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춘(Fairfield Trade 대표)
굵고 튼튼하게 꼰 줄을 동아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자주 나오는 든든하고 믿음직한 상징이기도 하다.한국의 정치판은 줄을 잘 잡아야 하고 또한 줄 잘 서야 급물살을 타고서 일약 출세의 가도를 달릴 수 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줄을 서서 동아줄을 잡을 시기가 바로 이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 고국에서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빅 쓰리 후보에 줄을 대고 어느 줄이 자기가 골라잡아야 할 동아줄일까 선택의 고민에 서 있다가 이제 그 동아줄 끈을 잡을 때가 무르익었다. 미주 동부에는 YS 시절 민정비서관으로 출발하여 이조 때 같으면 관찰사나 감사(監司) 벼슬인 도지사를 거쳐 한국 경제의 거물급으로 급물살을 탄 인물도 있었고, DJ 집권 때에 유수한 주립대학교 상아탑에서 후학을 지도하던 경제학자가 전라도 관찰사로 나간 적도 있고, 측근 중의 측근으로 2인자 역할을 하며 도승지 벼슬인 비서실장으로 입산양명한 인사를 배출한 명당이 뉴욕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두 정권 시절, 뉴욕에서 잘 나가던 필자의 대학 동문, 고등학교 동문 한 사람씩 출세의 연고를 찾아 한국으로 역이민 간 지인들이 있었다. 그 후 어느 지방의 국영기업의 장 자리를 차지한 분은 화려한 직함이 인쇄된 연하장도 보내오고 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도 해마다 보내왔으나 불행히도 줄을 못 잡은 한분은 한국으로 역이민 간 후 여태까지 연락 두절이다. 이래저래 인간들의 세상살이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줄을 잘 서야 행운도 따르는 모양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도승지 벼슬을 하던 분은 정권이 바뀌니 있는 죄 없는 죄 다 뒤집어 쓰고 옥방(獄房)살이 하며 판관(判官) 앞에서 휠체어에 앉아 선처를 부탁하는 신세로 전락한 인생유전(人生流轉)을 짧은 세월 속에 우리는 목격한 바 있다. 또 한 분은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지 정치무대에서 사라져 근황이 보도된 바 없다.또 명문대에서 잘 나가던 경제학 교수는 문민정부 시절 전라도 지방 관찰사 벼슬길에 올라 한
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나 하는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고 독직(瀆職)수뢰(受賂)사건에 연루되어 오랏줄에 묶인 채 법정 나들이를 하다가 결국 감방살이로 추락하였으니 그가 잡은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로 변질되었나 싶다.
앞선 본국 출세의 ‘롤 모델’에 크게 자극되어 여하튼 내일 일이야 어떻게 되든지 본국정부에 목을 매고 쇠심줄 같은 동아줄을 잡으려고 발버둥치는 인사도 많은 것이 한인사회의 현실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적당한 타협과 때로는 아부(阿附)로 권력자에 빌붙어 교묘한 줄타기로 출세를 한 인물은 사극에 흔히 등장한다. 지금도 얼굴에 철판 깔고 밥상머리에 앉은 파리처럼 앞발 뒷발 비비며 출세의 줄타기를 하는 인물을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남이 보기엔 비굴한 인간처럼 보일지 모르나 아마 본인에게는 생존에 관한 문제일 터이니 제 삼자가 탓할 바는 아니다.
글로벌시대에 한국의 대선 열풍이 바로 옆집의 행사처럼 미주에도 불고 있다. 앞으로 이중국적이 실현된다면 세계 각처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이 본국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겠고,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과 훈수를 두어도 어색하지 않겠지만 현재는 투표권도 없는 해외 한국인이 대선 열풍에 휩쓸린 과열현상을 보고 있자니 저 충만한 에너지를 거주국의 정착에 필요한 정치력에 쏟는다면 우리의 후세를 위하여 얼마나 좋을까 반추하여 본다.
한여름 밤 무논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놈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운다. 그 흑심 없는 개구리들의 합창은 한여름 밤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조화이지만 타국에서 한국의 선거판에 누군가 야망을 가지고 개골개골 울기 시작한다고 선거권도 없는 해외 한인들이 편을 갈라 명박이다 회창이다 동영이다 목청 높여 따라 우는 개구리들의 삼중창은 오순도순 한 동포사회를 편가르는 소용돌이다. 이에 휘말리지 말고 묵묵히 결과나 지켜보며 착실히 생업에 종사하는 일이 한국을 사랑하는 해외 거주 한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노무현 상감마마의 표현을 빌려 ‘깜도 되지 않는’ 인사들이 한 다즌이나 출마한 이번 한국의 대
선은 해외 한인들에게도 흥미와 스릴이 있는 관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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