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아프지만 참을 만 해요.”
잇몸 질환이 생겨도 단순히 ‘치과 가기 싫어서’ 또는 ‘치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등 이유를 내세워 참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충치는 걱정하지만 치주질환, 즉 잇몸 질환은 대수롭지 않는데, 잇몸 질환은 결코 가벼이 볼 질환이 아니다.
잇몸 건강은 생명과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으며 치아 및 혀, 입술의 건강상태는 말하기를 비롯해 어떻게 먹고, 무엇을 먹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간단한 예로 치통이 있는 어린이는 학교에서의 학습 능력도 떨어지고 주의력도 부족해질 수 있으며 성인의 경우도 물론 치통 때문에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
<잇몸 질환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잇몸과 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지만 심장병, 당뇨병, 임신부의 조산아 및 저체중아 출산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잇몸질환의 수술 모습.>
미국치과의사협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 ADA)는 최근 치아 건강만을 우리 몸 전체 건강에서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추세다. 최근 잇몸 질환은 심장질환, 당뇨병, 폐 질환, 조산아와 저체중 아기 출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나와 잇몸질환을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미국치과 위생사협회(American Dental Hygienists’ Association, ADHA)도 구토를 하는 폭식증 환자 또는 거식증 환자의 경우 위산이 올라와 치아 표면을 부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골다공증 역시 치아 검사를 위한 X-레이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
잇몸질환 역시 예방과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잇몸질환과 당뇨병, 심장질환, 임신 등과의 관련성을 알아보고 잇몸질환을 평소 어떻게 예방하는지 살펴본다.
‘치주 박테리아’ 잇몸 파괴, 혈관통해 퍼져
심장과 당뇨 크게 악화시킬 수 있고
저체중아나 조산아 출산 위험도 높여
불소함유 치약으로 하루 2회 칫솔질 기본
<유치부터 깨끗하게 관리해야 나이 들어도 잇몸질환이나 충치걱정이 없다.>
# 잇몸질환 왜 문제인가
잇몸질환은 치아를 받치고 있는 세포조직에 감염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아를 잘 닦지 않거나 대충 닦는 사람 등 치아 위생상태가 건강하지 않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잇몸질환은 잇몸과 뼈에 생기는 염증 질환을 말한다. 플라크(치석)가 생기면 박테리아가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잇몸을 붓게 만든다. 좀더 염증이 진행되면 치주염이 생긴다. 박테리아가 잇몸 라인에 생기면 잇몸 조직과 치아 아래 치근을 공격해 결국에는 치아손실까지 가져올 수 있다. 구강 내 각종 세균이 부착돼 플라크가 생기면서 여러 독소가 배출되고 이를 그냥 놔두면 잇몸질환이 생기게 된다.
ADHA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75%가 잇몸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잇몸 질환의 증상은 대부분 가볍고, 심지어 어떤 환자는 아예 잇몸질환이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아프지도 않다.
#잇몸 질환과 심장질환
전문가들은 규칙적인 치아 체크는 예방 및 잇몸 질환을 관리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원래 잇몸과 치아 사이에는 아주 작은 틈이 있다. 하지만 잇몸 질환이 생기면 박테리아는 치아 주변의 잇몸 조직을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치아와 잇몸 사이는 더욱 벌어지고 결국에는 피가 나게 한다. 점점 더 잇몸이 붓고 치아와 잇몸 사이가 더욱 벌어지면 치주 박테리아는 혈액 순환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잇몸 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는 혈액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면서 혈관 염증을 일으키고 혈전을 야기한다. 동맥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전이 늘어나는 것은 심장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 치주학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riodontology, AAP)에 따르면 잇몸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잇몸이 건강한 사람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한 혈압약이나 심장리듬을 규칙적으로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물,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약물 등을 장기 복용하면 잇몸이 붓거나 팽창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약들을 장기 복용하는 경우 치주 전문의와 상의해 부작용이 적은 약을 주치의로부터 처방받도록 한다.
<직장에서도 규칙적으로 점심시간 후 칫솔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잇몸 질환과 당뇨병
만성질환인 당뇨병을 갖고 있는 경우 잇몸질환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05년 미 국립당뇨병 및 소화기와 신장질환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Diabetes and Digestive and Kidney Diseases, NIDDKD)의 연구에 따르면 잇몸질환을 가지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과 신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각각 8배와 5배나 높다는 발표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당뇨 환자의 경우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우리 몸 혈관을 돌아다니면서 혈당 조절을 방해할 수도 있다. 당뇨를 잘 조절하지 못할 경우 잇몸질환도 생기게 된다.
잇몸과 뼈 염증 온몸에 퍼져
쉽게 피 나거나 구취 심해지면 의심… 치실·치간 클리너 사용 권장
ADHA 연구에서는 당뇨환자는 잇몸이 타는 듯한 이상감각이 생기거나 잇몸 조직이 비이상적으로 자라거나,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충치, 곰팡이 감염, 단내, 구강 건조증, 거품 같은 타액 생성 등 구강 문제가 생기는 경향이 높다.
당뇨병으로 인한 잇몸질환은 당뇨환자에게 흔한 합병증의 하나다. 쉽게 얘기하면 당뇨병이 오래되면 잇몸 역시 더욱 나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박테리아가 혈액을 도는 것 뿐 아니라 침 속 당도가 증가해 구강 내 세균 증식이 늘어나고 구강 청결을 담당하는 침 분비가 감소해 잇몸 질환 발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
#잇몸질환과 임신
AAP에 따르면 잇몸질환이 있는 임신부는 조산아와 저체중아기를 나을 위험이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잇몸질환으로 생기는 독성과 박테리아가 우리 몸 혈액 속에서 흘러 조산아를 낳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37주 전에 낳거나 5.5 파운드 이하로 낳는 아기는 조산아로 분류된다.)
임신 기간동안 잇몸 질환이 더욱 심해질 경우 조산하게 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 잇몸 질환 체크 및 치료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잇몸질환과 호흡기 질환
잇몸질환과 호흡기 질환과의 관계는 아직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강 내 박테리아가 폐에 들어가 감염증을 일으키고, 이미 약한 호흡기 건강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강내 만성 염증이 생기면 다른 신체 부위에도 염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
호흡기 질환의 대표적인 ‘COPD’ 로 불리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역시 구강 건강이 좋지 않으면 생길 수 있다고 보는 연구도 나왔다.
또한 천식 치료제가 구강 건조증을 유발하거나 곰팡이 감염을 유발해 구강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치실이나 치간 칫솔의 사용을 하는 것도 잇몸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연령별 치아 관리
▲ 0~3세: 유치 관리시기로 젖병 충치, 유치 소실이 발생하는 시기다. 유아가 음식을 섭취한 후 젖은 거즈로 치아를 세척해 충치를 예방한다. 또 젖병이나 고무젖꼭지를 물고 자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젖병을 떼는 것도 중요하다. 3세 쯤에는 치과 검진을 한번 쯤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6~11세: 유치 및 영구치 교환시기다. 유치가 빠지고 새로 난 영구치에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유치에도 충치가 생길 수 있다. 충치예방을 위해 바른 칫솔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또 부정교합이 있을 경우 소아교정 치료를 실시한다.
▲ 20~30대 초 중반: 잇몸손상 발생 시기.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기면서 잇몸손실이 일어난다.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받고, 치석제거를 위해 스케일링을 시작한다. 치아 및 잇몸건강에 치명적인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습관을 들인다. 담배는 끊는다.
▲ 40대 중반: 잇몸질환 심화시기다. 풍치가 발생하고, 전신질환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기본적인 칫솔질 이외에 전문의에게 잇몸상태를 진단받고 치실, 치간칫솔 등 보조용품을 사용한다. 당뇨 등 성인병은 치아질환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전신질환의 치료상태에 따라 치과진료를 고려하도록 하며 당뇨병,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는 특히 잇몸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잇몸 질환을 경고하는 증상
-쉽게 잇몸에서 피가 난다.
-잇몸이 부었거나 붉은 색을 띄며 약해져 있다.
-치아에 잇몸이 딱 붙어있지 않고 치아에서 잇몸이 떠있다.
-구취가 계속 나거나 또는 입에서 쓴맛이 난다.
-영구치가 느슨해져 있거나 빠졌다.
-씹을 때 교합, 즉 윗니와 아랫니의 접촉상태의 느낌이 변했다.
-부분 틀니가 잘 맞지 않는다.
# ADA가 권유하는 구강 건강 지키기
-하루 2회 칫솔질을 한다. 치약은 ADA가 인정하는 불소(fluoride) 치약이어야 한다.
-치실이나 치간 클리너로 매일 치아 사이는 청결하게 관리한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식사시간 사이의 스낵은 제한해 먹는다.
-치아 문제가 없어도 치과를 규칙적으로 방문해 문제가 없는지 검사를 하고 더 전문적인 클리닝을 받도록 한다.
-칫솔은 가족이라도 절대로 공유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칫솔은 자주 바꿔준다.
-가족 중 잇몸질환자가 생겼을 경우 가족 모두 잇몸질환 검사를 받도록 한다.
#잇몸질환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들
-흡연
-유전적 요소 및 가족 병력 중 잇몸질환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
-약물 사용. 알약 형태의 구강 피임약, 천식환자 등이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성 약물
-영양실조
-당뇨병 등 질환
-임신과 사춘기
-이를 악무는 습관 또는 이를 가는 습관
-의치인 브릿지가 잘 맞지 않는 경우
-비뚤어진 치아
-치아 속에 해넣은 보충물이 깨졌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또는 불량품 보충물.
-구강 청결상태가 깨끗하지 않는 경우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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