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잇 오션 피시마켓의 황규만 사장이 업계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롱스에서 조지워싱턴 브릿지를 건너 20분 쯤 차로 달려 다 달은 뉴저지 헤켄색의 ‘그레잇 오션 피시 마켓’. 새벽 도매시장을 들러 막 도착한 트럭에서 물건을 내려 냉동창고에 정리하는 종업원들의 바쁜 손놀림. 잘 다듬어진 생선을 깨끗이 씻어내는 시원한 물 호스 소리. 아침 일찍 찾은 손님의 질문에 생선 조리법에 대해 설명해주는 매니저의 다정다감한 목소리…
새해 벽두, 새 희망을 쏘고 있는 한인 주력 업종의 취재를 위해 이른 아침 찾은 ‘그레잇 오션 피시 마켓’은 들어서기 전부터 한 눈에 활기가 느껴졌다.
대형 수퍼마켓 체인 ‘자이언트 파머스 마켓’ 코너에 자리 잡고 있는 총 1,500 스퀘어피트 규모의 그레잇 오션 피시 마켓은 코를 자극하는 비릿한 생선 내음과 종업원, 손님들이 한데 어우러져 힘찬 아침을 열고 있었다.
황규만 사장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아침일과가 가장 바쁘고 중요한 일”이라며 “요즘은 생선이 웰빙 푸드로 인식되면서 고객들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취재를 하는 도중에도 손님들의 주문이 계속해서 밀려들고, ‘생선을 어떻게 다듬어 주냐’며 고객들에게 되묻는 황 사장과 종업원들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생선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갈하게 배열된 진열대에서 눈을 떼 매장 내부로 몸을 돌리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신선’(Fresh)이란 글씨가 써있는 큼직한 표지판.
9년 째 일을 하고 있다는 김 매니저는 “우리 업소의 생명이나 다름없지요. 얼마만큼 신선하고 품질 높은 생선을 판매하느냐가 바로 요즘 피시마켓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라고 말한다.
이 덕분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그레잇 오션 피시마켓이 여타 업소는 달리 승승장구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게 김 매니저의 설명이다.
사실 양질의 신선한 상품 판매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황 사장이 1985년 브롱스 170가에 가게를 오픈하고 수산 업종에 첫발을 내디딘 후 소중히 간직해 오고 있는 경영철칙이기도 하다.
“5년 정도 종업원 일을 하다가 시작한 비즈니스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무리 수산업 전성시대였던 1980년대였지만 2블럭을 사이로 4개의 피시마켓이 몰려 있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습니다.”
품목이 생선인지라 무엇보다 신선에 초점을 두기로 한 황 사장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새벽시장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직접 상품을 구입해 조금은 비싸지만 양질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오며 타 업소들과 차별화해왔던 것이다. 고객들에 대한 친절은 기본이었다. 이 같은 황 사장의 비결 아닌 비결은 그대로 적중하면서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수산업 불황 길에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함께 경쟁했던 업소들은 2000년대 들어오면서 모두 폐업, 지금은 황 사장의 업소만이 자리를 굳게 지키며 터주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황 사장은 여타 업소와 달리 오히려 1998년 해켄색에 2호점을 열며 더욱 영업 확장책을 폈다. 헤캔색 업소 역시 처음 1년간은 적자를 면치 못하며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이번에는 경쟁 업소와의 문제라기 보다는 원천적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없었다. 황 사장은 타개책으로 지역 신문과 케이블 TV에 광고를 시도했다. 일개 생선 가게에서 광고를 낸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일단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경쟁력 높은 상품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황 사장의 판단이었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지역 피시마켓 중 가장 유명한 업소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라며 황 사장은 환하게 웃었다.
황 사장은 그러나 최근 한인 수산업계의 현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재 뉴욕시 일원에 한인이 운영 중인 피시마켓 업소는 대략 400여개 업소. 10여년 전 700여개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는 물론 자본을 무기로 한 대형 마켓들의 생선취급과 중국계 등 타민족들의 시장침투 때문이다.
더군다나 맨하탄 풀턴에서 브롱스 헌츠포인트로 도매시장이 옮겨간 이후로는 도매값 급등으로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황 사장은 전한다. 하지만 황 사장은 이 같은 악조건이 지속되고 있다지만 한인 수산업체들이 지혜를 모은다면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아직도 뉴욕일원 수산 소매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잠재적인 파워’가 있는데다 성실한 근면성을 앞세운 품목 다각화를 통한 새 수익원 찾기로 어느 타민족 보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
일례가 10여년 전 한창 인기를 끌었던 튀김 생선요리 대신한 웰빙음식인 스팀생선 요리가 한 예가 될 것이라는 게 황 사장의 귀띔이다. 또한 최근 한인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2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대형화를 통해 바잉파워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 장기적으로 대형 마켓과도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물론 지금 수산업계의 현실은 동트기 직전 겨울 새벽처럼 얼어붙은 분위기”라며 그러나 지난 1970년대 이태리계가 주도하고 있던 수산업계를 맨 주먹으로 일궈 장악한 저력이 있는 만큼 조만간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고 분명 재도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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