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홈아트갤러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옛부터 우리들은 한 해를 보내고 새 해를 맞이하면 누구나 하는 첫번째 인사이다. 모두가 자기의 소망을 이루고 건강하게 복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지난 해는 좋았던 나빴던 우리 모두가 경험했기에 흘러간 기록 속에 남겨두고 앞으로 닥쳐야 할 미래의 일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걱정스럽고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간 아닌가? 누군가가 속시원히 앞을 내다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럴 때는 점(占)을 쳐 보는게 어떤가? 과학적인 점을.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고대문명에서는 자연은 무질서하고 변덕스러우며 심지어 인간에게 위해
를 가하는 무서운 대상으로 여겼다. 자연현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했으며 모든 것들은 신의 뜻으로 여겼고 오직 기도, 제물, 그리고 종교의식으로만 신의 비위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신비롭고 복잡다단한 여러 자연현상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런 현상의 배후 원인을 파악하고저 노력했던 최초의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그리스 지식 선구자들이었다. 그들은 전통적 교의나 초자연적인 힘, 미신, 도그마(dogma) 등 사고를 구속하는 여러 족쇄들을 배격했다.
2,500년 전 철학자, 수학자, 피타고라스(Pythagoras BC 585-500경), 그가 세운 피타고라스 정리를 우리 아이들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들은 우주 만물이 수학식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믿었으며 수리적인 방법으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 또는 물질까지 수리적으로 설명하고저 했던 것이다. 예로서, 홀수는 한계, 오른쪽, 남성, 고정됨, 직선, 빛, 선(善). 짝수는 무한, 왼쪽, 여성, 움직임, 곡선, 어둠, 악.이런 것들을 지금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뉴욕 거리의 번지수를 보아도 알 것이다. 길 오른쪽은 1번지 3번지 5번지… 홀수. 반대편 왼쪽은 2번지 4번지 6번지… 짝수로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우주만물을 음과 양으로 조화를 이룬다고 보았다. 사서오경(四書五經) 중 역경(易經)의 사상적 핵심은 음과 양의 대립이라고 하는 음양 이원론(陰陽 二元論)이다.모든 사물은 고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대립되는 것이 있어서 그와 대립함으로서 통일된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변화는 음양의 대립에서 생기기 때문에 대립 없이는 변화가 없다. 음은 유(유연함), 약(약한 것), 저(낮은 것), 암(어두움) 수동적, 여성적. 양은 강(단단함), 강(힘이 강함), 고(높은 것), 명(밝음), 능동적, 남성적.목축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바뀌면서 농경생활에 가장 중요한 관계를 갖는 것은 계절, 기후, 천문 또는 역수가 발달하였다. 자연현상 중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며 그런 것들을 수리로서 풀이한 것 중의 하나가 역경이다.
역(易)이란, 쉽게 말해서 점을 치는 점서서(占筮書)를 말한다. 오랜 기록에 의하면 주(周)나라 때에는 연산역, 귀장역, 주역 이렇게 세 종류의 점서서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주역 뿐이다.음과 양이 합하여 둘이 되고 둘은 4, 8, 16, 32, 64, 128, 256… 계속 분열된다.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四柱八字)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한 사람이 일생을 집으로 비교해서 기둥 주(柱)자를 쓰는데 태어난 해(年), 태어난 달(月), 태어난 시간(時), 이렇게 4개의 기둥이 튼튼해야 사주가 좋은 것이다. 또 거기에서 8자로 나누어 분열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과학적으로 볼 때 점(占)이란 아무런 입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의 철학, 의학, 수리학, 천문학, 심지어 군사학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그 발달의 근원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 과학적인 점이란 무엇인가? 수리적인 통계라고 말할 수 있다. 통계라는 점쟁이는 전자계산기의 발달로 오차범위 2~3%의 확률로 족집게 같이 투표도 하기 전에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를 잡아낸다. 어디 그것 뿐인가. 비가 올지, 눈이 올지 알아맞추는 일기예보, 다음 해에 필요한 국가 예산, 큰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도 통계라는 점쟁이에게 먼저 물어본 후 의사 결정을 한다.
세계의 모든 나라 또한 미래의 의사 결정을 통계라는 점쟁이에 의존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련하게 주사위를 굴린 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옛날처럼 신녀(영매자)의 결정에 복종할 수도 없다.
통계학의 발달은 17세기 후반,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싹트기 시작한 정치학술 학파, 고전 확률론이 통계학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2008년 무자년의 통계라는 점쟁이는 어떻게 말하는가? 연말 미국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먹구름이 걷히지를 않는다. 주택시장(서브프라임 모기지), 기름값, 지구 온난화의 삼재(三災)가 우리의 허리띠를 계속 조이고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멍하니 손을 놓고 기다릴 수 없다.
처음 이 땅에 이민 보따리를 풀 때, 그 때처럼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여 모두가 분투하기 바란다. 복이란 스스로 짓기 나름이다.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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