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선에서 막판까지 변수로 남아있던 BBK 사건 등 도덕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사상 최대 표차로 압승을 거두었다. 대선결과는 언제나 그 시대의 국민적 여망을 반영한다. 그러면 이번 선거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첫째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요, 두번째는 경제 대통령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과제는 매우 분명해 진다. 첫째는 지난 정부에서 잘못한 일을 시정해야 하고 둘째는 한국의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켜 선진국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10년만의 정권교체를 의미한다. 정권 교체는 노무현 정부가 정치를 잘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시정해야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민들이 우려한 것은 급격한 좌경화에 대한 경계심이다. 김대중, 노무현 2대에 걸친 좌경정부에서는 친북반미 정서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과거 냉전시대의 정책을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며 북한의 개방개혁을 도와서 장기적으로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대북정책에는 국민들이 반대한다. 특히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이제 새로운 한미관계를 모색할 단계가 되었지만 그것이 미국에 대한 반대감정이 아니라 건설적인 동반자로서 우호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경제 대통령에게 걸고 있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너무도 크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들이 이회창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은 경제 대통령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선거 직전 뉴욕타임스는 “한국 국민들이 경제냐 윤리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결국 경제를 선택했다. 도덕성이 어쩌구 하는 말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왜 경제인가. 자본주의에서는 돈, 즉 경제가 최고이고 민주정치에서는 이해관계를 좇아 투표를 한다. 돈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최대 관심사이지만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는 단계에서는 더욱 큰 위력을 갖는다. 자본주의 경제를 뒤늦게 실현하고 있는 중국도 그런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한국의 경제 지상주의는 바로 그 때문이다.
등소평이 “검은 고양이나 흰 고양이나” 쥐만 잡으면 된다고 말했듯이 경제를 발전시켜 국민들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겠다는데 BBK가 도대체 뭐 어쨌다는 것이냐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다. 그러니 경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잘 해야 한다. 한국을 경제적으로 한 단계 더 올려놓아 부강한 선진국으로 만들고 국민들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 쿠데타와 유신헌법 등 정치적 과오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업적을 남겨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으로 성공한다면 박대통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선거를 할 때마다 북풍이니 병풍이니 하는 말처럼 선거와 정치는 바람이다. 지난번 노대통령은 촛불데모 바람으로 당선됐고 이번에는 경제바람이었다. 한번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면 그 바람을 거역할 수 없게 된다. 추풍낙엽이란 말이 그런 말이다.
그런데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부는데 기압골이 변하면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과거사 정리와 경제성장이라는 국민의 여망을 채워주지 못한다면 노무현 정부가 개혁 실패, 무능정치로 역풍을 맞은 것처럼 역풍을 맞는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워낙 큰 표차로 압승을 했기 때문에 당분간 반대세력의 정치공세는 주춤 하겠지만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는 현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는 극좌와 국우의 양 극단으로부터 끊임없는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극좌나 극우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노선의 폭을 넓혀 모든 국민을 포용하면서 합리적인 실용주의로 나아가는 것만이 새로운 발전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국민화합과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다면 이것은 남북통일과 민족중흥의 새로운 장을 여는 큰 업적이 될 것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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