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이상’ 시그널인가
누구나 적어도 한번쯤은 예기치 않은 트림이나 방귀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식사를 마친 후 트림이 나와 ‘끄윽~’ 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뿌우웅~’ 하면서 냄새도 심하게 나는 방귀가 나온다면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자주 트림이 나온다면? 방귀가 너무 잦고 냄새도 심하다면, 혹시 내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림이나 방귀 모두 지극히 자연스런 우리 몸의 생리현상으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트림이 입으로 내는 개스 분출이라면, 방귀는 항문으로 배출하는 개스다. 두 가지 모두 입으로 삼키는 공기와 음식물과 관련 있다. 그러나 트림, 방귀는 우리 몸이 신호를 보내는 건강 경고음이 될 수도 있다. 몸에는 이상 없는데 너무 자주 그런 현상을 겪는다면 어떻게 막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 몸의 현상인 트림과 방귀에 대해 알아본다.
드라마에서도 트림·방귀는 주요 소재
드라마에서도 트림과 방귀는 자주 등장하는 이야깃거리다. 위의 사진은 트림 잘 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MBC TV ‘거침없이 하이킥’의 한 장면이고 아래 사진은 방귀로 식당이 화염에 싸이는 장면을 연출했던 영화 ‘너티 프로페서 2’의 한 장면.
정상적 생리작용이지만 너무 잦고 냄새 심하면 질병 체크를
위와 식도, 대장 등 검진 필요… 방귀는 가급적 참지 말도록
■트림은 어떻게 나올까?
트림은 지극히 생리적인 현상이다. 위에서 개스가 식도를 통해 구강 쪽으로 역류하는 현상으로 보통 맥주,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음식과 함께 공기를 들이마시면 식후에 ‘꺼억’ 하면서 트림이 나오게 된다.
사실 트림이 나오게 되는 근본 원인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음식을 삼킬 때 자기도 모르게 공기도 함께 삼키게 되는데, 이때의 공기가 트림의 형태로 나오는 것. 또 다른 이유로는 소화활동의 부산물로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음식을 삼킬 때만 공기를 삼키는 것이 아니다. 담배를 피울 때, 껌을 씹을 때, 빨대를 이용해 음료수를 마실 때, 단단한 캔디를 빨아 먹을 때, 탄산음료를 많이 마실 때, 음료수를 너무나 빨리 마실 때, 틀니가 헐거울 때 등 사람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자연적으로 공기를 삼키게 된다.
보통의 성인은 식사 도중 또는 식후에 트림을 하게 된다. 그러나 트림 횟수가 심할 정도로 잦거나 역한 냄새나 트림을 하면서 쓴 위산을 맛보게 되는 경우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면 우리 몸에서 경고 사인을 보내는 경우가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트림 횟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무의식중에 공기를 많이 삼킬 수 있어 소화도 잘 안되고 트림이나 배에 개스가 차 더부룩한 느낌이 날 수도 있다.
한편 아기는 성인과 달리 수유 후 꼭 트림을 시켜야 한다. 아기의 위는 크기도 매우 작고, 호리병처럼 생겨 먹은 젖이나 우유를 다시 토해낼 위험마저 있다. 또한 역시 아기도 젖이나 젖병을 빨 때는 공기를 많이 들이 마시게 된다. 엄마에게 안겨서 누워 젖을 먹게 되는 이유와 식도도 성인보다 짧아, 공기가 식도에서 다시 입으로 올라온다. 아기는 꼭 젖을 먹이는 동안이나 다 먹이고 난 후에 반드시 등을 가볍게 두드려 공기를 내보내도록 트림을 시켜야 한다.
우리 몸의 소화기 기관 해부 모습. 트림이나 방귀는 모두 입으로 삼키는 공기와 음식, 소화 활동의 부산물이 주요 원인이다.
■너무 잦은 트림, 이런 질환 의심을
식사와 상관없이 하루 종일 트림이 계속되면 병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물론 트림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또 음식 중에는 트림을 잘 일으키는 음식도 있다. 흡연 역시 공기를 더 많이 삼키게 하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신경성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공기를 많이 삼켜 일어나는 현상이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소화도 잘 안되고, 가슴이나 배가 아픈 통증이 있거나 왠지 불편하다면 한번쯤 의사를 찾아가 보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상한 냄새도 나고, 트림을 하면서 소화된 음식물이 함께 올라오거나, 쓴물 또는 신물이 올라온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도록 한다.
소화기 관문인 식도는 튼튼해야 한다. 위 입구까지 음식이 내려갔다가 음식물과 시큼한 위산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고 트림이 자주 난다면 ‘위식도 역류질환’(GERD, 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이라 불리는 식도염을 의심할 수 있다.
식도와 위를 이어주는 조임 근육인 식도 괄약근은 위에서 소화되고 있는 음식이 역류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이 정상일 때는 음식을 먹을 때만 식도 괄약근이 열리고 식후 1시간에 2~3회 정도 트림을 하게 되지만 이 괄약근에 문제가 생기고 위와 연결된 식도의 근육 기능이 떨어지면 위산과 음식물이 역류하고, 트림을 자주 할 수도 있다. 괄약근에 문제가 생겨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열리면 강한 위산이 역류해 결국 식도가 자극을 받고 손상을 입게 된다. 물론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어도 트림을 자주 안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식도 궤양, 식도 출혈 등이 생길 수 있으며 매우 드물지만 위산 역류가 반복적으로 일어나 만성염증이 계속되면 바레트 식도(barretts’ esophagus), 또 나아가 식도암까지도 진행될 수도 있다.
누구나 하루 평균 14번은 뀐다
방귀 , 스트레스 많아도 늘어… 아기 수유 후엔 꼭 트림 시키도록
■방귀
남녀노소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방귀를 뀐다.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따르면 개인차가 있지만 사람은 알게 모르게 보통 평균 하루 14회 정도 뀌는데, 그 방귀 개스의 양은 무려 약 1~4파인트(pint) 정도다.
아무리 많이 뀐다고 해도 하루 25회까지도 괜찮다. 또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트림이 늘어나듯, 보다 더 자주 뀔 수도 있다.
방귀가 너무 자주 나오거나 냄새가 심하면 대장 관련 질환이나 소화기 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관성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또 ‘방귀를 참으면 대장암이 된다’는 속설도 있지만 이 역시 잘못된 얘기다. 하지만 좋지 않은 개스를 계속 장에 품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장내에 개스가 많이 차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음식. 음식물 중에서 섭취한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당과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되는 과정에서 소화되지 않은 일부 영양소가 장내 세균 활동에 의해 발효돼 개스가 생성되는 것이다. 이 개스는 주로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개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유의 냄새를 내는 것은 아주 소량 존재하는 유황함유 화합물 때문이다. 유황성분은 거의 대부분 아미노산에서 생기며 육류나 계란 같은 고단백 음식에 주로 들어있다. 장내 개스 증가와 관련이 높은 대표적인 음식은 올리고당이 많은 과일과 채소, 특히 콩 종류. 올리고당은 장에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돼 개스를 만들어낸다. 밀가루 음식, 감자, 옥수수 등 복합 당질 음식도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장으로 내려가면 장내 개스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과당이 많이 함유된 일부 과일 주스, 식이섬유도 장내 개스의 양을 늘린다. 유당 분해 효소가 부족해 우유를 마시거나 치즈만 먹어도 설사를 하는 사람도 배에 개스가 많이 차는 불편한 증상이 잘 생긴다.
■너무 잦은 방귀, 괜찮나?
결론적으로는 괜찮다. 또 냄새가 심하다고 해서 장에 무슨 큰일이 난 것도 아니다.
방귀 역시 트림처럼 입을 통해 들어간 공기, 소화 활동의 일환인 장내 세균 발효로 인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복부 통증이 계속되거나, 체중 감소, 배변 습관 변화 등이 잦은 방귀와 함께 동반된다면 과민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같은 것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또 냄새가 너무 심하면 급성 장염, 세균성 장염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로 장 연동 운동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장 면역기능에 문제가 생겨도 복부에 개스 팽만감이 느껴지면서 방귀가 많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냄새가 난다고, 창피하다고 방귀는 절대로 참으면 안 된다. 방귀를 참으면 개스가 장에 머물러 옆구리 통증이나 복부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위를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귀가 너무 심하면 방귀를 잘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을 평소보다는 적게 먹도록 한다. 하지만 트림, 방귀와 관련 있는 음식은 대개 몸에 좋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채소, 콩 등이다.
아예 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아니므로 양에 주의하거나 조리에 신경 쓰도록 한다. 또한 이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을 때는 개스를 조절해 주는, ‘비노’(Beano) 같은 일반약(OTC 약)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몸에 필요한 과일 야채가 트림이나 방귀를 잘 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몸에 좋은 음식을 트림이나 방귀 때문에 제한할 수는 없다. 평소 현명하게 섭취하도록 한다.
■트림, 방귀가 너무 많이 나 걱정이 될 때는
▲공기를 많이 삼킬 수 있는 기회를 줄인다: 흡연, 빨대를 이용해 음료수 마시기, 너무 빨리 먹기 등은 피한다.
▲밥을 먹을 때는 천천히: 특히 10분만에 뚝딱하고 밥 먹는 습관은 고친다. 너무 빨리 먹게 되면 공기를 더욱 많이 삼키게 되어 트림도 자주 하게 되고 위가 팽창돼 위산이 식도로 역류되기 쉬운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음식은 꼭꼭 씹고 되도록 천천히 먹는다.
▲탄산음료 같은 트림 유발 음식을 피한다.
▲음식을 먹고 바로 눕지 않도록 한다. 식사를 한 뒤 바로 눕거나 자는 습관은 위산이 역류될 수 있는 가장 나쁜 습관이다. 야식 먹는 습관도 되도록이면 피한다. 특히 밤늦게 먹었을 경우 식후 3시간 이후에 잠에 들도록 한다.
▲술, 담배, 카페인 음료 등은 피한다: 이들 기호 식품들은 식도 괄약근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주범. 식도 괄약근이 약해지면 트림도 심해지고, 위 식도 역류질환 같은 위 관련 병도 생기기 쉽다.
■뱃속 개스가 차기 쉽고,
트림 방귀가 잘 나올 수 있는 음식
어떤 음식은 다른 음식보다 배에 개스가 차게 하기 쉽다. 물론 먹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특별한 날에는 주위를 위해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컬리플라워, 브라컬리, 양배추, 브루셀 스프라우트, 양파,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콩
▲사과, 배, 복숭아 같은 과일
▲홀그레인
▲소다수, 과일 주스
▲설탕 대용물로 쓰이는 소비톨(sorbitol)이 들어간 음식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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