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금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사용됐는가” 교인들의 의문에 한점 부끄럼 없어야
‘투명한 회계처리’ 확산되길
교회를 운영해 나가려면 돈이 든다. 그 돈은 대부분 신도들의 헌금으로 충당된다. 신도들은 자신들이 내는 돈이 교회의 목적에 따라 제대로 사용되기를 바라며 헌금을 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신도들은 당연히 불만을 갖게 된다. 불만이 커지면 싸움으로 확대돼 교회가 깨어지기도 한다.
“교회가 깨어 질 때는 그 이면에 반드시 돈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인 교회의 돈 문제는 심각하다. 평신도들이 갖는 교회재정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헌금의 용도에 대한 만족도이다.
한장의 결산보고서를 받아보고 교인들이 갖는 의문은 헌금이 과연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사용됐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교인들은 상당 수 한인교회의 헌금 사용 비율 중 인건비에 대한 비중이 너무 과중하다고 지적한다.
교인이 많은 교회는 목사의 봉급 외에 도서 구입비, 여행 비 등 각종 판공비를 포함 10만 달러가 훌쩍 넘는 연봉 탓에 이민사회에서 고생하는 대부분의 교인들보다 목사의 급료가 세다고 생각하며 교인이 적은 교회는 전체 예산이 적다 보니 인건비 비중이 70%~80% 나 된다. 이럴 경우 교인들은 헌금을 하나님께 바친 것이 아니라 목사의 생활비를 대준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헌금을 많이 내는 일부 교인들이 제직이 되어 교회 행정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생긴다. 교회 재정의 용도별 지출 비율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없으나 인건비가 총예산의 1/3을 넘으면 일단 많다고 느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물론 개척 교회의 경우 예산의 90%가 인건비로 들어가도 모자라지만 대형교회는 15%~20%만 사용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따라서 교회 예산 중 인건비의 지출 비중은 “각 교회의 형편에 따라야 할 것”이나 보다 심사숙고 해서 결정할 문제로 보여진다.
교인들은 또 교회 재정 중 선교비와 구제비에 대한 지출이 우리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이 아닌 중국, 북한, 멕시코 등 사용되는 곳이 잘 보이지 않는 나라에 많은 액수를 지출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높다. 이 또한 대부분의 교회가 후원한다는 선교사를 위해 인건비를 선교비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단체장이나 각계인사들은 한결같이 교회가 선교를 위해 헌금을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웃들도 불우하거나 구제 받아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면서 이 지역에 가능한 많은 돈이 쓰여지기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장애자 활동에 적극적인 밀알 선교단의 예를 보아도 워싱턴-볼티모어 일대 350여 교회 중 구제비를 매년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교회는 30~40교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투명한 회계와 일부 목회자의 전횡적인 재정 지출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영수증이 없는 회계처리가 많은 것은 물론 연말 결산보고를 보고서 한 장으로 처리하며 별 심의 없이 박수로 화답해 결산처리를 끝내기가 다반사다.
B교회에서 오랫동안 회계를 맡아 온 K모씨는 “투명한 회계처리를 위해서는 사무직원을 따로 두어 목회자와 행정을 분리 시킴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다한 헌금의 강요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교인들도 많다. 건축헌금을 놓고 수시로 헌금을 강조하고 심지어 직분을 가진 교인들에게는 “액수를 할당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교회를 빌려 쓰면서 불편을 겪는 많은 한인교회 신도들은 건축헌금을 감당하겠다는 생각도 많으나 기존 건물이 괜찮은데도 신앙 외적인 동기가 작용, 이전을 꾀하거나 다시 건립하려 할 때 비판을 불러온다.
많은 교인들이 돈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교회가 재정문제를 투명하게 처리 않는다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에서 신도 20만 명이 넘는 서울 강남 봉은사가 사찰 재정을 공개해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봉은사는 지난 6일 신도회 정기총회에서 분기마다 재정명세를 공개한 뒤 공인회계사 검증을 받아 청년회 등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불투명한 재정은 우리 종교계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지난 8월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회계법인 감사를 거친 수입, 지출 명세를 교구 주보에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종교계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빛이다. 그런 종교가 재정운영 방식에선 사회의 다른 부분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투명한 재정 공개를 통해 한인 교계도 바뀌고 이민사회를 보다 밝게 인도 했으면 한다.
<유석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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