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경제적으로 잘 살지 못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월남전에 파병을 하고 기술자를 내보낸 것이 그 때문이며 서독 광부와 간호사 파견, 중동 기술자 파견이 모두 그 때문이었다. 남미의 파라과이로 농업 이민이 떠나고 미국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어 생활이 풍족해지니 해외에서 한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물론 지금도 사업이나 취업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은 한국이 못 살기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기회를 찾기 위한 것이다.
그보다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성취하기 위해 중국과 구소련 지역,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결혼이나 취업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때문에 단일민족인 한국이 다민족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반대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사람 치고 북한에 가서 살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 일부 조총련계 재일교포들이 북송을 희망하여 북한에 이주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북한의 실상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같은 잘못을 저질렀던 것이다.
지금 북한을 열렬하게 찬양하면서 친북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하면 그럴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 미국이나 한국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 말로만 친북을 할 뿐이다. 외국인이 북한에서 살려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 사람들조차 사생결단으로 탈북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고향산천을 떠난다는 아쉬움을 안고 이민을 왔지만 지금 북한 사람들은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곳으로 모여든다.
미국은 세계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꿈을 이룬 신천지였다. 지난 18세기와 19세기에 맨주먹으로 대서양을 건너온 수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이민을 온 어린 소년 앤드류 카네기가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나라가 미국이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남미와 아시아, 그리고 최근에는 동구에서 이민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런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 추세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 이민자들의 경우 지난 2005년을 고비로 이민자보다는 역이민자의 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보스턴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미동부 지역의 브라질 커뮤니티에는 역이민 바람이 불어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는 하루 평균 150명의 역이민자가 미국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민자들이 몰린 것은 미국 경제가 튼튼하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약해지면 돈을 벌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번 돈이 달러 약세로 가치가 떨어지니 미국에 살면 살수록 손해가 되는 셈이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여 개인의 소득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과거 4 대 1이었던 환율이 1.7 대 1로 달러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역이민 추세로 바뀌게 된 것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경제가 어려워지니 불체자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게 되어 역이민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여 최근에는 멕시코 국경지대의 밀입국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앞으로 미국 경제가 더욱 나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줄게 되고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까지 고려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인 소득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에 투자할 경우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이 많지 않다면 외국인은 물론 미국인의 자산도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 경제의 약화를 더욱 재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고 자본뿐 아니라 사람까지 빠져나가는 역이민 현상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최악의 사태가 되면 어떻게 되나. 우리 이민 1세들이야 이제 은퇴시기도 되었고 또 돌아갈 고향이 있으니 보따리를 싸서 미국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사람이 되어버린 2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국의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말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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