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세간살이나 대형 RV등 보관
레크리에이션룸으로 꾸며 파티 열기도
살다 보면 자꾸 쌓이는 이런 저런 물건들이 있다. 꼭 필요하지도 않고 자주 쓰지도 않지만 버릴 수는 없고 집안이나 차고에 둘 수도 없는 물건들을 자가 저장 창고를 빌려서 보관하는 이들이 많지만 요즘은 콘도미니엄처럼 소유하는 창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다호주 포스트 폴스에 사는 마이클 헌트는 낚싯배와 ‘머세이디즈’ 컨버터블에 방수포를 씌워 집 옆에 세워두기도 싫증나고 비장의 RV마저 두어해 겨울을 집밖에서 나며 서서히 결딴이 나자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차고에 아무 것도 더 넣을 틈이 없는 집을 팔고 더 따뜻한 곳으로 이사하거나 아끼는 자동차와 배를 파는 대신 그는 집에서 몇마일 떨어진 쾨르달렌에 있는 창고 콘도를 구입, 모든 걸 한 곳에 모아 놓았다.
그리고 창고 콘도를 하나 더 구입해서 자신의 집안 사무실과 비지니스 서류들을 옮겨 놓았다. 11만9,000달러를 들이고 3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창고는 별장이 됐다. 자동차들을 보관하고 있는 그 곳에 아이들과 함께 가 게임도 하고, 일도 한다.
헌트가 소유한 쾨르달렌의 ‘거라지 타운USA’ 창고 유닛 같은 것은 주택처럼 매매되며 케이블 텔리비전, 고속 인터넷, 개별 온도조절 장치에 클럽하우스까지 갖추고 있다. 큰 것은 2,000스퀘어피트짜리까지 있는 이 큰 창고에는 스포츠카와 스키 장비 같은 것의 보관은 물론 당구대를 놓거나 개인 체육관을 차려 놓은 사람도 있다. 헌트의 경우에는 야구 연습장까지 설치했다.
이 거라지들은 바깥에서 보면 산업단지의 웨어하우스를 닮았지만 각 유닛의 안을 들여다보면 화랑 같기도 하고 오락실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유닛에서 텔리비전으로 풋볼 중계를 보거나 클럽하우스에서 포커 게임을 하며 다른 콘도 주인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쾨르달렌의 클럽하우스에는 대형 TV와 가죽 소파가 화강암으로 카운터탑을 장식한 주방 옆에 놓여있다. 지난 9월에는 케이터러를 불러 한 유닛에는 음식을 차려 놓고 다른 유닛에서는 와인 시음, 또 다른 유닛에서는 디저트를 서브하는 파티도 열려 2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자정 넘어까지 놀았다. 여름에 바베큐를 하는 이들도 있다.
셀프 스토리지 유닛은 미국의 어느 곳에나 있지만 대부분은 렌털이다. 콘도로 판매되는 곳은 대체로 별장이나 유원지, 또는 겨울이 아주 추운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의 ‘에어포트 거라지즈’ 같은 곳은 작은 공항 근처 유닛을 판매한다. 별장 주인들이 비행기, 자동차, RV, 월동장비등을 보관하기에 좋다. 오하이오의 ‘스토리지 콘도미니엄’은 보트와 RV를 이리호 인근에 보관하고 싶어하는 타지인들을 위해 디자인됐다. 애리조나주 유마의 ‘프리미어 스토리지 콘도미니엄’은 겨울철 여행 목적으로 애리조나에 RV를 두고 싶어하는 RV 주인을 위한 것으로 60피트 너비의 드라이브웨이와 덤프 스테이션, 긴 주차공간을 제공한다.
아이다호주 쾨르달렌에 있는 마이클 헌트의 ‘거라지타운 USA’ 스토리지 유닛 내부.
이제는 맨해턴의 3배를 충분히 넘을 정도의 면적이 된 셀프 스토리지에 이처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남에 따라 대여회사들도 편의시설들을 확충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뉴베리 팍의 대여 시설인 ‘할리웃 스토리지 센터’는 벽에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고 포도주 시음실, 주방과 우체국까지 갖추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면 무료로 산타 클로스와 사진도 찍고 코코아와 초컬릿 칩 쿠키도 먹을 수 있다.
30만스퀘어피트 면적의 이 스토리지를 소유하고 있는 제이 선들러는 “여기서 신나는 행사들을 많이 벌여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올수록 더 많은 유닛을 대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기분이 좋아진 사람들이 이곳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러 오고 싶어질테죠”라고 말한다.
콘도식 창고는 단순한 철문에 콩크리트 바닥부터 에폭시 바닥에 중이층을 짜넣은 것까지 다양하며 가격대는 6만8,000달러~20만달러 정도다. 쾨르달렌의 ‘거라지타운’은 5만7,000달러부터 8만5,950달러짜리까지 있다. “자기 집에 창고 건물을 하나 짓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힌다”고 셀프 스토리지 시장을 추적하는 ‘쿠시먼 웨이크필드’사의 크리스 손 전무는 말하는데 그래서 창고 콘도를 구입한 사람들도 많다. 집을 줄여 이사했기 때문에 지하실이나 차고가 좁아진 사람도 있고 집안에 따로 창고나 작업장을 짓지 못하는 동네에 사는 이도 있다.
안젤라와 션 퀸 부부가 그랬다. 5에이커나 되는 집에 살다가 여러 가지 제한이 많은 신규 개발지역으로 이사오고 보니 당장 모터사이클과 보트, 제트스키, 컨버터블 자동차를 둘 공간을 찾아야 했다. 결국 960스퀘어피트짜리 ‘거라지타운’ 유닛을 7만달러쯤에 구입했다. “상업용 부동산 값이 하도 올라 이걸 사지 않았으면 다달이 500달러 이상을 렌트비로 낼 뻔 했다”고 안젤라 퀸은 말한다.
이 창고 콘도는 차 세우기가 자꾸 어려워지고 있는 RV 소유주들에게 점점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저 집안을 좀 널찍하게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쾨르달렌에 사는 본다 맨리는 작년 6월에 8만2,000달러에 구입한 1,152스퀘어피트 면적의 ‘거라지 타운’ 유닛에 제트스키와 비지니스 서류 및 용품들을 옮겨 오고 자기 집 차고는 레크리에이션 룸으로 사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