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부터의 해방
자신 되돌아 보는 기회
지난 추수감사절에는 3박4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다녀왔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전에 못 봤던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왔다. 물이 빠진 미러레익(Mirror Lake)의 바닥을 걸어보기도 하고, 또 1960년대에 엘캐피탄을 등반한 산악인들을 찍은 사진전도 보았다. 그 사진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왜 저들은 꼭 그렇게도 산을 올라야만 했나 하는 질문이었다.
누구는 “거기에 있기 때문에”라고 대답했다고 하지만 막상 필자는 이런 등반도 등반이지만 필자가 평생 고집하는 ‘캠핑’도 “왜 꼭 이렇게 ‘캠핑’을 다녀야 하나”였다.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관광 명승지들도 수없이 많은데 왜 꼭 캠핑을 다녀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있다. 3박4일을 모텔 위주로 하자면 숙박비도 많이 들고 또 외식비도 많이 들 수 있지만, 우리가 하는 식의 캠핑은 자동차 개스비만 있으면 그렇게 큰 추가경비 없이도 여기 저기 마음대로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이것만이 유일한 이유라면 이것은 주접스럽기만 한 것이 되고 만다. 이렇게 산에서 텐트를 치고, 아니면 이번처럼 차를 옛날 역마차처럼 활용하면서 다녀오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첫째로 캠핑을 하면 우리가 평상시에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나를 알게 된다. 다른 여행도 그렇지만 캠핑을 다녀온 사람들이 집을 들어오면서 언제나 하는 얘기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집처럼 좋은 곳이 없다”라는 감탄사이다.
차를 타고 다니는 캠핑은 차 안에 싣고 갈 수 있는 것이 전부이고, 등에 메고 도보 등산을 할 때는 등에 질 수 있는 무게, 즉 30~50파운드의 물건이 전부인 것이다. 텐트는 물론, 취사도구, 침랑, 갈아입을 옷, 먹을 것, 마실 것 등 등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추려서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조심스럽게 준비해야 하고, 또 가지고 간 것은 꼭 아껴서 써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둘이 가니까 간단히 가정용 개스버너를 가지고 갔는데 막상 도착해서 밥을 지으려고 버너를 꺼내 놓고 보니 작동을 안 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중간에 개스가 새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앞이 막막했지만 마침 바비큐해 먹으려고 가지고 간 조개탄(charcoal)이 있어서 3박4일 동안 조개탄만 가지고 모든 요리를 했는데 집에 있는 스토브가 얼마나 강력하고 편리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집에서 요리를 할 때 켜기만 하면 ‘딱!’하고 켜지는 개스레인지를 켤 때마다 감사하다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옛날 이스라엘의 다윗도 왕이 되기 전에 사울 왕에게 쫓기면서 이와 비슷한 캠핑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하도 억울하고 힘들어서 하나님에게 이 원수들을 모두 물리쳐 달라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막상 하소연을 하고 난 다음에, 다시 생각을 고쳐먹고 하나님께 기도로 아뢰기를, “저희를 죽이지 마옵소서. 나의 백성이 하나님의 크신 은총을 잊을까 하나이다”(시편 59:11)라고 노래한 것이다. 힘들지만 또 다시 가고 싶은 것이 캠핑인 것이다.
야전식 캠핑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는 가끔씩 한적한 곳에 찾아가야 할 필요가 절대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특별히 미국과 한국에 선거전이 과열되어 있고 또 폭등하는 원유 값과 세계 방방곡곡의 뉴스가 시끄럽게 보도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때로는 이런 모든 부산스러움에서 해방되어 우리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 힘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캠핑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이런 모든 시끄러운 뉴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만 해도 얼마나 기분이 상쾌했던지 우리 부부 둘이서 결정하기를 이번 선거가 끝날 때까지 뉴스를 아예 듣지도 보지도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런 고립주의적 사상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너무나도 이상적인 것이 76만에이커가 넘는 광활한 지역에 상업적이거나 인위적인 손길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이 구석 저 구석 절경을 찾아다니고 있는데 그 산길을 드라이브하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쾌적한지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멀리 아주 호젓한 곳에 하얀 집이 시야에 들어 왔다. “야, 저런 멋있는 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라고 부러워했는데, 지나치면서 보니 그 멋있는 집은 다름 아닌 남녀 공중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이곳은 국유지로서 개인 집은 한 채도 없는 곳이라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
한동안 드라이브를 하며 이곳저곳 산길을 거닐었는데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서 서둘러 캠프로 돌아 왔는데 저녁 해 먹을 불을 지피며 시계를 보니 겨우 5시였다. 이 긴긴 밤을 어떻게 지내나 염려가 되기도 했는데 막상 저녁 해 먹고 또 식사 후 상점에서 사온 장작과 여기저기서 주워온 나뭇가지로 불을 잔뜩 피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보니 아직 땔 나무는 많은데 어느덧 밤 11시가 넘은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서둘러 차안에 신혼 방같이 꾸며놓은 이불자리로 들어갔는데 이불 속에서도 부부의 정다운 대화는 밤이 깊도록 끊일 줄을 몰랐던 것이다.
처음 결혼했을 때부터 다른 얘기는 각설해도 이 캠핑만은 혼자 고집을 부렸는데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번 산행은 내가 아니라 아내가 부탁한 것이라 특히 감사했고, 또 우리 아이들도 이번 여름에 저희들끼리 모여서 머리를 짜서 계획한 것이 북가주 바닷가에서 도보 캠핑을 하는 것이었다. 후문에 처음으로 부모 없이 간 것이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많아서 고생도 많이 했다고 들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그런 여행을 계획했다는 사실이 그래도 “캠핑”이 무엇인가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구나 하고 많은 위로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언제 한번 이 “캠핑”에 도전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전화: (213)210-3466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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