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지인들과 조용히 보내야 겠다고 다짐했던 연말. 그러나 역시 생각으로만 끝나고 송년모임과 선물준비로 정신없이 지낸 뒤 맞는 새해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과 함께 허탈함을 안겨 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연말 한국의 대통령 선거 후의 느낌도 이와 비슷했다.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다투고 BBK 스캔들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한방’이니 ‘헛방’이니 하던 공방들. 후보들 간의 사활을 건 치열한 격전 후 이제는 옅은 포연 속에 다음 정권을 지켜 보는 숨소리만 들리고 있다.
한국의 지난 대선을 지켜 보면서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밖에서 인식하는 한국의 첨단 이미지와는 달리 정치적 행태와 의식은 과거의 틀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5년간 한국을 이끌어 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있지만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미묘한 설레임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연 새 당선자가 얼마나 잘 해낼 것인가 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다.
이번 한국 대선에 대해 LA타임스 등 주류신문들도 관심을 나타내며 특히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다각적으로 보도했다. 미주 한인들이 아직 한국 대통령 투표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각 대선후보의 후원모임과 유세활동 등에 대해 신기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 배경과 관련해 한국대통령 후보들은 국외에 있는 한인들이 국내 친지에게 영향력을 행사 해주길 바라고, 한인들은 이를 통해 한국 정계에 발을 들여 놓고 경제적 이익과 권력을 쥐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대선 후보들은 미주 한인들에게서 유형· 무형의 지원 외에도 글로벌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홍보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실었다. 결론은 LA와 서울은 따로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대선이 끝난 후 일부 LA 한인 인사들의 한국행에 관한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 당선자 지지 한인 중 누가 뜰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추측도 나오고 누가 한국에 선을 대고 있다는 등의 비아냥 소리도 들린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대선은 무슨 대선이냐”며 “미국 선거에나 관심두라”는 퉁박도 나온다.
미주 한인들의 미국 정치 참여도를 보면 이민 100년사에 약220만명의 커뮤니티를 형성했지만 시민권자 30%에 투표율 10%대가 현주소다. 유권자 등록비율 자체가 전체 유권자 등록비율에 훨씬 뒤쳐진 것은 물론 아시아계 등록비율보다 밑돌고 있다.
약 600만명인구로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들이 미국 정계에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80%가 넘는 투표율이다. 반 이스라엘 성향을 가진 정치인을 낙선 시키는 것은 일도 아닐 정도로 그들의 정치적 파워는 막강하여 미국 대선후보조차 그들의 눈치를 보며 이스라엘을 ‘중동 민주주의의 횃불’이라고 칭송한다. 미국내 유태계의 힘이 이스라엘의 파워로 연결되는 현실이다.
이렇듯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수계들과 그들의 모국간의 연계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미국내 소수민족들은 저마다 정치조직을 결성해 미국정치에서 자기 지분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국의 정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대계처럼 미국내에서의 정치력은 곧 모국에 대한 영향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국은 미국내 자국민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한국정부도 이제 마인드를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정부가 미주 한인사회를 위해 지출해 온 예산을 보면 부끄러울 정도이다. 또 해외의 한인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활용하는 실용적 자세를 확대해 가야 한다. 이스라엘 초대 수상이었던 골다 메이어가 미국 시민권자였음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제는 ‘미국정치’니 ‘한국정치’니 구분하여 비판할 때가 아닌 듯 하다. 우리나라의 현 주소는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가운데 남북문제를 짊어지고 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시 한번 우리 한국의 도약이 절실한 때이다. 이런 가운데 미주 한인들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
미국과 한국의 중간적인 위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진정한 인재들을 한국정계, 미국정계에 적극적으로 진출시켜야 할 때이다. 개인적 입신양명을 위한 ‘선대기’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유능한 인재의 한국 진출은 더욱 장려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미주 한인의 힘이 글로벌 시대 한국의 파워로 연결되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제나 추
변호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