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정치적 단층은 이중의 복합구조다. 독재와 민주주의 대립이 한 층을 이룬다. 그 아래로 다른 단층이 형성돼 있다. 극단주의와 온건주의의 싸움이다. 베나지르 부토가 평소 한 말이라고 한다.
독재와 대립에서는 민주주의 편에, 극단주의 세력과의 싸움에서는 온건주의 입장에 서 있었다. 월스트릿 저널이 부토를 두고 내린 평가다.
그 부토가 암살됐다. 무엇을 의미하나. 파키스탄이 테러 전쟁의 새로운 전쟁터가 됐다는 사실이다.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암살배후인 것이 뚜렷해지면서 결론은 이런 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났다. 이라크에서도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서방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다. 테러전쟁 7년째인 오늘날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 세력이 처한 형편이다.
그 상황에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 일환이 전선확대다. 동시에 대대적인 역습을 가했다. 타겟 지역은 파키스탄이고, 1차 공격 목포는 부토다.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자가 정치 지도자라니. 이슬람이스트 근본주의자들에게 있어 이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거기다가 부토는 민주주의에, 현대화를 주창해 왔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세력 박멸을 공언해 왔다.
그들의 눈에 부토는 이슬람의 적이다. 결국 암살에 성공했다. 동시에 노린 것이 있다. 정치적 불안정이다. 군사정권인 무샤라프 정권은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없다. 부토 암살로 이 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은 더 확산된다. 정국은 한치 앞을 못 보는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불안은 그러면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파키스탄을 접수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세계적인 인구문제 전문가 군나르 하인존의 진단이다.
전통적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안정을 찾아야만 한다. 경제는 계속 발전해 왔다. 한 세대동안 1인당 국민소득은 3배 이상 는 것이다. 그런데 소요와 테러사태가 그치지 않는다. 왜. 그 원인을 하인존은 인구동향에서 찾았다.
15세에서 29세 사이의 남성 인구가 초과잉 상태에 있다. 이 연령그룹의 남성 인구가 전체 남성 인구의 40%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이 보이고 있는 정치적 불안의 원천이 여기에 있다는 거다.
경제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젊은 남성들에게 있어 모든 것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젊은 남성 인구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훨씬 앞지른 결과다.
경쟁에서 낙오된 수백만의 젊은이들은 결국 불만세력이 된다. 좌절감과 분노에 몸을 떨고 있는 그들은 쉽게 극단주의에, 테러리즘에 물든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 인기도는 48%에 이른다. 무샤라프는 38%, 부시는 8%의 지지율을 각각 보이고 있다. 이런 정서가 지배하는 가운데 많은 파키스탄의 젊은 남성들은 ‘탈레반의 꿈’을 공유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통합한 나라를 중심으로 한 ‘핵무장 이슬람제국’의 꿈이다.
젊은 남성 인구의 과잉은 사회적 변혁을 불러온다. 과거 프랑스 대혁명이 그 예다. 스페인의 신세계 정복도 과잉의 젊은 남성들이 해외로 진출한 결과다. 가까이는 이란의 호메이니 혁명이 그렇다.
파키스탄의 이 젊은 남성 인구 과잉현상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20대 연령 그룹보다 그 아래 연령그룹 인구가 훨씬 많다. 여성의 출산율은 4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한 세대에 걸친 이 젊은 남성 과잉상태는 그러면 파키스탄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가. 전망은 어둡다.
문제는 대변혁의 결과로 이슬람이스트 세력이 파키스탄을 점거할 때 서방이 군사적 개입을 하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아마도 힘들 것이다.” 하인존의 지적이다. 서방은 파키스탄과 반대의 인구동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젊은 남성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하나뿐인 아들을 전쟁에 보내 희생시킬 수 없다는 마인드가 팽배해서다. 파키스탄의 핵탄두가 이슬람이스트 핵탄두로 변해도 서방은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이 저물어 가는 시점에 발생한 부토 암살사건. 그 전조가 불길한 뉴스다.
옥 세 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