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모·제임스 임씨의 ‘맛 있는’가족사랑
‘황후의 밥, 걸인의 찬’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쌀밥에 간장 한 종지지만 자신을 위해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밥상이었다.
아내를 향한 사랑과 그간의 미안함이 듬뿍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정성이다. 가족을 위한 사랑이다. 그래야 맛이 난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정성과 사랑이 담기지 않았다면 그건 단지 살기 위해 먹는 것에 불과하다.모든 것이 풍족해진 세상이라고 해도 여전히 가사 일은 아내의 몫이지만 이따금 가족을 위해 손수 쌀을 씻고, 음식 재료를 다듬는 남편의 모습은 정겹고, 행복한 가정의 한 단면이다. 요리 이야기를 하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지고, 현재의 직업이 아니라면 요리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파 송송, 계란 탁’의 아빠들을 만났다.
“아내 생일상 차려주면 감동하죠”
맛집 찾아다니다 요리에 흥미
어렵게 생각말고 쉬운 것부터
초보남편도 도전해보세요
건축설계사(Grace Partnership Inc.)인 박용모씨(36)와 게임·영화 에니메이션 캐릭터등의 디자인을 하는 엔터테인먼트 디자이너 제임스 임씨(38).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이들과 아내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가족을 위해 24시간 주방진입 준비(?)를 마치고 있다는 것도 똑같다.
박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98년도에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맛 집을 찾아다니던 시절이 그리워 음식을 만들어 보니 신기하게도 추억에 묻힌 그 맛이 재연되는 것에 흥미를 느껴 요리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나 결혼 후에는 늘 감동하며 맛있게 먹어주는 아내가 있으니 자상한 그의 성격에 더욱 신이 났을 법하다.
아내의 생일 전날은 아내가 잠든 후에 몰래 장을 보고 생새우를 넣은 미역국과 나물을 만들어 아침상을 차려준 적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 생일, 손님 치를 때 등 솜씨를 십분 발휘할 일이 많다. 평소에 두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가 피곤해 한다 싶으면 퇴근길에 직접 장을 봐서 김치볶음밥, 닭갈비, 비빔국수, 떡볶이 등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저녁을 만들어 준다.
딱딱한 이미지의 건축설계사를 하지 않았으면 요리사가 되었을 것이고 아직도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그는 분식류 같은 일반 음식 뿐아니라 캠핑 요리를 특히 즐기며, 집에서 손님을 치르고 남은 재료는 회사까지 가져가 동료들을 위해 요리하기도 한다. 타운의 유명 한식당 설계도 그의 손을 거쳐 간 곳이 많은데, 요리를 좋아하다보니 키친 디자인에도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 요리를 즐기는 사람만이 알법한 중요한 조언을 고객들과 나눌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한다.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에는 먼저 여러 레서피를 뽑아 꼼꼼히 읽어보고 각각 다른 레서피 속에서 “이거다!” 하는 느낌이 오는 부분들을 골라내어 요리에 적용해 본다.
예를 들어 떡볶이는 먼저 떡을 올리브유에 살짝 볶아준 후에 양념을 넣고 익히면 떡이 퍼지지 않고 쫄깃한 상태가 유지된다고 귀띔해 준다.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초보 남편들에게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보면서 재미를 붙이라고 권한다.
남편이자 아빠가 해주는 음식이기에 식구들이 더 감사해 하며 맛있게 먹어주니 재능 유무에 상관없이 꼭 한번 시도해 볼 만한 보람있는 일이라고 했다.
박씨가 소개하는 요리는 20명 정도의 손님 치르기에도 거뜬한 버섯 샤브샤브. 차려 놓으면 근사한 것과는 달리 재료 손질과 육수만 준비해 두면 되기에 남자들이 하기에도 부담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샤브샤브가 끝나면 우동면을 넣어 익혀 먹고 또 밥과 김, 미나리를 넣어 죽을 만들어 낙지나 오징어 젓갈과 함께 내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멋진 손님상이 차려진다고 한다.
반면 임씨는 ‘어떻게 요리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맛있는 음식 맛보는 것을 무척이나 즐긴다”고 했다.
한식, 중식은 물론 타이, 이탈리안, 메디테리안, 심지어 아랍과 인도음식까지 모조리 섭렵한 준 전문가다.
그는 87년 유학길에 올랐고 대학시절 스스로 돈을 벌면서부터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새로운 음식이나 낯선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특이 할수록 흥미롭고 좋아한다는 그는 특히 여러 타인종의 친구들을 사귀면서 음식 탐험의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아내의 요리실력도 수준급이라 자랑하는 그는 사실 신혼 초기에는 아내보다도 뛰어난 본인의 요리 실력을 애써 숨겼으나 차차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아내를 위한 요리를 다시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임씨가 즐겨하는 요리에는 예술가다운 ‘창의력’과 주제를 부각하는 심플함이 돋보인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를 보고 새로운 요리의 영감을 얻는다는 그의 말에 요리에 대한 그의 애정이 진짜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두와 마라나라 소스가 있을 때 만두는 쪄내고 데운 마리나라 소스를 끼얹어 페퍼나 치즈를 약간 뿌려 내면 중화풍의 이탈리안 디시가 탄생하는데 라비올리보다 진하고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고 한다. 감자, 계란, 양파만 있어도 중국식 볶음밥, 파스타, 짜장면 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버리는 재료가 거의 없겠네요?”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금만 신경쓰면 재미있게 가족끼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그의 얼굴에는 내내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워낙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니 아빠표 음식들이 생겨나 아이들이 주문을 하기도 한다.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아빠~ 볶음우동~”하며 조르고 친구들을 데리고 와 자랑하기도 한단다.
손님을 치를 때는 메인요리 1가지에 사이드 디시 두 가지 정도로 심플하게 차리되 메인요리는 먹기 직전에 요리를 마쳐서 반드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했다. 요리를 하고 싶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분들에게 한마디 조언은 두려워 말고 자신만의 창의력을 개발해 보라고 한다. 라면 하나를 끓이더라도 양파, 파, 계란 등을 고루 넣어보면 색다른 음식이 되듯이 같은 재료로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드는데 재미를 느껴보라고 권한다.
●박용모·제임스 임씨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
■햄버거스테이크와 한국식 소스 <4인분>
재료: <햄버거스테이크> 간 소고기 1파운드, 양파1/4개, 빵가루 1/3컵, 계란 1개, 소금 1큰술, 간장 1작은술.
<소스> 버터 4큰술, 밀가루 ½컵, 치킨브로스 ½컵, 물 1컵, 얇게 썬 버섯, 간마늘 2큰술, 간생강 1/2작은술, 우스타소스 1큰술, 간장 2큰술, 케찹 5큰술, 오레가노 약간, 베이즐 약간, 설탕과 소금 약간씩,
만들기: 보울에 소고기와 다진 양파, 빵가루, 계란, 소금, 간장을 넣어 고루 반죽한다. 한덩이씩 떼어 동글 납작하게 빚으면서 어른 것은 크게 아이들 것은 조금 작게 크기를 조절한다. 잠시 두고 소스를 만든다. 작은 팬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자주 뒤적이면서 밀가루가 익어 갈색이 될 때까지 중간불에서 약 10분 정도 볶아준다. 소스의 깊은 맛과 색상이 밀가루가 얼마나 잘 볶아졌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여기에 치킨브로스와 물을 넣어서 농도를 조절하고 나머지 모든 재료를 넣고 계속 저어가면서 끓인다. 원하는 농도와 맛을 보고 소스재료들을 더 가감하여 간을 정한다. 햄버거스테이크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뚜껑을 덮어 익혀내면 기름이 튀지 않아 좋다. 접시에 소스와 함께 담아내고 양배추 샐러드, 케찹 당근조림, 차가운 감자샐러드를 곁들여 낸다.
■볶음우동 <2인분>
재료: 닭가슴살 1쪽, 양파1/2개, 간마늘 1큰술, 양배추1/4통, 서양호박 1개, 우동면 2팩, 칠리소스 4큰술, 참기름
만들기: 우동면은 해동해서 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간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닭고기를 넣어 함께 익힌다. 후추, 양파, 호박을 넣어 함께 볶다가 양배추를 넣는다. 양배추가 한숨 죽으면 우동면을 넣어 잘 섞어준다. 칠리소스를 버무려 주고 간을 보고 가감한다. 촉촉하게 먹고 싶으면 치킨브로스 1/2컵을 넣어준다. 참기름을 살짝 뿌려낸다.
재료: 각종 버섯(표고, 새송이, 팽이, 양송이, 느타리 버섯등), 샤브샤브용 소고기 2팩, 깻잎 10장, 양배추 1통, 파 1단, 어묵약간, 멸치야채육수, 샤브샤브용 소스, 우동 1팩, 밥 1공기(김 2장, 미나리 약간, 참기름, 오징어 젓)
만들기: 멸치, 무, 양파, 파 등을 넣고 푹 끓여 육수를 우려낸다.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다. 새송이 버섯은 가로로 동그랗게 썰면 부드러워서 먹기에 좋다. 느타리 버섯은 먹기 좋게 찢어둔다. 팽이 버섯도 밑둥을 잘라 손질해 둔다. 깻잎과 양배추는 채썰고 파와 어묵도 먹기 좋게 썰어둔다. 우동은 해동해서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둔다. 먼저 육수를 끓여 샤브샤브를 하고 우동을 익혀 소스에 찍어먹고 밥, 김, 미나리와 참기름을 넣어 죽을 끓여낸다.
버섯 샤브샤브를 만들고 있는 박용모씨.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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