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당선자가 된 지금 좌파후보들의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에는 그들이 집권세력이라 필자 같은 경제경영학도들이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의 얘기를 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세상의 시끄러움을 줄이는 의미에서라도 좀 조용하고 싶은 것이 첫째 이유에서였고, 두번째는 이제 10년간 집권한 강자로서의 위치에서 국민에게서 버림받은 약자의 위치로 돌아가는 그들이 자기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로 모르는 것 같아서, 세상의 모든 이들이 승자들의 캠프에서 법석을 하는 시간에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좌파들의 패배에 동정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그들은 앞으로 다가 올 4월 총선에서나 가까운 시기에 컴백을 할 수 있는 인물이나 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은 경제만 아니라 여러 다스리는 면에서 실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이 난 이들이고, 그들은 도덕적인 문제에서도 한나라당을 부패한 정당이라고 해도 국민들이 동조하지 않을 정도로 집권세력이 된 다음 급속히 권력의 때가 묻은 세력이다.
한국에서 좌우 진영을 얘기할 때 진보와 보수라고 얘기하는 관례가 되어 있는데 필자는 좌측 을 진보라고 하는 것이 더 이상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좌측이 진보라고 불릴 수 있던 시절은 아마 봉건시대나 식민지독재나 군부독재 시절에는 납득이 갔을지 모르나 이젠 끝난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경제시대에 주사파의 이력을 가지고 김정일 정권의 인권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이들에게 진보라니 가당치 않다. 미국에서는 자연스럽게 “left” 와 “right” 라고 부르고 “liberal” 과 “conservative” 라고 부르는데 “liberal” 이란 말은 진보란 것과는 의미가 한참 멀다.
그래도 한국의 좌파들, 386세대들에게 조그만 애착이라도 있는 것은 그들이 군부독재시절 혹독하게 당한 이력 때문이다. 전두환 이전의 군사정부까지도 반대의견을 표시하는 대학생들을 386세대를 다루는 전두환 정권처럼 다룬 적이 없었다. 옛날에는 반체제 지식인을 다루는 태도에 신사적인 데가 있었고, 경찰과 군대 진압세력이 대학 캠퍼스에 함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것이 전두환 시대에 오면서 너무나 무식하게 변했고, 대학 강의실에까지 들어와 여학생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간 얘기를 모교 교수에게서 들은 다음부터 필자는 386세대의 환상 같은 현실감각을 나무랄 의욕을 잃었다. 386세대의 좌경화는 전두환 정권의 생산품이다.
얘기가 곁으로 흘렀는데, 좌파 후보들이 대선과정에서 경제와 남북문제를 연결해서 국민들에게 미래의 청사진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실수가 되어버렸다. 미래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세대의 차이 없이 모든 국민들의 두려움으로 변한지 오래였는데, 경제문제는 이명박 후보에게 넘어가도록 두고 그들은 남의 치부나 들추고 남북문제를 이념의 경계에서 끌어내 오질 못했다.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로 완전실패작이 된 후에도 그들은 그것을 시대와 국민의 뜻에 맞게 진보적으로 조정하는 노력도 보이지 못했다. 호남표를 의식해서 DJ의 눈치를 보느라 누구도 감히 나서는 이가 없었고, 그들의 이념편향적인 기본성향 때문에 남북문제를 경제협력과 미래의 통 일조국의 비전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중국의 패권적 행태가 여러가지로 나타나는 것을 걱정하면서, 우리는 본국정부가 좌든 우든 상관없이 북쪽에 큰 정치권력의 변화가 오기 전에 남북이 더 가까워져 있어야한다는 것은 동의한다고 본다. 그러나 남북문제의 기본에는 경제가 있어야 한다. 국민을 먹여 살리지도 못하는 권력이나 이념은 존재이유를 변명하는 게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론의 허점을 파고들어 지금 이 글로벌시대의 한국제조산업의 블루오션은 중국도, 인도도, 베트남도 아닌 북한이어야 한다는 이론을 그들의 남북경제협력의 핵심으로 삼았어야 했다. 대못질은 남쪽에 하는 게 아니라, 북쪽의 손발을 경제협력으로, 여러가지 자유경제구역 프로젝트로 묶을 계획을 세웠어야했다. 건강한 좌우세력의 존재는 본국의 건실한 미래정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지난 10년간의 걱정과는 반대로, 제대로 된 좌측세력이 없다는 걱정을 앞으로 해야 할 것 같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