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마시고 향을 느껴라
위스키는 한인들이 소주와 맥주 다음으로 많이 찾는 술 중의 하나다. 하지만 한인들의 술 문화는 한국에서처럼 매우 독특해 한 가지 술에 만족하지 않고 이것 저것을 한데 섞어 마시는 일이 다반사로, 특히 위스키의 경우 ‘폭탄주’의 주요 재료로 애용되고 있는데, 좋게 보면 화끈하지만 애주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독특한 맛과 향을 머금은 시간의 작품을 마구 소비해 버리는 것 같은 섭섭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주류 도매상들이 한인 주류시장에서 코냑이 위스키를 이길 수 없는 가장 요인으로 ‘폭탄주’를 꼽았을까. 위스키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을까? 그 답을 찾아보자.
원샷·폭탄주 금물
눈·코·혀로
색·향·맛 천천히 음미
<위스키 종류>
▲원료에 따른 구분
1. 몰트 위스키
맥아당(엿기름: malt)만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맛과 향이 뛰어나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가 대표적이다.
2.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
옥수수, 밀 등 곡류로 만든다. 몰트에 비해 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및 캐나다산이 주로 이에 해당된다.
3. 블랜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
두 가지 이상의 위스키를 섞을 것을 말하는데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증류방법에 의한 구분
1. 팟 스틸 위스키(Pot Still Whisky)
팟 스틸로 증류한 것을 말하는데 오래 전부터 사용돼 온 재래식으로 좋은 향의 위스키를 얻을 수 있다. 대신 맑고 알콜도수를 높이기 증류과정을 수차례 거치게 된다.
2. 패턴트 스틸 위스키(Patent Still Whisky)
19세기부터 시작된 증류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량 생산에 적합한 방법이다. 팟 스틸에 비해 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즐기기>
▲맛과 향을 즐기자
옛날 총잡이들을 소재로 한 서부 활극을 보다 보면 벌건 대낮에 술집 바에 들어와 위스키 한 잔을 벌컥 들이킨 뒤 갑자기 허리에 찬 총을 빼내 악당을 물리치는 장면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겐 사나이들의 멋진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겠지만 이는 결코 위스키를 제대로 즐긴다고 볼 수 없다.
코냑을 설명했을 때도 그렇지만 위스키 역시 숙성기간을 거치는 동안 맛과 향, 색에서 오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우선 자신이 선택한 위스키의 향을 마음껏 느끼고,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혀끝에서부터 전체에 그 맛이 퍼지도록 마시는 것이 좋다.
▲적당히 물을 탄다
그 아까운 술에 무슨 물을 섞는담? 술자리만 시작되면 서로 상대방 죽이기 시합을 벌이는 듯한 한인들의 술 문화에서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 하지만 위스키의 본고장 영국의 에든버러에 가면 술 잔에 담긴 위스키 양의 두배 정도 물을 섞어 내놓는다. 이는 맛과 향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안배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얼음을 섞는다
물을 섞기가 찜찜하다면 얼음을 넣어 순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때 얼음을 잔에 채운 뒤 위스키를 잔의 밑부분에서 2센티미터 내외 정도로 따른 뒤 마신다. 만약 단맛을 강조하고 싶다면 콜라 등 소다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오래된 것이면 스트레이트가 제격
위스키도 숙성기간에 따라 등급이 있다. 만약 숙성기간이 제법 긴 프리미엄급 이상이라면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것이 좋다.
8년 지나면 숙성도 최고
안주는 고기·생선이 적합
▲무조건 오래된 것이 좋은가
한인들은 숙성기간이 오래된 것일수록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밸런타인 30년, 조니워커 블루 30년 등은 격조 있는 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숙성기간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 특히 전문가가 아니라면 무난한 것을 고르는 편이 오히려 부담도 적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8년 정도 됐을 때 숙성도가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그 이상의 경우 웬만한 사람들은 미묘한 맛과 향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안주가 잘 어울릴까
위스키는 아무래도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이다 보니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 또는 생선류를 주 재료로 한 것이 좋다. 하지만 간단히 마실 경우라면 과일이나 치즈도 무난하다. 또 초컬릿과 함께 마셔도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위스키와 코냑의 차이
일부 한인들은 두 가지의 술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우선 위스키는 맥아와 보리, 밀, 옥수수, 귀리 등을 발효시켜 이를 증류한 뒤 오크통에 보관, 숙성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숙성기간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는데 8-12년 원액을 블랜딩하면 프리미엄, 12년 이상은 수퍼 프리미엄으로 표기한다.
반면 코냑은 포도를 원료로 포도주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증류기로 두 차례에 걸쳐 증류해 원액을 역시 오크통에 보관하며 숙성과정을 거친다. 또 그 기간에 따라 VSOP, XO, 엑스트라 올드 등으로 등급을 나누게 된다.
여기서 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위스키는 산성쪽에, 꼬냑은 알칼리성에 가까운 만큼 자신의 체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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