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환(한국 외대 정치외교학과 주임교수)
2007년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변화’를 선택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530만 표차로 승리한 원인은 다름아닌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였다. 이러한 기대는 ‘경제회복에 대한 열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번 대선을 정치체제적 관점에서 규정한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 선진화라는 새로운 체제에 진입한 것이다. 두 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공고화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이제 우리는 선진화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이명박 당선인의 삶은 고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일제 치하에 태어나 한국전쟁 때는 형제를 잃어야 했고, 가난 속에서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 행상과 환경미화원 등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1961년 고려대에 입학한 후 상과대 학생회장으로 1864년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데모를 주선해 6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현대건설 입사 후 5년만에 이사, 12년만에 사장, 초고속 승진으로 샐러리맨의 신화를 쌓아갔다.
그는 고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로 현대와 결별을 한 뒤 1992년 14대 국회에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또한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청계천 복원 공약을 내세워 32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그의 인생 역정은 신화의 연속이었다. 가난한 집 아들이 대기업 사장에 올라 ‘샐러리맨 신화’를, 정치입문 후 서울시장이 되어 ‘청계천 신화’를,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대권 신화’를 일구어낸 것이다. 선거일인 12월 19일은 ‘이명박의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생일이자 결혼기념일인 날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첫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의 비전으로 ‘선진화’라는 아젠다를 제시했다. 그는 “경제의 선진화와 삶의 질의 선진화가 함께 가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면서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신발전체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舊) 발전체제가 관 주도의 계획경제였다면 신(新) 발전체제는 실용주의에 기초한 민간 주도의 경제, 시장친
화적 경제정책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결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고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지지가 크면 기대도 크기 마련인데 이 당선자의 우선적 과제는 ‘경제 살리기’이다. 이에 따라 이 당선인은 그 방법론으로 ‘747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연 7%의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7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구상이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성장’ 뿐만 아니라 ‘물가안정’을 언급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 종부세 등 각종 세제 개편, 반시장 정책 철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경제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경제대통령으로서 이명박 당선인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외교안보적 측면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대외정책의 핵심은 대(對)아시아 외교의 강화와 함께 전통적인 동맹 관계의 회복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은 화급한 외교 현안이다. 또한 원칙 있고 실용적인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유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 당선인과 부시 미국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도 드러나듯이 한미관계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서로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일본과는 상호 우호관계를 회복하고 중국과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그리고 러시아와는 에너지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거는 국제적인 기대와 관심이 큰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대선 결과는 산업화, 민주화를 바탕으로 선진화로 가야 한다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이 당선인은 선진화를 위한 방법으로 ‘화합 속의 변화’를 들었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는 화합의 정치를 펴면서 점진적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이런 의미에서 새 정부의 기조를 ‘실용정부’로 정한 이명박 당선인의 의지에 주목하고자 한
다. 비전과 발전 없는 이념과 정책은 결코 실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을 모으지 못하는 리더십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각오와 노력 없이는 결코 잃어버렸던 10년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이 당선인은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에게 거는 기대가 현실이 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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