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분단 50년이 넘도록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땅을 가본다는 기대감으로 잠을 설쳤다.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제51차 상임회의에 참석한 길에 서울에서 개성을 방문할 수 있었다.
민간차원의 방문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하루 한 차례 100명 이하로 허용된다. 당일 이미 예약된 방문단이 있었지만 통일부의 특별 배려로 해외협의회 회장단 33명의 개성공단 방문은 허용되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고성능 망원경으로 북측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11월2일 오전 11시쯤 바라본 북측은 사람의 움직임은 발견할 수 없었고, 들이나 산에는 나무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붕도 없이 짓다만 3층, 5층 건물들도 많이 보였다. 벌써 10년째 그 상태라는 전망대 안내원의 설명에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임진강의 중간쯤 있는 모래섬엔 수백만 마리의 철새 오리 떼가 한가로이 떼 지어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대통령 일행이 육로로 걸어서 건넜던 ‘자유로’를 통해 개성으로 갈 수 있었다. 상임회의 때 분계선을 넘을 때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나만 건너면 뭐하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방문 당시의 굵고 노란 선은 미관상 안 좋다는 북측 요구에 의해 지워져 있었다.
남측 통관은 국제공항의 절차 그대로였다. 여권에 ‘도라산/개성’이란 도장을 찍었다. 사진촬영은 자유롭지만 디지털 카메라만 사용할 수 있었다. 재입국시 검열을 하여 군인 모습이나 군사기밀이 담긴 것은 삭제하기 위한 이유에서였으며 휴대폰은 사용할 수 없었고 맡긴 후 나가면서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지나 15분쯤 이동 후 북측 통관소에 도착했다. 통관절차는 방문증 혹은 여권번호와 명단을 확인하는 정도였고 통관 후에야 그 곳이 개성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서울에서 개성간 거리는 60km, 문산에서 15km, 그리고 군사분계선에서는 5km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분계선에서 버스로 10분 거리면 바로 개성인 것이다. 버스 안에서 들은 통일부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이 ‘자유로’ 도로를 하루 800여대의 차량이 왕래를 한다 하니 놀라운 남북관계의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크고 작은 수십대의 트럭들과 모래를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김동근 위원장의 현재의 공단 개발상황 설명에 따르면, 2004년 준공한 개성공업지구는 2007년 7월 1단계로 100만평이 분양되어 전력, 통신, 용수, 폐수 처리 등의 기반시설을 모두 완공하였고 2009년에는 400여개 기업에 10만명의 북측 근로자가 근무하게 될 예정이며 현재 남측 근로자 800여명 및 북측 근로자 1만8,9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노동시간은 주 48시간 이하이며 임금은 월평균 60달러 정도이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임금에 비해 절반 이하의 임금인 것이다.
상황실 현황 설명 및 동영상을 관람한 후 은행, 마트, 병원, 한전, 소방대 등 관리위를 둘러본 후 입주기업 방문의 하나로 시계회사인 로만손과 의류회사인 신원방직을 방문하였다. 시계, 귀금속 제품 등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는 로만손은 개성에서 만든 제품을 현재 러시아나 중국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신원방직의 봉제공장은 건물 층마다 수백명의 직원이 동시에 작업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사회주의 사상이 작업 능률을 저해시키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서로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모두 한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생각으로 서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상의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서로 돕고 노력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통일의 의미이며, 남과 북이 함께 일하고 생활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통일을 이룬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더욱 많은 기업인들에게 개성공업단지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남북이 하나 되어 한 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진정한 통일의 참모습을 모두가 다 함께 느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영해
뉴욕 평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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