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식(뉴욕가정상담소 카운셀러)
보통 사람들은 ‘정신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보인다. 뭔지 모를 부담감과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터부시 되어온 치유할 수 없는 병이라는 고정관념들이 접근하기 힘든 벽을 만들어 왔다.
넓은 뜻으로 정신병이라 함은 정신기능에 이상을 나타내어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병적 상태를 말한다. 망상, 환각, 판단통찰력 사고 과정의 결함,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능력 부족 등이 특징으로 나타난다.정신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흔히 내인(內因), 외인(外因), 심인(心因)으로 나눈다. 내인이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질을 뜻하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소질과
유전문제를 든다.
외인이란, 후천적으로 신체, 특히 뇌에 가해진 신체적 원인을 말하며 심인은 정신적 심리적 원인을 뜻한다. 이 중 한가지만이 정신병을 일으킨다고는 볼 수 없다. 조금 더 쉬운 말로 표현하면 정신병이란 ‘마음의 병’이다. 감기에 걸려 기침하고 콧물 흘리듯이, 몸이 아픈 것처럼 마음이 아픈 것이 바로 정신병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의 병’은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다는 이유 또는 명백한 진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무시되어 왔으며 이로 인해 많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함으로써 그들에게 더 큰 아픔을 안겨주었다.
정신병을 종교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 또한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소위 ‘귀신이 들렸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종교적인 의식을 통해 귀신을 쫓아냄으로 정신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많은 퇴마 의식을 통해, 기도를 통해 정신병적인 증상에서 벗어나는 실례들은 과거에서부터 적지않게 있다는 것을 여러 문헌에서, 현재의 리서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그러나 정신병은 단 한가지 원인으로 야기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한가지 요인만 치료해서는 온전한 치료가 어렵다.
예를 들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그 사람은 불규칙적이고도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식사가 어려웠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급격하게 줄었다.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직장에서 일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졌으며 간간히 환청이 들리기도 했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하기에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이 많았다.이런 사람에게 우울증 약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으나 약만 먹는다고 해서 증상이 완전히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무리다.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적인 뒷받침도 필요할 것이며 규칙적인 운동 또한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흔히들 말하는 Multiple Personality Disorder(다중인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인격 외의 또 다른 인격이 그 안에 있는 것같이 행동한다. 본인의 목소리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며 다른 생각과 의견을 말한다. 종교인들이 ‘귀신이 들렸다’고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증상 중에 하나이다. 실제로 종교의식을 통해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본인들은 말한다.
그러나 ‘귀신이 제거된 후’ 그 사람의 기억에는 여전히 ‘귀신에 사로잡히고’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지속적인 정신적, 심리적 위로와 배려가 없이 ‘귀신 들렸던’ 사람의 완치는 불가능하다.
이렇듯 정신병은 단기간에 완치되기 어렵다.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인간의 삶 전반적인 부분에서 다루어져야 하며 장기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신병은 불치병이며 전염병처럼 옮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낙인 찍고 격리해 버린다면 사람들의 ‘마음의 병’은 그 치유의 방법도 원인의 발견도 영영 발견되지 못할 것이다.이전에는 정신병은 유전병이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하던 시대도 있었으나 정신의학의 발달과 정신안정제라고 속칭하는 향정신약물의 발달을 비롯한 치료법의 진보로 유전병이라는 그릇된 생
각은 많이 개선되었다. 특히 발달된 약물과 병행하여 여러가지 테라피의 병용으로 치유율 또한 많이 높아졌다.
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정신병이라고 진단하는 기준이 조금 더 명확해진 탓도 있겠지만 각박해진 삶 속에서 사람들이 주고 받는 온기가 적어진데도 이유가 있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배려가, 마음가짐이 이 시대의 ‘마음의 병’을 앓고있는 사람들의 수를 줄이는데 한 몫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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