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 미국경제에 대한 화두는 ‘부동산 시장’이다. 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2000년 초부터 2006년 말까지 주택 가격이3배가 올랐다는 점이다. 주택 판매 거래량은 2004년 3월 최고치에서 30 % 줄었으나 유래없이 급상승했던 주택가격은 별로 하락하고 있지 않다. 이 점이 표면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주택 시장의 특징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GM 주식 등과 달리 우리는 자신의 집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택시장이 뜨거울 때, 여럿이 우리 집에 몰려 와서 우리 집이 마음에 든다면서 상상을 넘는 구입가격을 제시한다. ‘아부(?)’에 넘어가, 우리는 사랑하는 집을 그들에게 판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이 뜨거울 땐 주택가격도 오르고 주택거래량도 같이 늘어난다.
반면 주택시장이 냉각 되면, 그 중 몇몇만 와서 이런 불쾌한 소식을 전한다. ‘당신 집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분 상한 우리는 ‘무슨 소리냐? 이 집은 백만달러 가치다. 이상 끝.’ 이때 우리는 팔지만 않으면 집을 산 가격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믿는다. 몇 년 후에는 결국 집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결과 주택시장이 냉각되면 거래량은 줄어드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의 귀추는 주택 거래가 다시 늘어나거나 아니면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는 결국 주택가격이 하락하였다. 시차가 문제인데 이번 주택 가격 상승이 유래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주택가격 하락 기간은 꽤 긴 조정기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의 특징은 주택 거래량은 신속하게 변동하지만 주택 가격은 하향 경직성을 보이는 것이다. 이 점이 대다수 제품시장과 다른 점이다. 제품시장에서도 제품가격이 신속히 움직여 생산된 제품이 소화되는 것이다. 이에 ‘공급이 수요를 창조’하게 되어 경제의 전반적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품가격의 반응이 늦다면 제품 판매량이 대신 변하게 된다.
국내총생산, GDP의 P는 가격(Prices)이 아니라 생산(Products)을 나타낸다. 따라서 가격이 내리면 문제가 없으나 생산이 줄어들면 국내총생산이 줄어드는 경기후퇴가 야기된다. 이 점에서 보면 주택시장 냉각기에 주택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주택 거래량만 줄어드는 것은 주택시장 냉각이 경기후퇴에 끼치는 영향이 다른 제품 수요 하락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미국에서 주택시장이 주도한 경기후퇴는 역사적으로 없었다. 주택시장이 미 금융당국의 주 관심사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 한 표면적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앞에서 지적한대로 주택가격 상승폭이 단 기간에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이의 조정기간이 길수록 경기후퇴 압력이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연방준비은행의 여러 정책들이 소비자 부문 부양에 따른 경기 유지효과를 가져 왔었다.
이런 소비자 부문의 강세에 힘입어 미국경제는 90년대 후반 소위 ‘인터넷 버블’후유증에도 불구하고 불황을 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정책 당국이 부추 긴 결과였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브 프라임’도 당국이 용인한 셈이 되었다.
앞의 주택시장 설명을 엄밀히 보면 주택시장의 움직임이 경기변동의 선행지수(leading indicator)라는 결론이다. 인플레이션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그 자체가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cyclical)으로 움직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이 주택시장 주기와 엇물리면 인플레이션 효과는 성공하더라도 주택시장에는 예상하지 못한 역기능이 유발된다.
부동산 시장 냉각에 따라 다가오는 경기후퇴, 이를 대비하여야 하는 과제가 앞으로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급격히 오른 주택 ‘자산’의 가격이 과연 미래 GDP 증가에 주택자산의 기여를 반영하는 것일까? GDP에 기여하는 요소 중, 공장, 기계/기구, 지식/기술, 주택서비스 중 주택서비스의 비중이 갑자기 그렇게 커질 수 없다면 이의 조정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정요진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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