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가의 3대 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라고 한다. 이 세 가지가 구비되어야 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영토가 크고 국민이 많고 주권이 강하면 강대국이라고 할 수 있고, 반대로 영토가 작고 국민이 적고 주권이 약하여 남의 나라로부터 간섭이나 영향을 받으면 약소국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이 강대한 국가를 이루었던 고구려 때는 영토가 매우 컸다. 한반도의 북부와 만주 일대의 광활한 땅을 차지했던 이때가 우리 민족사에 가장 강대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중국에 비하면 인구가 적었다. 수양제가 고구려를 침공했을 때 군세가 113만이었다고 하며 후방 병력까지 합쳐 200만이었다고 한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때 신라군이 5만이었고 백제의 결사대는 5,000이었다. 그보다 700년 후인 고려 말에 요동을 정벌하기 위해 출정했던 고려군의 병력은 7만이었다.
이와 같은 병력의 격차로 인해 우리는 역사상 중국의 영향을 받은 때가 많았다. 지금 세계에서 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은 국토가 넓을 뿐 아니라 인구가 많다. 중국은 14억, 미국은 3억, 러시아는 1억5,000이 넘는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10억 인구를 가진 인도는 아직 강대국의 반열에 들지 못하고 있으나 앞으로 강대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한국은 현재 남한의 인구가 5,0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북한인구 2,300만을 합치면 7,300만이니 통일만 된다면 결코 적은 인구가 아니다. 비록 국토는 좁지만 인구로 보나 경제력으로 볼 때 한국은 세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나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면 만족스러울 만큼 강대한 나라인가. 결코 그렇지는 못하다. 한국이 주변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에 끼어 있는 한국은 항상 이들 강대국의 영향을 받아 왔다.
요즘도 종전과 북핵문제에 4자 회담이니 6자회담이니 하는 말이 따라다니는 것은 한국에 대한 강대국의 영향력이 아직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증해 준다. 한국이 남의 손에 운명을 맡기지 않으려면 주변 강대국에 못지않은 강대국이 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토를 넓혀서 강대국이 될 수는 없다. 또 인구를 부쩍 늘릴 수도 없다. 우리에게 남북통일이 시급하고 해외동포가 민족의 자산이라는 말이 그래서 실감나는 말이다.
인구가 600만 밖에 되지 않는 이스라엘이 2억 인구의 아랍세계 속에 섬처럼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굳세게 투쟁하며 번영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민족의 지원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의 구심점이 되어 한민족의 저력을 결집하기만 한다면 중국과 일본에 견줄 수 있는 강대국이 되어 세계사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금년 현재 해외동포의 수는 미국에 202만, 중국에 276만 등 세계 169개국에 걸쳐 704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세계화의 추세가 가열됨에 따라 기업의 다국적화, 개인의 투자 자유화 등으로 해외이주와 외국국적 취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화는 불가피한 대세이지만 이로 인한 국부와 인재의 유출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해외동포를 끌어안는 정책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이중국적제도의 채택이다. 세계사조가 바야흐로 다양화, 다원화로 흐르고 있는 지금은 국적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대이다. 세계화 추세가 더욱 활발해지면 앞으로 국적도 일반 멤버십처럼 쉽게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것이 누구의 손해일까. 한국의 손해일 뿐이다.
한국이 이중국적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한다면 이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신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다행히 지금 여야의원들이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새로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외국 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이중국적을 인정한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이중국적제도는 외국에 사는 해외동포에게 특혜를 주자는 제도가 아니라 한국을 세계의 강대국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미래전략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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