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년 전 러시아서 첫 제조… 스웨덴·미국 으로 전파
곡식·벌꿀이 재료… 무색·무미·무취의 40도 증류주
지난 연말 이집트를 여행하고 귀국하려던 독일 남성이 갖고 있던 보드카를 화물칸으로 옮겨 실어야 한다는 공항직원의 말을 듣고 홧김에 그 자리에서 마셔 버렸다가 병원으로 실려가는 해프닝이 있었다. 그 독한 술을 한꺼번에 마셨으니 아무리 ‘주당’이라고 해도 정신을 잃을 것은 너무도 뻔한 일. 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독한 술로 인식돼 온 보드카, 특히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리는 그 세계를 살펴본다.
▲러시아
보드카의 어원은 러시아어로 ‘물’이란 뜻을 가진 ‘보다’(Voda)라는 단어다.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서기 988년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인 키에프의 그랜드 프린스란 지역이 시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색, 무취, 무미의 이 술은 12세기 러시아 농민들이 호밀과 벌꿀 등으로 만들기 시작한 이후, 18세기 미 신대륙에서 감자와 옥수수가 전해지면서 재료가 일부 바뀌게 됐다.
보드카라는 말은 15-16세기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18세기 들어 제조법에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1400년대부터 동부 유럽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에도 증류기술이 전파되면서 자체 보드카 생산을 하고 있었다).
1780년대 한 과학자가 색이 없고 냄새가 없는 자작나무 활성탄으로 증류 여과하는 방식을 개발하면서 전에 비해 훨씬 깨끗한 보드카를 만들어 냈고, 19세기께 연속식 증류기 도입으로 대량생산의 길을 텄다. 그러나 보드카 생산은 러시아 황실의 철저한 통제와 독점속에 이뤄졌고, 제정 러시아 붕괴 이후에는 공산당 정부가 관리했다.
보드카가 러시아에서 해외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모스크바에서 보드카를 만들던 스미노프 회사 사장 우 라지 백작이 러시아 혁명 후 추방되면서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보드카로는 모스코프스카야(Moskovskaya)와 스톨리츠나야(Stolichnaya) 등이 있다.
▲폴란드
기록에 따르면 1400년대부터 보드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코위타’(생명의 물이란 뜻)로 불렸다.
이후 1500년대에는 면도 후 사용하는 일종의 로션 형태로 이용되기도 했으며, 1546년 잔 올바크 왕이 모든 시민들에게 생산과 판매권을 부여하면서 확산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상업용 생산은 18세기 무렵이며, 생산권이 다시 정부로 옮겨갔다가 1980년대 말에 가서야 사기업에게 돌려주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폴란드에서는 ‘최고급’이란 뜻을 가진 비보로와가 유명하다.
▲스웨덴
15세기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드카 제조가 총기 화약을 만드는 공장에서 이뤄졌으며, 이는 구식 소총에 사용하는 화약제조에 필요한 한 재료였다는 점.
이후 스웨덴에서는 일반 가정에서 이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는데, 1830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인구가 300만명도 되지 않았지만 보드카 제조 라이선스가 무려 17만5,000건이나 발급됐을 정도였다.
한인들도 잘 알고 있는 ‘앱솔루트’가 바로 스웨덴산이다.
▲미국
보드카가 상업용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처음에는 주로 동구출신 이민자들이 주 고객이었다.
한때 금주법으로 주춤하기도 했던 보드카 시장은 1933년 이 법이 해제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상표인 ‘스미노프’는 비엘 스미노프라는 러시아인이 혁명전 모스크바에서 만들다가 그의 후손이 파리로 망명해서 제조를 재개한 후에 미국에 진출해서 붐을 이루며 세계 주류시장에 우뚝 섰다.
한편 보드카에도 급수가 있다.
폴란드에서는 순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스탠드는 즈위클리(Zwylky), 딜럭스급은 룩스소위(Luksusowy)라고 한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라벨에 오소바야(Osobaya)란 단어가 새겨져 있으면 해외수출이 가능한 고급 보드카이고, 그렙카야(Krepkaya)는 알콜 도수가 최소 56%로 주로 국내용이다.
보드카라고 해서 무조건 3무(무색, 무취, 무미)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향을 첨가한 것들도 인기가 높은데 그 가운데는 폴란드에서 만들어지는 즈브로우카(Zubrowka)로 차잎을 담근 것이며, 리모나야(Limonnaya)는 레몬향을 즐길 수 있다. 또 스타르카(Starka)는 배 또는 사과 잎을 담궈 갈색을 띠고 있다.
스코틀랜드산 ‘디바 러브스 유’ 한병에 1백만달러
‘디바 러브스 유’(DIVA Loves You)로 불려지는 이 보드카는 다이아몬드와 다른 값진 보석 필터로 증류돼 가격만 100만달러가 넘는다.
또 보드카 병 내부에 있는 유리 기둥에는 모두 48개의 다이아몬드와 분홍빛 사파이어 그리고 루비가 채워져 있다. 보드카를 다 마신 다음에는 값비싼 보석을 꺼내 패션용으로 장식할 수 있다. 조금 더 싼 보드카를 원한다면 구입자들은 다른 보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디바 보드카’는 스코틀랜드 쉐틀랜드의 블랙우드주류회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보드카 칵테일
▲모스코우 뮬
- 재료: 보드카 45ml, 라임주스 15ml, 진저엘
- 만들기: 하이보울 글라스에 얼음 조각 3-4개를 넣고 보드카와 라임주스를 넣는다. 여기에 진저엘을 적당히 넣고 저은 다음 레몬 조각으로 장식한다.
▲키스 오브 화이어
(Kiss of Fire)
- 재료: 보드카 10ml, 슬로우진 10ml, 드라이 버무스 10ml, 레몬 주스 약간
-만들기: 우선 칵테일 글라스 가장자리를 레몬즙으로 적셔 설탕이 붙게 만든다. 이어 준비된 재료들을 넣고 잘 저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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