마를 각별히 고려해야 하겠다. 오바마는 불가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미국의 희망을 상징한다. 200년이 넘는 미국 민주주의의 꽃은 이처럼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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