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없이 닥치는 공포, 고혈압
“혈압이 좀 높으시군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소리다. 고혈압 진단을 받는 사람들은 울상부터 짓는다. 한번 고혈압 환자군에 들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이다. 특히나 혈압은 아무리 높아도 아무 증상이 없어 문제다. 고혈압은 심장 근육에 무리가 가게 하고 동맥경화를 유발해 여러 심혈관계 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게 된다. 또 수년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고혈압 역시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장 건강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만성 신부전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고혈압이다. 혈압건강에 대해 구성종합병원의 변성래 내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모르는 사이 진행 조기발견 중요
동맥경화와 만성 신부전증도 일으켜
짜지 않은 음식·규칙적인 운동 필수
■ 고혈압은
아무 증상 없이 수년간 고혈압인데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고혈압 발병 시기도 앞당겨 지고 있어 문제로 지목된다. 변성래 전문의는 “30대 중반에 고혈압 진단을 받는 경우도 늘었다”며 “가족에 병력이 있거나 중년 이상은 자신의 혈압 수치가 건강한 지 한번쯤 꼭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혈압은 심장이 펌프질을 하면서 혈관을 확장하는 것과 혈관수축 시 혈관 벽에 미치는 힘을 재어 알 수 있다. 혈액을 밀어낼 때의 압력인 수축기(최고) 혈압과 심장이 혈액을 밀어내기 직전 한껏 늘어난 확장기(최저) 혈압을 함께 보게 되는데, 좁아진 혈관에 많은 양의 혈액이 심장 펌프 작용으로 돌아다니게 되면 혈압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고혈압은 조기발견이 쉽고, 진단받은 후 운동 및 식이요법으로 관리해 조절할 수 있다.
문제는 혈압이 매우 높아도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것. 초기 고혈압 환자 중 어떤 경우는 두통, 어지럼증, 코피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다른 합병증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며 그 전까지 전혀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고혈압의 원인은 뭘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증명되지 못했다. 미 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따르면 고혈압의 90~95%가 원인 불분명. 대부분의 고혈압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런 고혈압은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 primary hypertension)이라 부른다. 원인을 알 수 있는 고혈압은 5~15%로 2차성 고혈압으로 부르는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신장이상, 선천성 심장 결함 등이 원인으로 수술 또는 약물복용으로 근본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피임약, 감기 치료제, 소염제, 몇몇 처방약 등 약물 사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05년도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매일 500mg 또는 그 이상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등)을 복용한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수년 후 고혈압 발병 확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걸리기 쉬우며 여성은 폐경기 후에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비만, 활동량이 적은 사람, 담배, 소금 함유가 많은 음식, 칼륨 섭취 부족, 지나친 음주, 스트레스 등도 고혈압의 중요한 요인들이다.
■ 그렇다고 너무 수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혈압 수치 알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이라도 시간마다 혈압수치가 다를 수도 있다. 외적 요인도 무시 못 한다. 너무 수치에 얽매이다 보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자연적으로 혈압도 평소보다 오를 수 있다.
변 전문의는 “한번 혈압이 올랐다고 바로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3회 이상 계속 혈압이 높게 나오면 고혈압으로 진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혈압은 늘 같지 않다. 혈압을 잰다고 너무 신경을 쓰게 되면 평소보다 다소 오르게 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다시 내려가기도 한다.
■ 혈압 약 처방을 받으면 평생 먹어야 할까?
혈압약에 대해 공통적으로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많은 한인들이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기보다는 보다 적게 먹거나 임의로 거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약을 먹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의사의 별도 지시가 있기 전에는 자기 맘대로 끊어서는 결코 안 된다.
변 전문의는 “운동과 식이요법, 체중 줄이기 등으로 꼭 약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관리는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먼저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이 먼저다. 비만은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4~5배나 높기 때문이다. 체중을 관리해주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약을 중단할 수도 있다. 운동을 하면 안 쓰던 근육도 쓰게 되고 혈압도 내려간다.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하면서 소금 섭취를 줄인 음식 조절을 하면서 혈압이 내려가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 복용을 중단할 수 있다.
변 전문의는 “고혈압이라도 바로 혈압약이 처방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 따라 3~6개월 정도 식사와 운동조절로 관리하고 그래도 계속 높으면 약물이 처방된다”며 “그러나 혈압이 조절됐더라도 환자에 따라 끊으면 다시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가족 병력이 있다면 좀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약이 필요할 때는 적절하게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에는 수영, 걷기, 유산소 운동 등 심혈관계 운동이 도움 된다. 그러나 역기 들어올리기 등 혈압 급상승 위험이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 운동은 도움 되지 않는다.
■ 저혈압
최고혈압이 평균 100㎜Hg 이하, 최저 혈압은 60mm Hg 이하를 저혈압으로 볼 수 있는데, 다른 질환 때문에 혈압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저혈압은 아주 드물고, 병이라 보기 힘들다.
저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로 심장의 짜내는 힘이 떨어지거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줄거나, 혈관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저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낮은 상태이다. 보통 어지럽다거나 얼굴이 창백한 경우, 기력이 없으면서 혈압이 약간 낮으면 저혈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에 온다.
저혈압이 특별히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특정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만성 저혈압은 동맥경화의 진행속도가 늦어져 평균수명이 10년 정도 더 길다는 보고도 있다. 혈압이 낮으면 어지럽거나, 두통, 늘 힘이 없다거나 손발이 저리다든지 손이 차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뇌는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20% 이상을 필요로 하는데, 충분한 양의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일시적으로 기능장애가 생기면서 어지러울 수 있다. 물론 저혈압이 원인이 돼 어지럼증, 기절, 심장 장애 및 내분비 또는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저혈압으로 심한 출혈이 있었을 경우는 위험하다. 저혈압 환자에겐 영양가가 높은 고단백, 고열량 식사, 체질 개선을 통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 혈압 약에는
-심장펌프 작용을 줄여주어 혈압을 낮추게 하는 베타 브럭커
-혈관 팽창 약
-신장에 영향을 끼쳐 소금과 물을 인체에서 내보내는 소변 이뇨제(Thiazide diuretics) 등이 있다.
혈압은 매우 높아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초기 고혈압 환자는 두통, 어지럼증, 코피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 혈압 수치 알아보기
115/75가 ‘골드 스탠다드’
▲정상 범위: 최고 혈압은 120㎜Hg 미만, 최저 혈압은 80㎜Hg 이하가 정상범위다.
그러나 AHA에 따르면 115/75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115/75는 바로 골드 스탠다드. 전문가들은 115/75 이상 오르면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도 함께 오른다고 경고한다.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sion): 최고 혈압은 120~139, 최저 혈압은 80 ~89. 이 사이 수치를 진단받게 되면 4년 안에 35~64세의 경우는 3명 중 1명꼴, 65세 이상은 2명 중 1명꼴로 고혈압을 진단받게 된다. 또 정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혈관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고혈압 1단계: 최고 혈압은 140~ 159, 최저 혈압은 90~99
▲고혈압 2단계: 최고 혈압은 160 이상, 최저 혈압은 100 이상.
최고 140㎜Hg/ 최저 90㎜Hg 이상은 혈관이 터지거나 막힐 확률이 높으므로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50세 이후에는 고혈압에 흔하게 걸릴 수 있다. 30대라도 가족병력 중에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한 번 재볼 것을 권한다. 40~50세부터는 매년 점검하는 것을 고려한다.
혈관손상·뇌졸중 신장까지 망가져
■ 왜 위험한가
-혈관 손상: 혈압이 높으면 혈액순환도 힘들고 혈액 자체도 걸쭉해질 수 있다. 동맥 경화증을 불러 종국에는 심근경색 등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심장마비: 고혈압에 걸리면 심장 근육도 두꺼워지고, 몸이 요구하는 만큼 펌프하기가 점점 힘겨워진다. 결국은 심장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 뇌 주변 혈관 파열, 원활한 혈액 흐름을 방해해 뇌졸중에 걸릴 수도 있다.
-신장: 신장 주변은 실핏줄 같은 미세한 혈관으로 뒤덮여 있다. 이곳에 혈압이 너무 높으면 실핏줄은 망가지게 되고. 신장 주변 혈관이 좁아지거나 약해지면서 신장 관련 질환에 걸린다. 대개 당뇨에 고혈압까지 있으면 신장이 망가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혈압만 걸렸어도 신장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의 증세에는 당뇨병, 고혈압, 고 콜레스테롤 등이 주요 진단 요소로 뽑힌다. 대사 증후군 역시 심장병, 뇌졸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름진 음식 피하고 건강한 체중 유지
■ 혈압 예방 및 관리
-영양소는 건강하게 골고루. 야채 과일 먹고 기름진 음식은 먹지 않는다. 짜고 매운 음식보다는 간을 싱겁게 하거나 적당히 한다. 싱거운 음식을 먹기 힘들면 식초를 이용한다.
-건강한 체중을 유지한다. 5파운드 정도 줄이면 2mmHg 정도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
-많이 움직인다. 활동이 적은 사람은 활동적인 사람보다 고혈압 발병 확률이 20~50% 정도 높다.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매일 적어도 30분씩 운동한다. 이른 새벽 운동은 피한다.
-되도록 금주한다.
-금연 필수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고혈압 예방이나 관리를 위해 ‘어느 것이 좋다’에 맹신하기 보다는 규칙적인 식생활로 편안한 마음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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