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죽으면 혼자 죽지…” “아무리 힘들다고 사람 목숨까지…”
하시엔다 하이츠에서 한인가장이 타살 후 자살한 사건을 읽은 후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우울증에 한 번도 걸려 보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보일 수 있는 보편적인 반응이다. 이런 책임감 없는 반응은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민 와서 미국에 살면서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쉽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울증에 빠지면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정상적인 상태일 때 어떤 문제에 당면하면 해결을 위한 여러 방법들이 잘 보이다가도 우울증에 걸리면 선택의 길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은 해결법이 나타나지 않고 죽음 외에는 다른 선택의 길이 보이지 않게까지 된다.
이와 더불어 생기는 현상들이 다음과 같다.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못 자고,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이 많아져 스스로 자책하고, 세상에 재미있는 일들이 하나도 없고, 그동안 만나던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혼자 있으려 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고 죽음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우울증에 빠져 자살을 계획하도록 깊어지는 과정에 80% 이상은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자기 속마음을 한두 번은 표현하게 되어 있다. 이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훈련되어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계획된 죽음에서 구해낼 수 있겠는가. 가까운 누군가가 아래와 같은 말이나 행동을 보일 때는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증상들이다. ▲평소 때보다 말이 없어졌다. ▲감정의 변화: 사는 일에 대한 즐거움이 없어졌고, 좋고 나쁜 반응이 없어졌다 ▲갑작스런 질문을 한다. “사는 게 재미있어?” “사는 게 그렇지 뭐 별 수 있나?” “너 죽는다는 것 한번 생각해 봤어?” 등 말과 질문을 갑자기 던져보고 얼른 묻어버린다. ▲적극적 계획: 어떤 핑계를 대고 수면제를 자꾸 산다든지 갑자기 총을 산다.
▲행동의 변화: 소중한 물건을 하나씩 나눠주고, 사업도 나눠 주고, 재산/짐을 정리하고, 유서 작성하고, 관계를 하나씩 끊는다 ▲불안해하던 사람이 갑자기 안정감 있어 보이고 장난으로 써봤다고 하며 자살서를 보여준다.
이때 적극적으로 돕는 방법은 우선 아무에게 말하지 말라고 할 때 절대로 말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아야한다. “말을 해야 한다.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식구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려서 서로 돕게 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면 교회목사님이나 소속해 있는 사회단체에 연결시겨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자살에 대한 적극적인 계획까지 하고 있으면 절대로 혼자 있지 않도록 여러 사람이 교대하면서 함께 있어줘야 한다.
아울러 전문인과 연결시켜주어 속히 우울증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비영리 단체들도 있음을 기억하면 좋다.
자살위험을 주말에 알게 되어 전문인을 찾기 어려우면 911으로 연락해 병원에 입원이라도 시켜서 자살을 방지해야 한다. 이때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이기 때문에 스스로 도움을 찾을 일이 없을 것이므로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만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우울증 환자를 대하며 특히 주의할 것은 ‘믿음이 없다, 있다’ 식으로 증상을 신앙과 연결시키지 말아야 하고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말도 삼가야 할 것이다.
내 이웃이 힘들어 하며 죽어갈 때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 되자. 가벼운 비판이라도 비판하는 습관을 줄이자. 왜냐하면 누군가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판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가 해야 할 의무를 교묘하게 피해 가게 하는 마술이 있다. 비판하고 있는 동안은 내가 그 사람을 돕지 않아도 사랑하지 않아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힘들어 애쓰고 있는 사람을 볼 때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면서 인생을 살아보자. 그리고 많은 사람을 살리는데 동참해보자.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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