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아는가. 알다 뿐인가. 그런데 그 이야기는 왜 끄집어내지. 뭐 설교라도 할 생각인가. 이런 핀잔이 바로 들려올 것 같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선한 사마리아 이야기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돈이 없었으면 어떻게 도울 수 있었나. 그러니 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말이라고 한다.
훈훈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스토리들이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펜실베니아주 이리 시에서 전해진 뉴스다. 인구래야 10만명 정도의 작은 시다. 게다가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다. 그 시에 천사가 나타났다. 한 익명의 독지가가 1억달러를 내놓아 무의탁자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질문이 제기된다. 역시 돈이 있어야 돕는 것인가, 아니면…. 대처식의 논리에 따르면 답은 나와 있다. 돈이 있으니 도울 수 있어 돕는 것이다. 극히 현실적인 견해다. 일반론이기도 하다.
“그게 아니다. 베푸는 삶은 부요로 이어진다(Giving makes you rich). 정신적인, 영적인 부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줄 때,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부자가 된다.” 시러큐스 대학의 경제학자 아서 브룩스의 주장이다.
자못 형이상학적이다. 초현실적으로도 들린다. 그렇지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되다. 줄 때 넘쳐흐르게 채워주신다…’-이런 말들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거다. 현실에서 사실로 입증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개인, 한 가족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미국 전역에서 40개 커뮤니티 3만명을 대상으로 기부와 소득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나온 결과는 꾸준히, 또 열심히 자선활동을 해온 사람의 소득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월등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소득이 늘면서 기부액수도 늘었다. 그뿐이 아니다. 기부가 소득을 늘렸다. 말하자면 선순환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러면 얼마만큼의 소득 증가를 가져왔나. 기부액 100달러 당 소득은 평균 375달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통계상의 오류가 아닐까. 바로 뒤따르는 지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선활동은 인간의 두뇌, 특히 식량과 거처 마련 등 행위와 관련된 두뇌부문의 기능을 발달시킨다. 오리건 대학 연구진의 조사다. 자선활동은 건강한 심신활동을 촉진해 그 결과 긍정적 인간형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사회학자들의 설명은 또 이렇게 그 타당성을 인정한다.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알려짐으로써 조직에서 리더십의 위치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선활동에 적극적인 사람은 남달리 빨리 진급하는 경향이라는 것.
줄 때 부요해진다. 이는 개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 사회, 한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지난 50년간 150%가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인 1인당 기부금액도 190%가 늘었다. 소득이 100달러 늘 때마다 미국인들의 기부액은 1달러47센트가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이 베풂의 자원봉사는 펜실베니아 이리 시 스토리 경우 같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보통의 미국인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가정 10가구 중 9가구 이상이 각종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통계다.
가난한 가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의 일부를 항상 떼놓는다. 남을 돕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미국인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 2006년 현재 미국인의 기부금 총액은 3,000억달러 선을 마크했다. 미국은 기부문화에 있어서도 ‘수퍼 파워’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 역시 기부와 소득의 선순환적인 관계다.
소득이 늘었으니 기부도 늘었다. 역으로 활발한 기부는 전체적인 국가의 부를 키웠다. 브루스의 계산에 따르면 100달러의 기부는 1,800달러의 GDP 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부는 애국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선은 바로 경제성장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인용이 길어졌다. 다름 아니다. 감사의 계절을 맞아 얼마나 베푸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지난 1년 동안 기부한 돈이 얼마던가…. 부끄러울 뿐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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