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개닉 아네모네’ ‘서티파이드 로즈’…
먹는 것도 아니고, 옷이나 비누처럼 사람 피부에 직접 닿거나 문지르는 것도 아닌 꽃에도 오개닉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까지는 오개닉 과일이나 야채에 비하면 매출이 훨씬 떨어지고 있지만
환경적으로 올바른 꽃을 취급하는 곳은 점차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 다운타운의 작은 꽃 판매대 ‘보니 둔 가든 컴퍼니’에는 지난 주부터 밸런타인스 데이를 위한 게시판이 걸렸지만 내용을 보면 로맨스와는 관계가 없다.
빨강과 진분홍 아네모네는 ‘오개닉’이고 야구공만한 크기의 에콰도르산 장미는 ‘서티파이드’, 인근 농장에서 가져온 장미에는‘로컬리 그로운’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다.
아직 비중 작지만 전문점 등장·소매체인 확산
일반 꽃에 비해 가격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
인조 살충제 비료 사용안해 환경단체들 ‘환영’
밸런타인스 데이에 쓸 장미를 사면서 그 꽃이 살충제를 뿌려 키운 것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보니 둔’ 같은 꽃가게는 2003년에 문을 열면서부터 손님들에게 그 점을 생각해 보라고 해왔다. “처음엔 ‘이 사람이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최소한 생각은 해보는 것 같아요. 40% 정도는 ‘먹지도 않을 텐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죠” 가게 주인 테레사 사반카야의 말이다.
오개닉통상협회에 따르면 2006년의 오개닉 식품 및 음료의 매출은 170억달러였으나 연 매출 210억달러 규모인 꽃 중 오개닉이 차지한 것은 1,9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은 www. organicbouquet.com 같은 웹사이트나 ‘보니 둔’ 같은 작은 꽃집, ‘샘스 클럽’ 같은 대형 소매업체, 꽃 배달 네트웍 FTD등이 모두 환경적으로 합당한 꽃을 취급한다.
그와 함께 환경친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가고 있는 다른 업계들과 마찬가지로 화훼업계에도 환경적으로 올바른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꽃을 인조 또는 유독성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오개닉’으로 키워야 할 것인지, 아니면 꽃을 키우고 자르는 인부들을 안전하게 일하게 하고 급료를 후하게 지불하는 ‘페어 트레이드’를 강조해야 할 것인지, 소비자들에게 먼 곳에서 비행기나 트럭으로 날라오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키운 것을 선호하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자른 꽃의 79%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같은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 수입된다. 그러나 국제노동권 포럼의 노라 펌에 따르면 유독성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농사법을 채택하고 있는 꽃농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살충제로 인해 두통, 발진, 비정상아 출산 같은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일꾼들의 작업 건강 및 안전 조치에 신경을 쓰는 농장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독성이 덜한 살충제를 쓰는 것만으로도 환경및 농부들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펌은 말한다.
소비자들이 과연 이 문제에 눈을 뜨고 열정을 갖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천연자원방어협의회 같은 큰 환경 단체들도 꽃을 자신들의 아젠다에 추가시키고 대중들에게 꽃집, 식품점 및 기타 꽃을 판매하는 곳에서 친환경 레이블을 단 꽃을 찾을 것을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그 레이블들은 강조하는 점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꽃에 등장하기 시작한 레이블을 발행하는 두 단체인 ‘페어 트레이드’와 ‘베리플로라’는 감사 대상 농장들에 엄격한 환경 및 노동 기준을 적용하지만 오개닉이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살충제 사용을 제한하고 일꾼들에게 공정한 급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페어 트레이드’의 경우 탁아 같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도 요구한다.
유독성이나 인조 살충제 또는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키운 것임을 정부가 인증하는 ‘USDA 오개닉’ 레이블을 단 꽃은 ‘파머스 마켓’이나 organicstyle.com 같은 온라인 배급업자들 아니면 찾기 힘들다. 오개닉 꽃은 존재는 하지만 투자와 기술 보조, 해충 및 질병 통제 방법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장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FTD도 간혹 꽃송이가 더 작고 흠이 있는 오개닉이 아니라 꽃의 품질도 보증하는 ‘베리플로라’에서 인증받은 꽃을 취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개닉이나 환경친화적으로 키운 꽃과 그렇지 않은 꽃을 눈으로 봐서 구별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과일, 야채와 달리 오개닉 꽃은 가격도 살충제를 잔뜩 줘서 키운 꽃들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비쌀 뿐이다. 사실 환경을 의식하며 꽃을 사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멀리서 비행기나 트럭으로 운반된 꽃을 사는 일이라 ‘플라워 컨피덴셜’이란 책을 쓴 에이미 스튜어트는 인근 지역에서 키운 꽃을 사는 것이 첫번째 할 일이라고 말한다.
소매업자와 재배업자를 망라하는 미국플로리스트협회의 피터 모랜 회장은 아직 아무런 인증을 받지 않은 재배업자들도 보다 환경 친화적인 농법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하는데, 미국 최대의 꽃재배업자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왓슨빌 소재 ‘캘리포니아 파하로사 플로랄’ 농장도 이미 해충 구제에 천적을 사용하는 등 환경친화 농법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베리플로라’ 인증을 받는데 필요한 모든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10만달러 정도를 더 투자했다.
그런가하면 이것을 명분 삼아 창업을 하는 이도 있다. 지난 12월 뉴욕의 웨스트 빌리지에 오개닉 및 환경친화적으로 재배된 꽃을 파는 ‘가드니아 오개닉’이라는 꽃집을 낸 해나 링은 영국에서 경영 자문을 하다 “환경친화 재배를 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겠다”며 저금통을 털었다.
샌타크루즈의 사반카야는 궁금해 하는 손님들로부터 e메일을 항상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 한 사람인 케런 월로위츠(28)는 5월 초에 열릴 자신의 결혼식에 쓸 오개닉 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살 형편은 못돼도 파머스 마켓에서 오개닉 식품을 사 먹고 오개닉 꽃을 사서 꽂음으로써 지구에 해로움를 덜 끼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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