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평(정치학박사/커네티컷 주립대 명예교수)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지난 10년 동안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미 외교는 실패한 외교정책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과연 그랬는가?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한미관계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 당선인은 한미동맹 강화, 미국에서의 한국 이미지 개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시행, 한국에서의 미국인 직접투자 환경개선 등 친미 외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한미 외교의 과제는 지난 10년간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한미협상을 통해 많은 타결이 이루어졌다.
한국은 지난 7년간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부시의 이라크전쟁에도 한국군을 파병했다. 그리고 부시정부가 바라는 FTA에도 한국이 많은 양보를 해서 타결되었다고 한국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인가.부시정부와 한국정부 사이에는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과 견해 차이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부시정부는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3개 악의 축(Three Axes of Evil)이라고 낙인을 찍고 정권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라크정쟁을 시작하여 지난 7년간 1조3,000억 달러의 전쟁비용을 소비하고 수 천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는 수 천억 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에 미국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었다.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불황은 전쟁비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시는 미국 공화당의 3분의 1(33%)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부시정부와 한국정부의 대북인식과 정책은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한국의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전쟁 외투를 벗기고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급급했으며 제1차 정상회담에서 6.15 공동선언을 도출했다. 노무현 정부는 제2차 정상회담으로 10.4 공동선언을 이끌어냈으며 미국의 대북정책과 반대방향으로 나갔다. 부시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는 정반대 방향인 평화공존 정책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북한을 보는 시각은 미국과 한국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대북정책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북한도 동족이고 우리는 한겨례이기 때문에 민족상존의 견지에서 남북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반면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이데올로기, 즉 기독교 복음주의자의
입장에서 북한은 악이고 타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 당선자와 복음주의 기독교인 부시가 의기투합해서 악의 축이라고 인식되
는 북한을 타도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는 시간이 결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
다. 부시의 임기는 일년도 안 남았기 때문이다.
부시는 2008년 1월 마지막 연두교서에서 북한에 대하여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7년 전의
연두교서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부시정부도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NPT에 돌아온다면 북한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북한정부와 외교관계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금년에 미·북한 수교가 이루어질 것인지 다음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 이루어질 것인지 예측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서 북미간의 평화협정이 이루어지고 북미수교가 성사되어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북핵문제의 해결은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 및 10.3합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과제는 지난 해 7월, 1단계 해법을 통해 영변의 핵시설이 동결되었고 5개 실무그룹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 및 에너지 지원이 이루어지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 개선이, 그리고 동북아 안보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2단계 해법으로 영변의 3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련국들의 조치들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의 시각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접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일·러 등 주변국들의 일치된 접근책을 세워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의 장기적인 정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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