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고 느끼기에는 아직도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따갑다. 2007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샤핑센터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는 등 연말 분위기에 돌입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대하는 순간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났나 하는 생각에 움찔거리게 되고 세월의 속절없이 빠름에 공허함마저 느낀다.
이미 연말 샤핑전쟁이 시작됐다. TV나 신문에 크리스마스 선물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이 시기가 되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올해는 또 무슨 선물을 해야 되나 고민에 잠기게 된다. 마음 같아서는 서로 안주고 안 받자고 하고 싶지만 사람 사는 일이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가격이 적당하면서도 의미 있는 선물이 없을까 캐털로그를 이리저리 뒤적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가까운 친구 아이의 생일선물을 사려고 샤핑을 하던 중 중국산 장난감에서 납성분이 검출되어 많은 중국산 장난감이 리콜 되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그래서 중국산 아닌 장난감을 고르려 하니 찾기가 그리 용이한 문제가 아니었다. 대부분이 미국이나 유럽 회사의 제품으로 되어 있으나 OEM 방식으로 생산지는 대부분 중국이었다.
그동안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 치약, 타이어, 건강보조제 등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고 심지어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생선, 중국산 의약품 원료 등에서도 많은 문제가 노출돼 왔다.
루이지애나주의 기자 사라 본지오르니가 했던 실험이 떠오른다. 그녀는 막 끝이 난 크리스마스 파티로 어질러진 집안을 둘러보다가 TV부터 테니스 운동화,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한 전구, 마룻바닥 위의 서양 인형까지 중국산 제품이 집안을 온통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족들과 1년간을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기로 결정하였다. 1년 후 그녀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그것은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는데 2주가 걸렸다. 중국산이 아닌 제품을 찾기가 그만큼 어려웠고 결국 14달러짜리 중국산의 네 배가 넘는 68달러짜리 이탈리아제 운동화를 사야 했다.
또한 장난감 매장은 온통 중국산이어서 값비싼 덴마크제 레고를 사야 했으므로 그녀의 지갑은 더욱 얇아졌다. 가정용품들이 고장 나도 고칠 수가 없었다. 겉은 미국산이었지만 부품이 모두 중국산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독립기념일, 핼로윈,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면서 이런 명절들이 중국을 위한 미국의 축제가 된 현실을 절감하였다. 성조기부터 장식용 폭죽까지 중국산이 아닌 게 없었기 때문이다.
쥐덫, 허리띠, 선글라스, 전구에 이르기까지 중국제는 온 집안을 소리 없이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본지오르니는 1년으로 예정했던 실험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제를 끊는 게 비현실적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시장 의류 및 신발의 80%, 가전제품·장난감·음반·게임기의 60~80%가 중국산으로 나타나 중국산 ‘저가’의 위력이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과 유해성을 문제 삼아 FDA 등 기존의 기구만으로는 미국인들을 중국산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고 보고 새 감시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에서는 미 정부가 무역역조를 시정하려고 중국산 제품의 기술, 질적 수준을 트집 잡는 것이라고 역공하면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 생활에서 생활필수품을 고를 때 ‘메이드 인 차이나’를 피해 가기는 힘든 시대이다. 또한 가격 대비 만족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중국산의 공로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중국산의 안전성과 유해성에 대한 문제는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어 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단시일에 해결되기에는 중국 제품이 너무나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또한 정부의 정책들도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가 말했듯이 배추에 “나 중국산이요” “나 한국산이요”라고 쓰여 있기 전까지는 배추의 국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듯하다. 결국 판단은 소비자인 우리의 몫인 상황이다. 연말 샤핑시즌이 시작되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중국산 지뢰밭’을 피해 가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가 안겨진 셈이다.
제나 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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