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조절 못하고 컴퓨터 앞 하루종일
1주일 38시간 넘는다면 ‘중독’수준
방치하면 사회성 결여·학습장애 등 불러
한국선 ‘정신질환’ 간주 치료캠프 열기도
얼마 전 뉴욕타임스 1면 톱에 보도된 한국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에 관한 뉴스가 큰 화제를 모았다. 미국 의학계에서도 인터넷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보느냐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하지만 지나친 인터넷 사용이나 컴퓨터 게임 중독은 정신건강 문제로 최근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한인사회에서도 인터넷 중독은 심각하다. 물론 한국처럼 쉽게 갈 수 있는 PC 방 등 인터넷 접속이 아주 용이한 것은 아니지만 미주 한인 가정에서는 최고의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있다.
전문의들은 인터넷 중독도 다른 중독 현상과 마찬가지라 지적한다. 카이저병원의 수잔 정 소아 정신과 전문의는 “인터넷 중독도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술, 마약처럼 컴퓨터도 조절을 잘 못하면 중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년간 월넛에서 한인중독증 회복 선교센터를 운영해온 이해왕 선교사는 “한인들은 인터넷 중독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다른 중독에 함께 빠질 수도 있게 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도움말을 통해 어린이,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에 관해 알아보고 예방책을 살펴본다.
뉴욕타임스 11월18일자 1면에 실린 한국 충북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인터넷 중독 치료시설에서 군대식으로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청소년들. (사진 Seokyong Lee for The New York Times Related)
■ 인터넷 중독 뇌에는 어떤 영향
정신의학에서 도박이나 알콜 중독은 심각한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된다. 의학적으로는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인터넷 중독도 마찬가지로 보는 견해가 최근 대두되고 있다. 술, 도박, 마약 중독처럼 한번 빠지면 스스로 조절하고 그만두기 어렵기 때문에 지나치게 빠지면 하나의 습관이 아니라 질병으로 볼 수 있는 것.
2005년에 대구의 한 PC방에서 20대 청년이 잠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 않은 채 50시간이나 게임에 몰두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이제 인터넷 중독도 하나의 질병으로 보고 있으며 국가적 현안으로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미 의학협회(AMA)에서는 지난 여름 컴퓨터 게임 중독을 정신질환으로 공식화하는 것을 논의하기도 했다.
뇌는 특정한 자극을 감지하면 다량의 쾌락물질을 분비하고 다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이 뇌의 회로에 작용하는 신경전달 물질들이 불균형을 이루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수잔 정 전문의는 “뇌의 전두엽에서는 생각하고 인식하며 판단하고 기억하는 고도의 많은 훈련을 하게 되는데, 자라면서 점점 발달하고, 감정을 느끼는 뇌에서는 무엇인가 하고 싶은 감정을 조절해 중단시키기도 하면서 발달한다. 하지만 조절을 잘 못하면 중독증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뇌에서는 인터넷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또 너무 많이 하면 좋지 않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조절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불안하기 때문에 더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다. 마음이 편하면 전두엽의 판단능력도 늘어나고, 사고방식도 조금씩 발달된다. 하지만 인터넷 중독에 빠지면 성격도 충동적으로 변하고, 감정 뇌에서 나오는 과격한 감정들을 참을 수 없게 된다. 점점 자기 조절을 못하게 되고, 자꾸 부모로부터는 야단만 맞게 되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노력도 안 하면서 점점 더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또 지나칠 정도로 인터넷에 빠져들면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거나 강박관념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에 굉장한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 붓게 된다. 게임이나 도박이 잘 안되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거나 충동성질이 강해지고, 대인관계 기피, 사회생활 결여, 비만, 학습능력 저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또 불안 증세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돌파구를 찾아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인터넷 중독이 마약중독보다 더 인지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보고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 런던 킹스칼리지 연구팀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중 이메일 중독에 빠지면 지능지수(IQ)가 10% 정도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마리화나 사용자의 IQ 하락폭보다 2배 이상 큰 것이라는 보고다.
스스로 조절하도록 지도를
청소년 인터넷 중독, 게임·사이버섹스·이메일 확인 강박등 다양
■ 인터넷 중독,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이해왕 선교사는 “숙제를 한다든지, 업무를 본다든지 등 정규적인 일 외에 1주일에 38시간 이상 인터넷을 하게 되면 인터넷 중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하게 일반에 소개되기 전에는 대마초, 마리화나, 마약 등에 빠지는 청소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대부분 게임 중독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한번 다른 종류의 ‘중독’에 빠졌던 경우 더욱 쉽게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 쉽다. 마약이나 알콜 중독에 빠진 경우는 게임에도 중독되기 쉽다.
이 선교사는 “마약에 빠지는 경우는 오히려 예전보다 줄고 있으며 이제는 인터넷 중독이 대세”라 설명했다. 또한 “한인 가정의 경우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진 자녀가 있으면 부모가 아무리 못하게 야단을 치고 막아도, 겨우 일상생활만 하고 DSL 등 접속환경을 끊어놓아도 부모 몰래 무료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 게임에 빠지는 등 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청소년, 대학생의 경우 온라인 도박에도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 학자 융자금이나 한국에서 부모가 보낸 학비와 생활비 전체를 온라인 도박에 쏟아 붓기도 한다. 이 선교사는 “온라인 도박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나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실제 도박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승부감을 조장하는 게임이나 돈을 걸고 하는 게임에 빠지면 도박 중독자로 변할 확률이 많다는 것.
문제는 20~30대 젊은 중독자는 인터넷 중독을 심한 정신적 질병이라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절하거나 끊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 고혈압, 당뇨병 등 육체적인 병에는 낫고자 하는 의지가 확실하게 부여되지만, 인터넷 중독자의 경우 ‘내가 무슨 중독자야’ 하기 쉽다. 인터넷 중독에 빠진 청소년의 경우도 부모가 억지로 못하게 하거나, 상담 세미나에 가자고 하면 그때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게임만 하던 아이가 성년이 되면 성숙한 행동이나 대인관계를 배우지 못해 성년 이후가 되어서도 미성숙한 자아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선교사는 “한 세미나에서 만난 어떤 한인 부모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학생들이 많은 한 고교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눈이 충혈돼 있고 수업시간마다 졸아 학교에서 마약중독이 아닌가 조사했으나, 실제로는 밤새워 게임을 하기 때문에 잠을 못 자고 학교에 등교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자녀가 인터넷 중독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부모의 관심이 지혜롭게 발휘돼야 한다.
■ 인터넷 중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게임 중독을 들 수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성인까지 해당되는 컴퓨터 중독, 과잉 정보 중독, 온라인 도박 내기 중독, 사이버 관계 성(sex) 중독, 온라인 옥션 중독, 온라인 샤핑 중독, 이메일 확인 중독 등 다양하게 빠질 수 있다.
이메일 중독은 수분마다 새로운 메일이 왔는지 살피며,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 체크하기까지 한다. 과잉 정보 중독은 쏟아지는 정보를 계속 블로그 같은 곳에 저장해 분류하고 모아두면서 시간을 할애하는 것. 또 밀폐된 공간에서 사이버 섹스 음란물을 보고 자위행위에 지나치게 빠질 수도 있다.
■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
인터넷 중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모가 문제다. 또 ‘중독’이라 하면 큰 질병처럼 여기고,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못하게 하다가도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인 학부모의 경우 교육열이 높아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 가장 성능 좋은 비싼 컴퓨터 환경에 초고속 인터넷 환경을 만들어 놓기가 십상이다. 10대 청소년 때는 이러다 말겠지 할 수 있겠지만 대학으로 진학해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 예방이 중요하다
최첨단 시대에 무조건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먼저 혹시 다른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재발방지에도 주력해야 한다. 이해왕 선교사는 “컴퓨터는 1대만 TV처럼 거실이나 식당에 놓아두고 공동으로 함께 사용하며, 가족 모두가 시간표를 작성해 시간을 할당해 사용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잔 정 전문의는 “아이의 관심사를 찾아주어야 한다”며 “무조건 야단치거나 윽박질러서 강제적으로 못하게 하지 않고, 부모가 직접 조절해 주기보다는 스스로 어떻게 조절할 지를 도와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태권도나 마샬 아트 등 체육활동이나 악기 연주 배우기 등 예체능이나 책 읽기 같은 다른 곳으로 관심을 더 유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친구 사귀기나 그룹 활동 등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 인터넷 중독 예방 요령 10계명
1. 조기 징후를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2. 부모 스스로 모범이 된다.
3. 컴퓨터를 켜고 끄는 시간을 정한다.
4. 불필요한 게임 CD나 파일을 지운다.
5. 적절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한다.
6. 컴퓨터를 공개된 장소로 옮긴다.
7. 모니터 앞에선 먹지 못하게 한다.
8. 아이 스스로 중독 상태임을 알게 한다.
9. 게임 등에 대한 부모 의견을 통일한다.
10. 중독은 사랑으로 해결한다.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
1. 하루도 빠짐없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2. 접속한 뒤에는 시간가는 줄 모른다.
3. 외출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4. 식사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5. 인터넷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걸 부인한다.
6. 모니터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7. 이메일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
8.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커 주위에 알리고 싶어한다.
9. 직장 일에 바쁠 때에도 인터넷에 접속한다.
10. 가족이 없을 때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 도움이 되는 사이트
- 한인중독증회복 선교 센터 www.irecovery.org 또는www.werecovery.org 문의 (909)595-1114
- 인터넷 중독 사이트 www.netaddiction.com 40문항의 자가진단 테스트(K-척도)를 해볼 수 있다.
- 한국 인터넷 중독 예방 상담센터 www.kado.or.kr
- 인터넷 섹스 중독 자가 테스트 www. sexaddictionhelp.com/test.html 또는
www.sexhelp.com/internet_screening_test.cfm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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