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홈아트 갤러리)
시골에서 태어난 나는 6살 때 처음 보았던 영화를 아직도 기억한다. 험상궂은 병사들의 채찍질을 당하며 야유하는 군중 사이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십자가를 매고 걸어가는 예수의 장면. 교회 마루바닥에 신발을 잊어버리지 않게 신발주머니만 꽉 잡고 달달 돌아가는 영사기 소리와 어둠 속에서 뽑아내는 강력한 빛줄기, 영화 제목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저 난생 처음 보았던 그것이 ‘활동사진’이었다.
구석기시대 스페인 북부 산타베르주에 있는 알타미라(Altamira)동굴 벽화에 도망치는 사슴과 뒤쫓는 사냥꾼의 모습이 활동사진을 연상케 한다.
인류 최초로 등장한 극장은 아테네 아폴로 폴리스 신전 밑에 있는 ‘디오니 소스’ 극장이다. 당시 소포클레스(Sophokles, BC496-406)의 작품 중 오이디푸스왕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1893년 에디슨이 발명한 활동사진을 채플린의 무성영화 시대를 거쳐 오늘의 거대한 헐리웃 영화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든 영화는 1926년 나운규의 ‘금붕어’ ‘아리랑’ ‘풍운아’ ‘벙어리 삼룡’ 등이다.
무성영화 시절에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사로잡던 변사의 인기가 배우를 능가했으며 1927년 미국에서 토오기(Talkie) 영화기술 혁명이 일어난 후 변사의 위치도 스스로 사라져가고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동시녹음 기술이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했기에 당시 최고 인기배우 신성일, 엄앵란과 같은 배우들의 음성은 모두가 성우들의 대리 음성이었다.1932년 천연색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처음으로 색채 영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는 60년대 중반 노필 감독의 뮤지컬 영화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밤하늘의 부르스’였다.그는 당시 흑백영화 제작비의 3배가 넘는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불행히도 삼청공원에서 스스로 목을 매었다.
“아니, 점심시간까지 함께 바둑을 두었던 그 분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음악영화의 거장이었던 선생 한 분을 잃고 처음 영화판에 뛰어들었던 나로서는 충격적 사건일 수 밖에 없었다.배우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어릴 적부터 궁금했던 ‘영화’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가, 직접 제작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나의 꿈이었고 요즘같이 학교나 학원 같은 것도 없었을 때이니 몸으로 부딪치는 수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극장은 나의 교실이었고 충무로 뒷골목 대포집은 나의 공부방이었다.
촬영에서 현상, 편집, 녹음, 더빙, 에니메이션 까지 직접 나의 손으로 해 보고서야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완성되는 것을 배웠다.
미국 오던 날, 나의 두 손을 꽉 잡으며 커피 한 잔 하자던 이창근 감독의 앞가슴에 무궁화 금뱃지가 그렇게 찬란할 수가...당시 칠순이 넘은 노장 감독, 만주벌판을 무거운 촬영기 둘러매고 누볐다는 그 분에게 특별히
나라에서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내린 금뱃지였기에 더욱 더 빛나게 보였던 것이다.그 후 30년이 지난 지금, 한국영화 또는 미국영화를 보아도 그 당시 기술과 별 기술 발전을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리나라가 스크린 없이 배우와 관객이 함께 어울리는 그런 극장을 만들 수는 없을까? 배우와 함께 직접 입맞춤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그런 극장을. 그런 기술 혁신만이 헐리웃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레이저 광선을 두 갈래로 나누어 첫번째 광선은 피사체에 반사시키면서 두번째 광선은 그 반사된 광선과 부딪치게 한다. 그것을 필름 위에 기록한 후 여기에다 또 다른 레이저 광선을 통과시키면 피사체의 3차원 입체상이 나타난다. 그렇게 나타나는 장면은 허상이기 때문에 손을 뻗쳐서 그것을 만져보려고 하면 손은 허공을 지나가고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런 현상을 홀로그램(Holographic)이라 한다.
최근에는 홀로포닉 사운드(Holophonic Sound)까지 선을 보였다. 마치 성냥불을 그어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저절로 고개를 돌리는 감각의 느낌을 하게 하는 것이다.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전혀 다른 극장을 만든다면 세계 유명 배우나 극작가들이 모두 모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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