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수출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분이다. 회사 경영이 잘 돼서 일년에 5~6번은 한국을 왕래하고 있다.
이 분의 문제라면 그저 술을 너무 좋아하고, 평소에는 내성적인 사람이 술만 마시면 난폭해진다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 방문 때였다. 업무 상담을 끝낸 후 친구들과 만나 식사하면서 몇 잔 마신다는 것이 운전을 안 해도 된다는 편한 마음 때문에 꽤 많이 마시게 되었다. 워낙 술이 센 편이라 외관상 표는 나지 않았지만, 상당히 취한 상태로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도 비행기가 이륙하자 K씨는 한 잔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에게 스카치를 주문했고, 승무원은 주스가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K씨는 “손님이 주문하는 대로 가져오면 되지 건방지게, 누가 너보고 그런 걱정까지 하라고 그랬느냐”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고, 여승무원들이 그를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그의 언성은 높아만 갔다.
나중에는 기장까지 나와서 안전운항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계속 소란을 피웠다. 결국 K씨는 수갑이 채워져서 시트벨트에 고정시켜졌고 샌프란시스코 공항 도착과 동시에 출동한 스왓팀에게 체포되었다. 연방 법원에 기소돼 재판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뒤 상당히 높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다시 각종 동창회와 모임이 많은 계절이다. 한인들의 음주문화가 문제로 떠오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 연속극에는 왜 그렇게 술 먹는 장면이 많은지, 볼 때마다 거슬린다. 화가 난 사람이나, 문제가 생긴 사람은 꼭 술을 마셔야 하는 것으로 묘사가 된다. 포장마차에서 “여기 소주 한 병 더 줘요” 하면서 서너 병씩 술병이 널려 있는 상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계속 술을 입에 쏟아 붓는 장면이 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두주불사를 지금도 호탕한 사나이의 수식어로 착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식을 음주운전자에게 잃고 가슴 아파하는 어머니들의 모임에 한번 가보라고 전하고 싶다.
언젠가 낮에는 맥도널드에서 일하고 밤에는 성인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던 성실한 19세짜리 엄마가 집으로 가던 중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음주운전을 했던 20세의 금발의 청년은 죽은 엄마 사진을 들고 나온 3세짜리 여자아이를 보며 “네 엄마가 살아올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내 목숨을 주겠다”며 흐느껴 울어 피해자 측 가해자 측 가릴 것 없이 법정이 온통 울음바다가 됐었다.
그런가 하면 한 남성은 5번째 음주운전으로 구속되었다. 18개월 징역형을 살기 위해 들어가는 그의 뒤에서 머리가 허연 누님이라는 분이 홀로 말없이 눈물만 흘리던 모습이 가슴을 저리게 했다. 그 누님의 모습이 더 측은해 보임은 그동안 음주운전으로 본인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겪은 아픔이 더 컸을 줄 알기 때문이다.
모임 많은 연말이 지나고 연초가 되면 음주운전으로 법원에 오는 한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벌금에다 변호사 수임료까지 합치면 거의 1만달러 가까운 돈이 나간다. 그런데 이제는 음주운전이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부가 같이 와서 남편에게 사건에 대해 물으면 옆에 있던 부인이 “전 데요” 하고 대답하는 경우가 자주 있고 현장에서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하는 여장부(?)도 가끔씩 만나게 된다.
음주운전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25일 만에 다시 음주운전으로 잡혀서 왜 그랬냐고 물으니 음주운전으로 잡힌 것이 화가 나서 또 마셨다고 했다고 한다. 화가 난다고, 기분이 나쁘다고… 술을 먹어서는 안 되겠다.
즐거움과 기쁨으로 만난 연말모임이 다른 사람에게 슬픔과 고통을 주는 모임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겠다.
박영집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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