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른 예의이다. 우리 인간사회가 다른 동물의 세계와 구별되는 것도 바로 이 예의 때문이다. 문명과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풀잎으로 몸을 대충가리고 산다 해도 인간이 사는 곳에는 그 나름대로의 예의범절이 있다.
예의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국가의 정책이나, 관료들이 가끔씩 하는 말을 들으면 무례하기 짝이 없지만, 일본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보거나 일본을 방문해보면 참 기분이 좋다. 그들의 예의 바름 때문이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이 말레이시아로 골프 여행을 갔을 때였다. 마침 신혼여행을 온 젊은 일본인 부부와 같이 골프를 쳤는데 그들이 어찌나 예의가 바르던지 참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아이비리그의 명문 경영대학원을 나와 상당히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주 겸손하더라는 것이었다.
사람의 속마음이야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일본사람의 인사성 바름과 예의바름은 세계가 인정하는 것 같다. 한국사람은 평균적으로 볼 때 아시아에서는 가장 인물이 뛰어난 나라이다. 이것은 내가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를 거의 빠짐없이 보는 내 미국친구가 하는 말이다.
이 친구는 중국에서 찍은 중국무술영화 속에서 더빙으로 중국말을 하는 한국배우를 식별해 낼 정도로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는 만날 때마다 전혀 드라마를 안보는 나에게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여러 배우들의 근황을 묻고는 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어느 나라에서나 미남미녀가 배우가 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 해도 배우뿐만 아니라 보통 한국사람도 아시아에서는 가장 잘생겼다는 것이다. 그 예로 자기가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했다. 일본 도쿄의 한 호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관광버스가 서더니 일본여자들이 쏟아져 내리는데 단 한명도 예쁜 여자가 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예쁜 여자를 서너 명씩 만나서 자기가 매 5초마다 짝사랑에 빠지곤 했다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한국사람은 왜 그렇게 무례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은 다 그런 것 아니냐고 했더니, 도쿄에 사는 일본사람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외관상일지 모르지만 확실히 일본사람은 한국사람에 비해 친절하고 상냥하다.
하루는 짐에서 운동을 하고나서 스팀사우나에 앉아 있는데 남미계통 사람이 3명 들어 왔다. 좁은 공간에서 세명이 어떻게나 스페인어로 떠들어 대는지, 나는 그들의 수염이 더부룩한 얼굴을 보면서 속으로 “꼭 도둑X 같이 생긴 녀석들이 떠들기는!”하고 있었다. 두 명이 나가자 남아있던 한명이 나에게 아주 정중하게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우리끼리 만나면 곧잘 흥분을 하거든요” 하고는 나갔다.
그들에 대한 나의 인상도 ‘도둑X’에서 ‘상당히 교양 있는 분’으로 변화되면서, 다음번에 나도 혹시 친구를 만나 떠들고 나면 주변 사람에게 저 정도의 사과는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대인관계에서도 우리가 항상 명심해야할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서 외모를 가꾸는가. 다 다른 사람에게 나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인상을 주기위해서가 아닌가. 이제는 우리가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리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 얼굴만 잘 생긴 한국사람이 아니라 예의바른 한국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겠다.
일본사람들의 교육목표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니 ‘성공하는 사람’을 목표로 하는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혹시라도 우리의 이런 교육 목표가 식당에서 아이가 사방팔방 뛰어 다녀도 신통방통해서 아이가 기죽지 않도록 상냥한 목소리로 “그러면 안 되지요” 라고 몇마디하다 마는 젊은 엄마를 양산하는 건 아닌지?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우리의 기도가 꼬리 생각을 전혀 안하는, 자기만 아는 성공한(?) 아이들을 만든 건 아닌지?
박영집
법정통역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