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레이저 제모·피부 관리 등
대형 샤핑몰에 ‘메디칼 스파’ 늘어
나이들어가는 베이비붐 세대 주고객
앤드루 러드닉은 2002년 라스베가스의 한 샤핑몰에서 ‘보톡스’ 주사와 레이저 제모를 해주는 메디칼 스파를 처음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샤핑하고 밥을 먹다가 ‘보톡스’를 맞고 레이저를 쬘 것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처 벤치에 앉아 줄지어 들고 나는 손님들을 쳐다보다 그 숫자를 세게 됐고, 계산을 해보고는 무릎을 쳤다. 당시 보스턴에서 체중 감소 및 레이저 센터를 하고 있던 그에게 대단히 훌륭한 소매업이라는 깨달음이 왔기 때문이었다.
보스턴에 돌아가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한 그는 피부 관리 및 레이저 치료에만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업체에서 체중감소 부문을 없애고 회사 이름도 바꿨다. 그렇게 그 해에 태어난 ‘슬릭 메드스파’는 현재 보스턴, 뉴욕, 플로리다 등 6개소에서 영업하고 있다. 모두 고급 샤핑몰이나 소매 상가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 미용성형외과의협회에 따르면 수술하지 않는 성형치료 건수는 1997년 이래 700% 이상 증가했다. 보톡스가 연방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은 것이 2002년이었는데 거기에 ‘익스트림 메이크오버’나 ‘닉/턱’ 같은 텔리비전 리얼리티 쇼의 영향력까지 더해 케미컬 필, 레이저 치료, ‘보톡스’ 주사, 주름살 펴기 등을 하려는 미국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을 주사를 놓거나 처치를 하는 사람의 경험이나 자격보다 우선시한다.
‘슬릭 메드스파’의 경우 몇개 장소에 상주 의사를 두고 있지만 메디칼 디렉터인 의사는 현장에 있지 않고 간호사가 처치를 하는 곳도 있다. 간호사가 처리할 수 없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911에 전화하게 하는데 아직 그런 비상사태는 발생한 적이 없다고 러드닉은 말한다.
미용 스파처럼 호화롭고 아늑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보통 의사 사무실보다 훨씬 세련된 분위기의 메디칼 스파는 몰에 샤핑하러 온 길에 30분 정도 들렀다 가기에 편리하다. 만일 처치한 부위가 뻘겋게 되거나 멍이 들면 뒷문을 통해 주차장으로 곧장 나갈 수도 있다.
몰에 자리잡은 메드스파 손님의 50%는 예약없이 그냥 들어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러드닉에 따르면 2002년에 150만달러였던 ‘슬릭 메드스파’의 총수입은 2007년에는 1,400만달러로 치솟았고 올해는 그 2배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익률은 20~25%이라는데 ‘슬릭 메드스파’는 앞으로 4년 사이에 25개 도시에 40개가 더 생길 예정이다.
‘슬릭 메드스파’ 이외에도 보통 메드스파라 불리는 메디칼 스파는 많다. 2002년에는 전국적으로 25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0~2,500개나 된다.
한편 수술 없이 하는 성형치료도 크게 늘었다. 2006년에 시술된 1,150만건의 성형치료는 5건중 4건 이상이 비수술 치료였다. 1997년부터 2006년 사이에 수술 성형치료는 98% 증가했지만 비수술 성형 치료는 무려 747%가 늘었다. 미용성형수술협회 회장인 성형외과 전문의 포어드 나하이 박사에 따르면 비수술 치료는 효과적이고, 안전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데다, 불경기도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성형 시술이 늘고 있는 것은 늙어가는 베이비 붐 세대와 텔리비전 쇼 덕분이라고 말한다. 문화 동향 및 시사에 관한 책을 십여권 낸 작가인 마리안 살츠먼은 10년전에 쓴 ‘넥스트:가까운 미래의 추세’라는 책에서 이미 성형이 주류화할 것임을 내다보고 부담없는 가격으로 편리하게 성형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살츠먼은 “베이비붐 세대 중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은 젊음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텔리비전 쇼 역시 성형 시술을 안전하고 멋지게 보이게 하는데 일조했다.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개업중인 성형외과 의사로 마이애미 비치에서 ‘미데이스파’를 운영하며 플로리다주의 ‘슬릭 메드스파’ 2개의 메디칼 디렉터도 맡고 있는 폴 위고다 박사는 “찾아오는 환자마다 TV 쇼 이야기를 한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그것을 보면서 성형 시술에 관해 더욱 편안하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하이 박사를 비롯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성형 수술도 엄연한 수술이고, 모든 수술에는 위험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같은 리얼리티 쇼들은 성형 수술의 근본적 위험이나 몸에 드는 멍, 힘든 회복기간 같은 것은 다 감추고 멋진 결과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실 수술에 대한 공포 때문에 비수술 성형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톡스’ 주사나 레이저 처치에도 위험은 수반되며 시술하는 사람이 충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일 경우 특히 그렇다고 미국 성형외과의사협회 회장인 리차드 다미코 박사는 지적한다. 레이저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보톡스’를 잘못 맞으면 약효가 다 가실 때까지 3~6개월간 눈꺼풀이 처지거나 마비가 올 수도 있다. 더 심한 경우 주사약이 망막 혈관으로 들어가면 실명의 우려까지 있다. 그러므로 성형 시술을 하는 사람의 자격과 경력을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도 의사를 찾아갔을 경우와 비교하면 반 밖에 안되는 가격에, 일주일 내내 아무 때나 가서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은 많아만 지고 있는데 곧 새로운 약이 FDA의 승인을 얻으면 손님이 더 많이 몰릴지도 모른다. ‘메딕스 파마세티컬 코퍼레이션’이 내놓은 ‘릴록신’이 2008년 중 승인이 나면 ‘앨러겐’의 ‘보톡스’와 정면 대결을 벌일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보톡스’ 및 기타 미용을 위한 주입물들은 3~9개월이 지나면 그 효과가 사라져버려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이 비지니스야말로 불경기에도 끄떡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어진다고 결국은 성형 수술까지 받게 할 관문의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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