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학자인 저스틴 최 박사
전문가들은 명문대 진학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며, 이에 앞서 건강한 정신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저스틴 최 박사, 리차드 손 박사, 김경선씨(박사과정).
#A씨의 사례
우수한 성적 명문대 입학
고교 때부터 우울증 시달려
마약 손대 결국 학업 포기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명문사립대학에 입학해 가족과 친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한인 A씨는 얼마 전 학교를 중도에 포기했다. 최고 우등생으로 주위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A씨가 명문대학에 입학하고도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약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도양양하게만 보였던 A씨가 마약에 손을 대고 급기야 학교를 포기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됐던 것은 바로 고등학교시절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우울증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를 상담, 치료하고 있는 ‘알라피아 정신건강센터’(Alafia Mental Health Institute)의 임상심리학자인 리차드 손 박사는 “감춰져있었던 정신건강 문제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야 표면화되면서 결국 A씨는 학교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며 “자녀를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 결코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였다”고 말한다.
2세들 정체성 갈등·명문대 스트레스가
우울증·주의력 부족 등 정신장애 발전
상담·약물요법 통한 초기치료땐 효과
최근 한인 2세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부모나 자신 스스로 간과해 왔던 가벼운 우울증상 등 정신건강 문제가 대학진학 후 또는 대학입학 직전에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해 학교 공부는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한인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새로운 한인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많은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진학이나 학교성적에는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자녀들의 장래에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정신적인 스트레스, 압박감, 정신건강 이상 징후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실정이어서 자녀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한인 부모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인 2세 학생들은 이민 2세들이 겪는 정체성 갈등에 더해 한인 부모들의 높은 기대감과 명문대 집착 등으로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라고 임상심리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정신건강 문제와 대처방법을 한인 임상심리학자들을 통해 알아봤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이 제공하고 있는 저소득층 대상 무료 임상심리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저스틴 최 박사, 리차드 손 박사, 김경선씨 등 3명의 한인 임상심리학자들이 지난 23일 한자리에 모였다
<우울증(Depression)‘주의력부족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증상이 가장 많아> 한인 학생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정신장애는 우울증과 ADHD 증상이며 ‘반항행동 장애’(ODD), 불안장애(AD) 증상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주의력 부족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방해한다는 교사의 경고 노티스를 받고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리차드 손 박사는 “학교에서 수업에 방해가 되거나 과제물이 주어졌을 때 이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등 행동이 산만하고 주의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바로 ADHD에 해당된다”며 “한인 학생들 중에 ADHD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ADHD 증상은 부모나 교사가 학생의 행동과 태도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상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뇌파치료 등을 통해 상당한 치료와 개선효과를 볼 수 있으며 학교 단체행동에 문제를 야기할 경우 학교측에 개별학습프로그램(IEP)을 마련해주도록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ADHD 증상으로 나타나는 행동:
손 박사는 다음과 같은 행동이 나타날 경우 일단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1)세세한 부문에 주의를 집중하지 못하고 조심성 없는 실수룰 반복한다.
(2)지시를 따르거나 주목하지 않는다.
(3)교사의 지시나 안내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한다.공격성·수면습관 변화 등 땐 증상 의심
성적만 강요말고 깊은 대화 자주 나눠야(4)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일처리를 하지 못한다.
(5)학교과제물 등 장시간의 집중을 요하는 일을 회피한다.
(6)소지품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간직하지 못한다.
(7)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쉽게 주의를 빼앗긴다.
(8)해야 할 일을 쉽게 잊는다.
(9)짧은 시간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10)교실에서 교사의 허락 없이 일어나거나 돌아다닌다.
(11)놀이나 과제를 할 때 무질서하고 방만하게 늘어놓는다.
(12)주위의 손이 닿는 물체를 끊임없이 만지작거린다.
(13)끊임없이 불필요한 말을 늘어 놓는다
(14)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답을 말한다.
(15)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 차례에서 불쑥 끼어든다.
■우울증(Depression)
우울증은 과도한 압박감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인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지나친 성적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의욕과 자신감을 상실하고 우울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또 이민 1세대인 부모와의 의사소통 단절 등도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된다.
CSPP 임상심리학 박사과정 김경선씨는 영어가 미숙한 부모와의 의사소통 단절로 인한 좌절감, 정체성 혼란 등도 한인2세들에게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2세 학생들은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살아가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가정에서는 한국말만하는 부모와 한국식 문화속에 있다 집밖에서는 영어만을 사용하는 미국 문화 속에 살아야하는 이중 문화 스트레스로 정체성에 큰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된다. 이것도 한인 2세 우울증의 큰 요인으로 볼 수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 저스틴 최 박사는 “우울증은 행동만으로 발견하기 힘들뿐 아니라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라며 한인 부모들이 자녀들의 우울증상을 절대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우울증상으로 나타나는 행동
(1)일상생활에 전반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의욕을 상실해 학교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학업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2)집중력과 사고기능이 저하된다.
(3)식욕감소나 급격한 증가
(4)불안, 초조, 안절부절
(5)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불면현상 또는 과도한 수면 등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6)피로감을 호소한다,
(7)자포자기 및 무기력감
(8)가족과 대화를 거부한다.
(9)자살을 생각한다.
임상심리학자들은 한인 가정의 경우 자녀와 부모의 의사소통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경우가 많아 자녀들이 부모와의 대화를 스스로 단절시켜버리는 현상이 흔하게 발생하며 이같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중증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리차드 손 박사는 “한인 가정의 경우 부모의 과도한 기대나 부모의 이혼 등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의 상황에서 자녀들의 우울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가정에 갑작스런 환경 변화가 일어날 경우 자녀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 박사는 여러 가지 우울증상들 중 몇 가지 증상이 겹쳐 나타날 경우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거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악화땐 자살 등 최악 초래
■저스틴 최 박사의 조언
임상심리학자인 저스틴 최 박사는 LA카운티 정신건강국에 근무하는 유일한 한인 임상심리 치료 전문가이다.
최 박사는 한인 학생들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 중 우울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울증은 정신과 장애 가운데 가장 파괴적인 증상으로 중증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전에 조기에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초기에 올바른 치료와 상담을 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최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자녀를 데리고 치료를 받으러 오는 한인 부모들을 종종 본 적이 있는가?
드물다. 한인 가정의 경우 정말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으면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녀와 함께 오는 경우는 이미 증상이 심각해져서 자녀가 살아갈 의욕을 잃고 자살을 시도하거나, 가족 간의 관계가 심하게 틀어져 어려운 고통을 겪고 나서야 마지막 시도로 심리학자를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인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증세는 주로 어떤 증세가 있나?
우울증, ADHD (과잉 행동 장애), 각종 강박증, 불안 공포증, 조울증 등이 있다. 주류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중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우울증과 ADHD를 경험하고 있다.
-학생들의 우울증은 어떻게 나타나나?
대체적으로는 12세 전까지는 우울증이 피로함, 의욕 상실, 학교 숙제를 제때 제대로 못하는 등의 학업장애를 보이고, 공포증, 분리 불안장애(separation anxiety), 수면문제나 행동 장애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12세 후에는 대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과다 수면이나, 몸이 자주 아프다든지, 자신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든지, 가족과의 대화를 단절한다든지, 자해를 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난다.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한인사회의 특성상 대부분의 우울증을 경험하는 한인 자녀들은 공격적인 모습보다는 부모님과의 대화를 끊고 서로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우울증의 가장 심각한 증상은 어떤 것 입니까?
우울증은 많은 경우 적시에 발견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이유와 목적을 잃게 되어 자살 기도로 연결이 될 때가 많습니다. 현재 미국 내 약 10명의 미성년자 중 한명 꼴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혀져 있다.
-어떻게 하면 자녀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나?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는 상담소나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감별진단을 받지 않으면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자녀의 생활 속의 여러 가지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단 자녀의 행동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거나 공격적이고, 쉽게 흥분하고 분노하면 우울증의 초기 증세일수 있다. 위험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수면과 영양 섭취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자신감이 없이 행동하고 친구나 가족에게 거리를 두며 전에 즐겨하던 활동을 갑자기 멈출 수가 있다. 자신이 평소에 아끼던 물건을 남에게 줘버리거나 예전에 있던 맺혔던 문제들을 갑자기 쉽게 해소해 버리는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기도 직전의 행동일수 있다고 밝혀져 있다. 환경적인 변화를 관찰하자면 가정에 이혼이나 사망, 파산 등의 심각한 충격이 있을 경우 우울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떻게 하면 자녀의 우울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나?
한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사랑의 표현으로 학구적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채찍질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2세 자녀와의 언어의 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녀의 성장기 사이에 멀어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렇게 되면 정신적인 문제 발생 때 가족으로서 도움을 주기 벅찬 경우가 많다.
적어도 자녀의 생활 습관, 수면 습관, 평상시의 집중도 등을 잘 관찰하고 계신 부모님들은 민감한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자영업 등으로 많은 시간을 가족의 경제적인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들이 가장 어려워하시는 것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울증상을 보인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어떻게 되나?
한인 사회에서 자주 보이는 것은 자녀가 우울증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더라도 학업에 성공해서 명문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을 떠나 대학으로 진학했을 때 학부 과정중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어 대학과정을 수료하지 못하는 것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대학을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거나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부분 그 원인이 훨씬 오래 전의 성장기와 사춘기부터 삭텃다고 볼 수 있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알라피아 정신건강센터
한인 임상심리학자 상주
<자녀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 어디서 받을 수 있나>
사설 상담기관이나 병원을 찾을 수 있으나 한국어를 하는 전문 임상심리학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한인 임상심리학자가 상주하고 있고 저소득층 학생 무료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는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lacounty.gov)과 알라피아 정신건강센터(Alafia Mental Health Institute)를 소개한다.
▲LA카운티 정신건강국(dmh.lacounty.gov): 24시간 핫라인(1-800-854-7771)을 통해 긴급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예약 후 정신건강국 소속 전문 임상심리학자로부터 상담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정신건강국의 지정을 받은 전문 상담기관을 소개받을 수 있다.
▲알라피아 정신건강센터:카운티 정신건강국과 계약을 맺은 비영리 정신건강치료센터이다,
4-18세 저소득층 학생(메디컬 소지자)들에게 무료 심리치료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학업이나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는 학생에 대한 심리검사, 약물치료,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LA, 사우스베이, 샌버나디노, 앤틸로프 밸리 등 4곳에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팜데일교육구와 공동으로 학생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310)-352-6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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