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활용하면 효자, 잘못하면 애물단지
냉장고 내부의 일정한 온도 유지가 어려운 일반 냉장고에 비해, 김치냉장고는 김치 숙성과 보관에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게 되어 있어서 음식을 비교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부피만 커다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김치냉장고는 1-2도의 온도 차이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적정 온도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추운 베란다나 너무 더운 곳에 설치할 경우 전기세가 많이 나올 수 있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좋은 식품들
쌀: 밥맛을 좌우하는 것은 쌀의 수분 함유율로 도정한 지 15일 이내의 것이 최고다. 이보다 건조해지면 금이 가고 전분이 나와 맛이 변질되고 수분이 많아지면 곰팡이와 세균이 생겨 맛이 떨어지게 되는데, 밀폐용기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살 때의 맛이 1~2개월 동안 유지된다.
와인: 와인 보관은 7~18℃ 온도에 60~80% 습도를 갖추는 것이 최고지만, 일반 가정에서 이 조건을 딱 맞추기란 어려운 일. 김치 냉장고에 넣으면 적당한 온도와 습도 유지로 맛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신문지로 두껍게 싸서 벽에 직접 닿지 않게 넣어 두면 된다. 개봉한 와인이라면 코르크 마개 주변에 촛농을 떨어뜨려 밀봉해서 보관하면 맛과 향의 변화를 줄일 수 있다.
천연 화장수: 천연 화장수를 한 달 이상 사용하려면 작은 밀폐 용기에 담아 ‘숙성’ 혹은 ‘과일·야채’기능을 선택해 보관한다. 일반 화장품은 10℃ 이하로 내려가면 성분이 분리되어 오히려 상하기 쉽기 때문에 냉장보관을 권하지 않는다.
식혜: 김치 냉장고의 ‘살얼음’이나 ‘보관’ 기능을 선택해 보자. 0℃로 온도가 유지되면서 윗부분만 살얼음이 생겨 언제든 최고의 맛으로 먹을 수 있다.
홍시: 말랑말랑한 홍시를 살짝 얼려 먹으면 맛있는 천연 과일 아이스크림. 깨끗이 씻어 ‘보관’ ‘동치미’ ‘살얼음’ 등의 기능을 선택해서 보관한다.
귤, 포도: 박스로 구입한 귤이나 포도를 보관하는데 최고! 박스 채로 넣거나 전용 밀페 용기에 담아 ‘과일·야채’나 ‘숙성’을 선택해 보관한다. 시원하게 먹는 것은 물론 베란다에 보관할 때보다 수분 증발이 적어 한 박스를 다 생생한 맛으로 먹을 수 있다.
육류와 생선: 육류와 생선을 냉동실에 넣어 두면 해동시 조직의 변화가 생겨 맛이 떨어진다. 김치 냉장고의 ‘살얼음’ 기능에서 보관하면 부패의 염려 없이 싱싱하게 보관 된다. 단 3일 이내로 먹을 것. 그 이상은 냉동보관한다.
팥죽: ‘보관’기능을 선택하면 살짝 얼음이 생기는 정도로 보관되어 일반 냉장실보다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청국장: 쉽게 상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발효가 돼서 색과 풍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청국장은 보관이 중요하다. 양이 많다면 큰 통에 넣어 ‘보관’기능으로 설정한 뒤 아래쪽에 두고 조금씩 덜어 사용한다.
건어물: 냉동실에서 오래 보관할 경우 눅눅해지고 비린 맛이 심해질 수 있는 건어물류는 전용 밀폐 용기에 넣어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 맛의 변화가 없다. 양이 많으면 ‘냉동’기능으로, 보름 정도에 다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면 ‘보관’기능으로.
사골국: 국물을 식힌 뒤 지퍼락에 나누어 담고, 전용 밀폐 용기에 넣어 ‘냉동’을 선택한다.
고춧가루: 양이 많다면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 ‘냉동’을 선택하면 적당한 수분은 유지시켜 주면서, 곰팡이나 벌레를 방지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큰 통은 아래쪽에 넣어 두고, 필요한 만큼 작은 밀폐 용기에 덜어 위쪽에 보관한다.
■김치 냉장고 구입시 고려할 사항들
1. 꼭 필요한가
사실 김치를 소량으로 자주 담근다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냉장고만큼의 큰 공간과 전력소모 및 비용이 만만치 않으므로 ‘우리집에 꼭 필요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2. 용도와 용량, 형태를 고려하라
김치만 보관할 것인지, 야채와 육류도 보관할 것인지, 또는 냉동고의 기능이 필요한지, 그리고 얼만큼의 양을 보관할지를 생각한다. 다목적 용도로 사용한다면 저장 공간이 세분화된 제품이 더 편리하다.
3. ‘숙성기능’이 필요한가?
김치숙성기능은 온도를 높여 김치를 익히는 기능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사용자마다 만족도가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전혀 쓸모없는 기능이 된다. 차라리 숙성온도와 시간의 조절이 용이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4. 부가기능을 고려해서 결정하라
김치냉장고에는 야채, 과일, 육류, 어류, 와인 보관, 살얼음, 냉동보관, 발효 등 여러가지 부가기능이 있으므로 그러한 기능의 조절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결정한다. 단 김치냉장고의 원래 기능은 김치보관을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두고 부가기능에 너무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5. 기타 확인할 사항
에너지 효율등급, 올바른 작동법, 제조일자 확인, 소음 확인, 애프터서비스 등을 확인한다.
<안진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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