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구(의사)
당(唐)대의 명 시인이었던 두보가 조갈증(早渴症)으로 고생하다가 양자강을 항해하던 중 배 위에서 숨졌다고 하는 것을 읽은 일이 있다. 옛날에도 ‘조갈증’이라 하는 당뇨병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을 했지만 당뇨병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10년 전부터 시작하여 2~3년 전부터는 갑자기 당뇨병 환자들이 증가했다. 그 원인은 꼭 찝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서구화에 성공한 나라일수록 많다는 것이다.(호주는 그렇지 않다)
첫째로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고 둘째는 운동량이 부족하며, 셋째로는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몇년 전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세계 당뇨병 환자의 실태와 2030년에는 지금보다 2배 가까이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통계수치를 보면 국민의 8%가 당뇨병 환자이다. 그리고 매년 이의 10%가 더 발생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드는 돈이 매년 3조원이나 든다. 당뇨병은 취장세포(배타세포)가 인슐린(insulin)을 만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을 타입 I 당뇨병이라 한다. 90%의 환자는 타입 II다.
진단은 아침을 먹지 않은 공복상태의 혈당치가 100 미만은 정상, 101~126은 ‘공복 혈당장애’, 127 이상은 당뇨병이다. 물론 재확인을 위하여 HBAIC 라는 검사를 병행한다. 6.0 이하는 정상, 6.1~6.9 까지는 당뇨 전 단계(Pre Diabetic), 7.0 이상은 당뇨병이다.(혹은 75 그램의 포도당을 마
시고 2시간 때에 200을 넘으면 당뇨병 진단이 나온다)공복 혈당장애자와 당뇨 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당뇨병으로 이행하는 중이므로 미리부터 자
기가 당뇨병이라 생각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뇨병 환자는 아니며 따라서 약물요법은 필요치 않다.
당뇨병이 무서운 병인 이유는 첫째, 고혈당치는 혈관 장애를 유발한다. 특히 가느다란 혈관에 병을 일으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다. 뇌에 오면 기억장애·중풍, 눈에 오면 시력장애·망막장애, 백내장... 시력을 잃게 된다. 심장에 오면 심근색증·심장근육 장애·부정맥·돌연사 등이 무섭다. 콩팥에 오면 신부전증, 신경에 오면 말초신경장애, 발 끝에 오면 조직의 혈액순환 장애로 썩어들어가면 발가락이나 발, 심지어는 다리를 절단해야 할 때도 있다.
둘째는 기름기(cholesterol, triglyceride)등이 큰 혈관이나 중간 크기의 혈관에 동맥경화를 일으켜 또 다른 혈관병을 일으킨다. 셋째, 혈당치가 높으면 보통 혈압도 같이 높아지는 수가 많다. 이것이 위에 이야기 한 것을 더 악화시킨다.넷째는 비만이 많다. 특히 복부비만(허리둘레 40인치를 넘으면 위험부담이 더 많다)이다. 한국사람들은 백인들 보다 인슐린 분비량이 절반 정도이다. 최근에 가톨릭 의대에서 사망자의 취장의 베타세포를 연구한 결과이다. 따라서 한국사람들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백인보다 많다는 뜻이다.
더하여 한국인의 식생활이 주식을 흰 쌀밥으로 하니 쌀밥은 Glycemic Index가 높다. Glycemic Index란 것은 숫자가 높을수록 빨리 흡수되어 혈당치를 빠른 시간 내에 확 올린다. 그러면 높은 혈당치는(160 이상) 취장의 베타세포에 작용하여 인슐린 분비를 강요하여 높은 혈당치를 빨리 내릴려고 한다. 이런 일을 매일 반복하면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합병증을 빨리 불러오게 된다. 그래서 쌀밥보다는 현미+보리+콩이 훨씬 좋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자보다는 고구마가 칼로리는 2배 많지만 고구마의 섬유질 때문에 Glycemic Index는 훨씬 낮다. 고구마가 더 좋다는 뜻이다.다음은 운동이다.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하면 인슐린의 저항 현상(인슐린이 있어도 세포 내에서 작용을 못하게 하는 현상)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혈당치도 갑자가 확 올라가지 않고 합병증도 방지할 수 있기도 하다. 음식은 밀가루, 흰쌀, 감자, 동물성 기름기는 좋지 않다. 잡곡밥이 좋고 채소와 물고기가 좋다. 설탕과 소금도 안 좋다.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과 취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지만 그 병리현상만 잘 알면 정상인과 비슷하게 살 수 있다.
당뇨병은 혈당, 고지방, 고혈압, 비만 등으로 오는 합병증 외에도 혈관세포의 기능 저하로 염증반응과 혈액응고 이상 등 상처가 나면 잘 소생하지 않는 이유 등도 있다. 집안 병력 중 부모 중 두 분 모두 당뇨병이 있으면 자식들도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많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당뇨병이 있다면 당뇨병이 될 확률은 그의 절반이나 된다고 한다. 만일 형제 중 한 사람이 이 병이 있으면 나도 이 병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은 대단히 크다. 빨리 조사해 보는 것이 좋다.
‘임신중 당뇨’가 있는 경우도 중요하다. 출산 후 약 절반 정도는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당뇨병으로 발병한다. 위에 해당하는 분들도 현재는 당뇨병이 없더라도 당뇨병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섭다. 자기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하는가에 따라 얼마나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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