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당뇨 등 수백가지 질병 예방 도움
“규제 미흡·검사결과 애매모호” 우려
“의사들조차 아직 전문지식 부족 상태”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기가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소비자에 대한 직접 판매 또한 확산되고 있으나 그에 걸맞는 정부 당국의 감독과 규제가 따르지 않아 증명되지도 않았거나, 애매모호하거나, 허위 내지는 오도하는 유전자 검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연방 ‘유전학, 건강 및 사회에 관한 자문위원회’가 보고했다.
의사, 학자, 의료 유전자학 전문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15명의 자문위원은 대학, 제약회사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 종합병원, 연구소, 보험회사 등 다양한 이유로 유전자 검사에 관심을 가진 세력들을 대표하는데 여기서 유전자 검사란 혈액, 침 등에서 DNA나 RNA, 염색체, 유전자, 효소 또는 다른 단백질을 분석하여 질병이나 건강과 관련된 변이를 탐지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의사들조차 통달하지 않은 이가 많은 이 새로운 검사를 받은 사람은 현재 수백만명이나 되며, 그 검사 결과는 암, 심장병, 당뇨병, 낭포성 섬유증, 혈관 질환 등 수백가지 증상의 예방, 진단 및 치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또 한 사람을 중대한 결정으로 이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은 그 검사 결과에 의지해 예방 조처로 유방이나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다보니 환자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이 이 위원회가 내린 결론이다. 이 검사는 대부분 신체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지만 만일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 환자는 위험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치료를 받거나, 매우 이로울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의사들은 유전자 검사를 해독하는데 필요한 훈련이나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전문적인 사용 지침에도 익숙지 못한 상태이다. 유전자 검사가 개발되는 속도는 소속 회원들에게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직업인 협회들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많은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의사를 건너 뛰어 직접 소비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형편이라 윤리적인 면에서도 우려가 일고 있다. 의사들 또한 유전자 검사의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들에게 전립선 암 위험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새로 나온 검사의 경우 정보는 주지만 위험이 있다면 어떻게 또는 과연 치료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만 난처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일 발병 위험이 있음은 알고 있으나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에 대해 보험회사가 커버리지를 제한할 지 여부 또한 의료 윤리학자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유전자 검사 업계 간부들 중에는 자율 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연방 정부가 더 많은 기준을 세워 소비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것을 환영한다는 사람도 있다. 콜로라도주 볼더에 있는 사이오나의 수석과학관인 로잘린 길 박사 같은 사람은 “업계가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하고 있으므로 연방 정부가 더 많은 관계 규정을 마련해 주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임상실험실협회의 앨런 머츠 회장은 “유전자 검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방 정부 관계자들도 유전자 검사와 그 검사를 하는 연구소들을 어떻게 규제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연방 보건후생부의 산하기관 중 하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가 유전자 테스트를 하는 곳을 포함한 임상실험실들을 감독하지만 또 다른 산하기관인 식품의약청은 의료장치로서의 유전자 검사를 규제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통상위원회는 광고와 마케팅에 대한 단속을 한다.
유전자 검사의 목록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정부 기관도 없다. 위원회는 현재 가능한 유전자 검사는 1,100가지가 넘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일부 유전학자는 그 숫자가 훨씬 더 많다고 본다. 현재 유전자 검사는 전체 인구의 2% 가량에 유용할 정도지만 현재 개발중인 검사들이 실용화되면 그 숫자는 60%로 올라갈 수 있다.
연방 보건 관계자들은 어떤 유전자 검사는 과학적으로 타당하나 어떤 것은 매우 의심스럽고 대부분은 그 둘 사이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현재 정부 내부에서도 유전자 검사 규제 강화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의 역할 분담을 둘러싼 혼동 및 불확실성도 상당하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마마프린트’라고 알려진 유전자 검사는 유방암이 인체의 다른 부분으로 번질지 여부를 예견하는데 쓰이는 것으로 지난해 2월 FDA에 의해 효과를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유방암의 재발을 예견하는 기술인 ‘온코타입 DX’라는 검사는 2004년부터 시장에 나왔지만 한번도 FDA에 평가가 의뢰된 바 없다. ‘온코타입 DX’를 개발한 ‘지노믹 헬스’의 랜디 스콧 사장은 ‘지노믹 헬스’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스 서비스 센터의 규제와 허가를 받았으므로 FDA의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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