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보이는 한국은 모순투성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다. 그 기업이 어느 날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으로 떠오른다. 거미줄처럼 뇌물사슬을 쳐놓았다는 거다. 폭로대로라면 그런 정경유착이 따로 없다. 사람들은 그래도 무덤덤한 반응이다.
정치로 눈을 돌리면 모순은 더 극대화된다. 여론조사의 흐름은 계속 일정한 방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온갖 음모설만 넘실댄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일뿐 실제의 흐름은 그게 아니라는 투다, 그 가운데 불확실성만이 지배한다.
‘한국에서는 날마다 스캔들이 터진다’-. LA타임스 보도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대선 판을 뒤흔들고 있는 BBK 의혹, 신정아-변양균 스캔들, 만연한 학력위조 사태 등을 열거하면서 한국사회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사회로 그린 것이다.
얽히고설키었다. 전근대성과 최첨단이 혼재한다. 극에서 극을 달린다. 모순투성이로 밖에 비칠 수 없는 것이다. 이 한국의 ‘오늘’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키워드는 그러면 무엇일까.
1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굿에 드는 비용이다. 무슨 돈이 그리 많이 드나. 아니 상당히 싼 편이다. 신통한 무당이 대운(大運)을 빌어주는 굿이다. 대운이 뭔가, 왕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1억 정도야….
대선정국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동시에 점괘가 춤을 추고 있다고 한다. 정감록이 새삼 운위된다. 여론은 여론, 하늘이 점지한 대운의 인물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가 정가에 공공연하다. 대선 정국의 물밑에서 점술에, 무속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맞춤형 예언도 유행이라고 한다. 점술은 마케팅이라는 괴이한 이론과 함께. 하늘이 아무개를 점지했다는 말이 번져서 손해를 볼 게 없다. 때문에 역술인들은 여론몰이에 아주 유용한 존재로 꼽히고 있다는 거다. 거기서 정치와 무속의 유착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점술가들의 조언을 미끼로 정치훈수까지 한다. ‘아무개 대세론’식으로. 거기에 정보관계자라는 사람들이, 또 대기업 CEO란 사람들도 몰려든다고 한다. 대선 이후 경영전략 수립을 위해서라는 것.
이 해프닝은 세계적 뉴스가 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선거는 조상의 묘를 옮긴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빠지지 않았다. 한국의 역술인수는 30만이 넘는 가운데 한국 정치인 치고 점을 보지 않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다고 했던가.
앞서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한국의 오늘을 읽어낼 키워드는 무엇일까. 답은 아무래도 샤머니즘 같다. 유교의, 불교의, 또 기독교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시장경제를, 또 시대정신을 논한다. 그러나 마음의 밑바탕은 샤머니즘이다.
한국사회의 문화적 문법, 그 심층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속의 정신세계다. 그 전통에 누구보다 충실한 사람들은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인 것이다.
오직 개인 문제 해결만이 그 목적이다. 공동체 정신 같은 것과는 무관하다. 나의 문제 해결, 나의 이익을 꾀하는 거다. 그 방법은 하나로 귀결된다. 뇌물이다. 신(神)을 달래라. 뇌물을 주어서. 그러면 만사형통이다. 샤머니즘의 요체다.
그 연장이 뇌물만능주의다. 법은 필요 없다. 신에게도 통하는 게 뇌물이니까. 그 멘탈리티에는 공정한 법이란 인식은 없다. 샤머니즘 문화는 법에 기초한 국가사회 건설에 상당한 장해가 된다.
이 샤머니즘이란 프리즘을 통해 보면 왜 모순투성이의 일들이 벌어지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 스토리의 하나. 한국의 기자들이 ‘대통령감 1위’로 꼽던 인물이다. 이 정치인이 당을 박차고 나와 망가졌다.
왜 그렇게 됐나. 여러 가지 진단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점괘를 활용한 측근의 설득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 측근은 한국의 점술가로는 모자랐는지 프랑스 점술가가 뽑은 운세까지 전하면서 탈당을 권유했었다는 것이다. 6월 이후는 대운이 온다고. 결과는 다 아는 대로다.
2007년 한국 대선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의미는 무엇일까. 대중사회에서 진정한 시민사회로 나가는 단계가 될 것이다. 한 국내 석학의 진단이다. 보다 투명성이 확보된 예측 가능한 정치로 진화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달리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온갖 잡신이 너울대는 혼탁한 정치에서 빛의 정치로 바뀌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대선은 한국인에게 있어 재난이다. 누가 한 말이던가. 그 재난을 축복으로 바꾸는 방법은 굿판정치, 점술정치의 저주를 끊어내는 것이 아닐까.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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